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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한 유골, 법은 왜 시신과 구분하지 않는가

고독한 엔딩

by 다비코 2026. 8. 16.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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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에서 흔히 쓰이는 말 중에 '매장(埋葬)'이라는 단어가 있다. 시신을 땅에 묻어도 매장이라 하고, 화장한 유골을 땅에 묻어도 매장이라 한다. 별다른 의심 없이 지나치기 쉬운 이 단어를 이웃 나라 일본의 법률과 비교해보면 뜻밖의 차이가 드러난다.

 

한국 장사법의 출발에는 식민지기 법령과 일본 전후 법제의 영향이 함께 놓여 있다

 

우리나라 장사법의 법제적 출발점을 살펴보면 복잡한 계보가 나타난다.

 

현재의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1961년 제정된 「매장등및묘지등에관한법률」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새 법률은 일제강점기에 시행되던 묘지와 화장장, 매장 및 화장에 관한 규칙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적 틀을 마련하였다.

 

그러나 해방 이후에도 장묘와 관련된 식민지기 법령과 규칙은 상당 기간 존속하였다. 결국 1961년에 이르러 비로소 우리 정부가 제정한 법률로 대체된 것이다.

 

그렇다고 1961년의 법률이 식민지기 법령을 그대로 이어받았다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다. 당시 제정 과정에서는 일본의 전후 장묘 관련 법제도 중요한 참고 대상이 되었다. 특히 일본은 패전 이후인 1948년 「묘지, 매장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새로운 장묘 질서를 구축하였다.

 

따라서 한국 장사법의 법제적 계보에는 식민지기의 장묘 규칙을 폐지하고 새로운 법체계를 구축한 과정과, 그 과정에서 일본의 전후 장묘법을 참고한 흐름이 함께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두 나라의 법률은 유사한 부분을 가지고 있지만 동일하지는 않다. 일본의 법률은 목적 규정에서 국민의 종교적 감정을 언급하는 반면, 한국의 장사 관련 법률은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등을 중요한 정책적 가치로 제시하였다. 좁은 국토에 묘지가 확대되는 것을 억제해야 했던 한국의 사회적·지리적 상황이 법제에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일본은 어찌하여 시신을 묻는 것과 유골을 묻는 것을 다른 한자로 구분하였는가

 

양국의 법을 조문 단위로 대조하면 흥미로운 지점이 발견된다. 일본법 제4조는 '매장 또는 소골의 매장은 묘지 이외의 구역에서 행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는데, 여기서 앞뒤에 쓰인 '매장'은 서로 다른 한자다. 앞의 것은 埋葬이요, 뒤의 것은 埋蔵이다. 한글로는 똑같이 매장이나 실은 전혀 다른 글자다.

 

일본법의 정의 규정을 살펴보면 이 구분이 한층 분명해진다. 埋葬은 시신을 땅속에 묻는 행위로 정의되어 있고, 埋蔵은 화장한 뼈, 즉 소골(焼骨)을 묻는 행위를 가리킨다. 대상이 시신이면 埋葬이요, 화장한 유골이면 埋蔵이니, 대상에 따라 동사 자체를 달리 쓴 것이다.

 

한자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러한 구분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葬이라는 글자는 풀(艹) 아래 시신(死)을 두 손(廾)으로 안치하는 형상을 본뜬 것으로, 애초부터 '시신을 장사 지내는 의례'만을 뜻하도록 만들어진 글자다. 반면 蔵은 埋蔵(매장·보관), 冷蔵庫(냉장고), 穴蔵(움막·저장굴) 등에 쓰이는 데서 알 수 있듯, 죽음이나 시신과는 무관하게 그저 '무언가를 넣어 저장한다'는 뜻을 지닌다. 일본은 화장률이 99퍼센트를 넘는 나라이면서도 시신을 다루는 엄숙한 의례(葬)와 유골을 물리적으로 보관하는 행위(蔵)를 법률 용어에서부터 갈라놓은 것이다.

 

'유골'이라는 한국어 단어 자체의 문제

 

여기에 언어의 문제가 한 겹 더 얹힌다. 화장로에서 시신을 태우고 남는 물질을 한국은 '남은 뼈'라는 뜻의 유골(遺骨)이라 부른다. 일본은 '불태운 뼈'라는 뜻의 소골(焼骨), 중국과 대만은 '타고 남은 재'라는 뜻의 골회(骨灰), 서양은 아예 '재(Human Ash)'라 칭한다. 이러한 차이는 유골을 자연에 흩뿌리는 문화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한국과 일본은 '뼈'를 뿌린다는 뜻의 산골(散骨)을 쓰지만, 중국과 서구권은 '재'를 뿌린다는 뜻의 산회(散灰) 혹은 애시 스캐터링(Ash Scattering)을 쓴다.

 

과학적으로 보면 후자의 표현이 한층 정확하다. 현대식 화장로는 고온에서 시신을 소각하므로 유기물질은 모두 사라지고 무기물질, 곧 재만 남는다. 자연 상태에서 백골이 된 유골에서는 수백 년이 지나도 유전자가 검출되나, 화장 후 남은 재에서는 아무것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러니 화장 후 남은 물질은 엄밀히 말해 '뼈'라기보다 '재'에 가깝다. 그럼에도 한국어의 '유골'이라는 단어는 자연사한 사람의 뼈와 화장한 재를 구분 없이 하나로 지칭한다. 그리고 이러한 언어 습관은 법 조문에도 그대로 남아, 오늘날의 장사법 역시 '매장이란 시신이나 유골을 땅에 묻어 장사하는 것'이라 하여 시신과 유골을 나란히 하나의 정의 안에 담고 있다. 1961년 최초 제정 이래 육십 년 넘게 이어져 온 표현이다.

 

이러한 구분의 부재가 실제로 문제를 낳은 바 있는가

 

있다. 가장 무게감 있는 사례는 대법원이 두 차례나 전원합의체를 열어 다루어야 했던 유골 소유권 분쟁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한 사람이 사망한 뒤 시신을 화장하였고, 그 유해를 봉안당에 모셨는데, 이 유골함을 두고 유족들 사이에 누구에게 권리가 있는지를 두고 소송이 벌어졌다. 법원은 이 문제를 민법 제1008조의3, 즉 원래 분묘에 딸린 토지와 묘지 관리용 재산, 이른바 제사용 재산을 규율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항에 기대어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애초에 시신을 묻은 무덤과 그 주변 토지를 전제로 만들어진 것이라, 이동이 가능한 작은 유골함에는 온전히 들어맞지 않았다. 법원 스스로도 유골함은 이동성을 지니므로 정착된 토지에 대한 권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그럼에도 화장 유골을 위한 별도의 법적 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던 까닭에, 매장 시대에 만들어진 규정을 그대로 끌어다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으니, 이미 2008년에 한 차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다룬 바 있는 사안이 2023년에 또다시 전원합의체로 올라가 기존 판단을 뒤집기에 이르렀다.

 

일상적인 층위에서도 비슷한 혼동이 목격된다. 화장한 유골을 봉분 없이 평평한 땅에 묻는 방식을 '평장(平葬)'이라 부르는데, 장례 관련 안내 자료들은 한결같이 '평장과 수목장은 매장이 아니라 화장 후 안치 방법'이라는 설명을 별도로 덧붙인다. 이러한 해명이 반복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여전히 '화장한 유골을 땅에 묻는 것'과 '시신을 매장하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전통적 사고방식이 남아 있는 노년층 사이에서는 화장을 택하더라도 유골만은 결국 땅에 묻어야 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리하며

 

일본은 시신과 화장한 재를 애초부터 다른 이름, 다른 한자, 다른 법 조문으로 갈라놓았다. 반면 한국은 '유골'이라는 말부터 자연사한 뼈와 화장한 재를 하나로 묶고, 법 역시 '매장'이라는 단일한 단어 안에 시신과 유골을 함께 담아 놓았다. 이 작은 언어의 차이는 단순한 표현상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화장이 보편화된 오늘날, 유골의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대법원까지 두 차례나 올라간 실제 분쟁, 그리고 장례 현장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개념적 혼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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