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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일본, 묘지 절반이 수목장

일본의 묘지 절반이 수목장이 됐다

일본에서 지금 가장 많이 선택받는 묘지 형태가 뭔지 아세요?

일반묘도 아니고, 납골당도 아닙니다. 나무 아래 잠드는 수목장입니다. 2023년에는 처음으로 전체 묘지 구매의 절반을 넘어섰고, 2025년 현재도 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한때 '특별한 사람들의 선택'이었던 수목장이 어느새 일본의 표준 장묘 방식이 되어버렸습니다.
 

*2023년 가마쿠라 신서가 실시한 제14회 조사에서는 수목장 구매 비율이 조사 사상 최초로 51.8%로 과반수를 돌파했다. 이 시점에서 납골당 20.2%, 일반묘 19.1%로, 수목장이 다른 매장 방법을 크게 앞지르고 있음이 명확해졌다. 2025년 최신 조사에서는 수목장이 41.5%로 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했으며, 평균 구매 가격은 일반묘 158.7만 엔, 수목장 69.6만 엔, 납골당 83.6만 엔으로 집계.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시작은 산골짜기 한 절이었다

수목장의 역사는 생각보다 짧습니다. 1996년, 이와테현의 작은 절 쇼운지(祥雲寺)가 잡목림을 개간해 자연 속 묘지를 조성한 것이 출발점입니다. 처음엔 '里山 보전'이라는 환경 운동의 연장선이었습니다. 산림을 지키면서 사람도 묻을 수 있다는 발상이었죠.
 

쇼운지(祥雲寺)의 수목장


그런데 이 조용한 실험이 도쿄에 상륙하면서 폭발합니다. 2012년 도쿄도가 고다이라 영원(小平霊園) 안에 수림묘지를 조성하자, 신청이 쏟아졌습니다. 어떤 곳은 추첨 경쟁률이 10배를 넘기도 했습니다. 도시 사람들이 원했던 건 자연으로 돌아가는 죽음이었고, 수목장은 그 수요를 정확히 건드렸습니다.
 

고다이라 영원(小平霊園) 수림묘지


왜 이렇게 선택받는 걸까

이유는 딱 하나로 압축됩니다. "지켜줄 사람이 없다."

2024년에 수목장을 구매한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873명 중 653명, 약 75%가 '계승 문제'를 꼽았습니다. 자식이 없거나, 자식에게 짐을 지우기 싫거나, 혼자 살고 있어서. 이유는 다양하지만 핵심은 같습니다. 대대로 묘를 지켜주는 사람을 상정하지 않겠다는 것.

일본은 지금 연간 160만 명이 사망하는 다사사회에 진입했습니다. 단독 세대가 전체의 40%를 차지하고, 생애 미혼율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家之墓'라고 새긴 묘석을 세우고, 후손이 대대로 관리하는 방식은 사회 구조 자체가 지탱해줄 수 없게 됐습니다. 수목장은 그 빈자리를 채운 겁니다.

가격도 현실적입니다. 2024년 기준 수목장의 평균 구매 가격은 약 63만 7천 엔. 일반 묘석이 149만 5천 엔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 됩니다. 비석 없이 나무 아래 잠든다는 개념이 저렴함과 맞물리면서, '일반 묘는 부담스럽고 납골당은 내키지 않는' 사람들의 선택지가 됐습니다.

일본의 수목장은 지금까지 세 번 변모했습니다.

1세대: 리산(里山)형. 말 그대로 산속입니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살려 숲 안에 매장합니다. 환경 보전의 철학이 살아있는 형태입니다.

2세대: 심볼트리형. 공영 영원이 부지 일부를 정비해 한 그루의 상징 나무 아래 여러 사람이 묻히는 방식입니다. 서울로 치면 시립 공원 묘지 한쪽에 나무를 심어놓은 형태입니다.

3세대: 민간 공원형. 지금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형태입니다. 2세대 방식을 기반으로, 이름을 새긴 명판을 석대에 부착합니다. 도시 한복판 민간 영원에서 제공하는 경우가 많아 접근성이 좋습니다.
 

3세대, 가드닝형 수목장 - 고다이라. AI이미지


도쿄의 한 장례업체는 수목장을 시작한 지 10년도 안 돼 누계 1만 건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회사가 100년 넘게 일반 묘를 팔아 쌓은 3만 건과 비교하면,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실감이 납니다.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그늘도 있습니다.

'이름뿐인 수목장' 문제가 심각합니다. 일본 법에는 수목장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없습니다. 법령에 따라 허가받은 묘지라면, 어떤 나무든 어떤 방식이든 '수목장'이라고 붙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업자들이 앞다퉈 '수목장'이란 이름을 달고 상품을 내놓습니다.

문제는 이미지와 현실의 격차입니다. 사람들은 넓은 숲속에 자연스럽게 흙이 되는 장면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막상 계약하고 보면 골호(骨壺)째 납골하는 경우가 허다하고, 도심의 수목장은 공원이라기보다 나무 몇 그루 심어놓은 납골묘에 가깝습니다. 선향이나 공물을 올리는 것도 금지된 곳이 많아서, 막상 성묘하러 갔다가 당황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비용도 예상과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초기 비용 외에 연간 관리비가 별도로 붙거나, 부부·가족이 함께 묻히려면 단독 구매보다 훨씬 비싸지기도 합니다. 개별 매장 기간이 끝나면 다른 사람의 유골과 합사(合祀)되고, 한번 합사되면 꺼낼 수 없다는 점도 계약 전에 꼼꼼히 확인해야 할 부분입니다.

도시 외곽의 리산형은 교통이 불편해 성묘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는 문제도 있습니다. '자연 속에 잠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골랐지만, 결국 발길이 끊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일본 수목장 시장이 주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수요는 사회 구조가 만듭니다. 1인 가구의 급증, 저출생, 계승자 없는 삶의 보편화. 이 구조가 수목장을 밀어올렸습니다. 그것은 일본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의 사례는 동시에 경고이기도 합니다. 법적 정의 없이 시장이 먼저 커버리면, '수목장'이란 이름 아래 온갖 상품이 난립합니다. 진짜 자연으로 돌아가는 수목장과, 도심 한복판 납골당을 살짝 리브랜딩한 수목장이 같은 이름으로 팔립니다. 수요가 있는 곳에 자본은 반드시 들어옵니다.

제도가 수요보다 늦게 도착하면, 사람들은 이름만 자연장인 상품을 사게 됩니다. 지금 한국이 수목장 제도를 설계할 시간이 있다면, 일본이 먼저 겪은 그 옥석혼재의 시대를 건너뛸 수 있습니다.
 
 
*한국의 수목장(자연장) 관련 법률이 제정되는 과정에서, 산림 관계자들의 강한 이해관계 주장에 맞서 기존 장묘 전문가들은 '자연장'이라는 새로운 상위 범주를 설정하고 수목장을 그 안에 포함시켰다. 그 대신 국유림에서만 조성 가능한 '수목장림'이라는 별도 시설 유형을 만들어 산림 관계자들에게 일종의 영역을 할당하는 방식으로 타협을 이끌어냈다.
그 결과 현행 장사법 체계에는 '수목장'이라는 독립적 형태가 존재하지 않으며, 해당 행위는 자연장으로 통칭된다. 그러나 일반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수목장이라는 용어에 더 친숙하다. 이 괴리는 단순한 명칭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 인식과 실제 수요를 제도에 반영하기보다, 전문가 집단 내부의 직역 경계와 권위 체계를 유지하는 데 입법 과정이 복무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