
유골을 맡겼는데, 시설이 문을 닫았다
유족이 봉안시설을 찾는 이유는 유골 보관 때문만이 아니다. 기일에 찾아가고, 명절에 꽃을 놓고, 살아 있는 가족의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다. 봉안당은 창고가 아니라 고인과의 관계를 이어가는 마지막 장소다.
전주의 한 사설 봉안시설에서는 전·현 소유주 간 분쟁이 시설 폐쇄와 유가족 출입 제한으로 번졌다. 유족들은 전기 공급 중단까지 겪으며 추모권 보장을 요구했다. 소유권은 바뀔 수 있지만, 유족에게 고인은 거래가 끝나면 사라지는 물건이 아니다. 문제는 현행 장사 행정이 이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봉안당은 일반 부동산과 다르다
봉안당은 겉보기에 사용료·관리비를 내고 공간을 빌리는 임대차와 비슷하다. 하지만 계약의 목적은 공간이 아니라 기억과 관계의 지속이다. 식당이 문을 닫으면 다른 식당을 찾으면 되지만, 봉안시설이 문을 닫으면 유족은 같은 조건의 다른 장소를 찾을 수 없다. 유골 이전에는 심리적 부담과 추가 비용이 따르고, 이미 낸 사용료와 관리비를 돌려받을 수 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따라서 봉안시설은 소유권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장기 공공재다. 운영자가 바뀌어도 유골의 안전과 유족의 접근이 끊기지 않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런데 현행 제도는 여전히 시설의 소유권과 설치자 지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족의 추모권과 시설 운영자의 재산권 사이에 틈이 생긴다.
경과규정 속에 남은 봉안당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유골 500구 이상을 안치하는 사설봉안시설을 설치하려면 재단법인을 설립하도록 규정한다. 헌법재판소는 그 이유를 "관리인 개인의 역량이나 경제적 여건에 좌우되지 않고 체계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이 요건이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구법 시절 개인이나 영리법인 자격으로 허가받아 지금도 경과규정의 보호 아래 운영되는 사설봉안시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시설은 운영자 개인의 사망·채무·상속·매각에 그대로 노출된다. 유족은 재단법인의 기본재산이 아니라 한 개인의 재산 상태에 고인의 안위를 맡기고 있는 셈이지만, 계약 당시 이를 확인하는 경우는 드물다. 헌재가 막으려 했던 바로 그 위험이, 경과규정이라는 이름으로 여전히 남아 있다.
소유주가 바뀌면, 유족은 가장 늦게 통보받는다
운영 주체가 바뀌면 계약 유지 여부, 관리비, 유골 관리대장 승계 여부가 한꺼번에 불투명해진다. 더 심각한 경우는 새 소유주가 재단법인 요건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 이때 유족은 행정 절차가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고인의 기일과 유골의 안치 상태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전기가 끊기고 출입이 제한되는 것도 단순한 운영 장애가 아니다. 상점은 문을 닫아도 다른 상점을 이용할 수 있지만, 봉안시설의 유골은 대체 불가능하다. 소유주와 운영자가 다투는 동안 유골의 안전을 우선 보장할 긴급 관리 주체가 현재 구조에는 없다.

자임추모공원, 폐쇄에서 재개방까지
2025년 7월 보도 이후 사태는 오히려 깊어졌다. 9월 봉안당 일부가 폐쇄되자 유족들은 8주간 시위 끝에 삭발식을 열었다. 새 소유주가 재단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며 2026년 1월 봉안당은 전면 폐쇄됐고, 유족들은 유골함을 들고 도청까지 상여 행진을 벌였다.
폐쇄 3개월 만인 4월 20일, 전주시가 중재한 3자 협의로 시설은 재개방됐다. 전주시는 유골함 전수 점검과 전담 인력 배치를 약속했지만, 법적 분쟁의 불씨까지 꺼진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단순한 소유권 분쟁이 아니다. 시설의 주인이 바뀌는 순간, 그곳에 이미 고인을 맡긴 수많은 유족의 일상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전주만의 일이 아니다
봉안시설 소유권이 바뀌면 운영이 흔들리는 건 전주만의 일이 아니다. 2011년 경주에서는 소유권을 잃은 사찰이 설치자 지위를 유지하려다 경주시로부터 신고 취소 처분을 받았고, 법원도 "소유권 없는 자를 그대로 두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며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김포와 옥천도 소유권 이전이 확인되자 즉각 처분에 나선 사례로 함께 거론된다.
다만 신속한 처분이 능사는 아니다. 처분이 빠를수록 시설 폐쇄도 빨라지기 때문이다. "선의의 피해자"를 막으려는 조치가 이미 유골을 안치한 유족에게는 또 다른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역설은, 어느 지자체도 아직 풀지 못했다.
계약이 끝나도 유골은 남는다
계약기간이 끝난 뒤 유족과 연락이 끊기면 유골 처리 문제가 발생한다. 공공장사시설조차 찾아가지 않는 유골 처리로 어려움을 겪는데, 민간 시설에서 소유권 분쟁까지 겹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유골은 폐기물이 아니다. 연락 두절을 이유로 고인의 존재까지 지워져서는 안 된다.
결국 봉안시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약기간이나 건물의 소유권이 아니라 그 안에 안치된 유골이 어디에 있고, 누가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으며, 유족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다.
안전망은 폐업 이전에 있어야 한다
봉안시설은 이용자가 쉽게 옮겨갈 수 없는 시장이다. 사업자의 재무 상태와 관리대장의 정확성이 일반 서비스보다 훨씬 중요한데도, 유족은 계약 당시 이런 정보를 알기 어렵다. 이는 정보 비대칭이 아니라 생애 마지막 단계의 구조적 약자 보호 문제다.
필요한 조치는 네 가지다. 운영 주체와 계약 조건을 유족이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운영자가 바뀌어도 유골 관리대장이 끊기지 않도록 표준화하고, 폐업·파산 시 지자체가 임시 관리인을 지정하는 긴급 관리 체계를 마련하고, 유골 이전 비용을 감당할 보증금·보험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리고 경과규정으로 남은 개인 운영 시설은 전수조사를 거쳐 유예기간 안에 재단법인 전환이나 공공 인수를 유도해야 한다.
핵심은 시설이 문을 닫은 뒤에 대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기 전에 유골을 보호할 장치를 만들어 놓는 것이다.
전주시가 보여준 것, 그리고 남은 과제
완전 폐쇄까지 갔던 사태가 지자체 중재로 봉합됐다는 사실은 역설적이다. "민간 분쟁"이라는 이름 뒤에 머물던 행정이 개입하자 해결의 실마리가 열렸다. 다만 그 개입이 삭발식과 상여 행진 이후에야 이뤄졌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필요한 것은 파국 이후의 중재가 아니라 파국 이전의 상시 감독이다.
봉안시설에서 문제가 발생한 뒤 지자체가 개입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운영 주체의 변경, 재무 상태의 악화, 관리대장 승계, 전기·시설 관리 중단과 같은 위험 신호를 행정이 미리 파악하고 유족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민간시설이라는 이유로 행정이 손을 놓고 있다가 폐쇄 직전에야 개입하는 것은, 봉안시설의 특수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행정이다.
죽은 사람의 마지막 주소는 시장에 맡길 수 없다
유족이 계약하는 것은 사용료와 관리비만이 아니다. 고인의 이름이 지워지지 않을 장소, 언제든 찾아갈 수 있다는 약속을 함께 계약한다. 그 약속이 사업자 개인의 재산 상태나 법인 간 분쟁으로 사라져서는 안 된다.
"계약서를 확인하라"는 답은 행정의 책임을 유족에게 되돌리는 일이다. 유족은 부동산을 산 것이 아니라 고인을 맡긴 것이다. 민간 봉안시설의 운영은 민간에 맡길 수 있어도, 유골의 소재를 확인하고 운영 중단 때 안전하게 이전할 책임은 공공의 영역에 남아야 한다. 국가가 끝내 지켜야 하는 것은 건물의 소유권이 아니라, 죽은 사람의 마지막 주소가 분쟁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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