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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뉴스

수분해장(알칼리 가수분해) 시장을 움직이는 빅3 제조사 열전

 

'물을 이용해 시신을 장례한다.'

 

처음 들으면 미래 기술처럼 느껴지지만, 이미 북미와 호주를 중심으로 상용화된 장례 방식이다. 정식 명칭은 알칼리 가수분해(Alkaline Hydrolysis). 물과 알칼리 용액을 이용해 시신을 분해하는 기술로, 워터 크리메이션(Water Cremation), 아쿠아메이션(Aquamation), 레조메이션(Resomation) 등의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현재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는 레조메이션(Resomation Ltd), 바이오리스폰스 솔루션즈(Bio-Response Solutions), 아쿠아메이션 인더스트리즈(Aquamation Industries)가 가장 자주 거론된다.

 

흥미로운 점은 세 회사가 모두 같은 기술을 판매하면서도,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과 브랜드 전략은 놀라울 정도로 다르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화장의 진화'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첨단 공학'을 내세우며, 또 다른 누군가는 '친환경 브랜드'를 앞세운다. 이 차이를 알고 보면, 수분해장 산업은 단순한 장례 기술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 경쟁사처럼 보이기 시작한다.

 

1. 레조메이션(Resomation Ltd) - 화장의 진화라는 이야기를 판 회사

 

레조메이션은 스코틀랜드의 엔지니어 샌디 설리번(Sandy Sullivan)이 설립한 기업으로, 사람 시신용 알칼리 가수분해 장비를 상용화한 대표적인 선구자다. 2000년대 후반부터 장비를 공급하기 시작했으며, 고온·고압 방식의 처리 시스템을 채택해 기존 화장과 가장 유사한 운용 방식을 추구했다.

 

이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기술보다 브랜딩에 있다.

 

레조메이션은 '알칼리 가수분해'라는 다소 낯선 용어 대신 '워터 크리메이션(Water Cremation)'이라는 표현을 적극 사용해 왔다. 새로운 장례 문화를 만들기보다는 기존 화장의 친환경적인 발전 형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 집중한 것이다. 기술을 판매하기보다 익숙한 개념으로 소비자의 심리적 거부감을 낮춘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회사의 성장 과정이다. 레조메이션은 미국과 캐나다에 장비를 공급하며 사업을 키웠지만, 정작 본거지인 영국에서는 오랫동안 사람 시신에 대한 수분해장이 허용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해외에서는 장비를 판매하면서도 자국에서는 장례 서비스를 할 수 없는 기묘한 상황이 이어졌던 것이다.

 

이 아이러니는 2026년 3월 스코틀랜드가 영국 최초로 수분해장을 합법화하면서 비로소 해소됐다. 창업 이후 약 17년 만에 자국 시장이 열린 셈이며, 이는 1902년 화장 관련 법제 정비 이후 영국 장례 제도에 추가된 첫 새로운 장례 방식이라는 점에서도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2. 바이오리스폰스 솔루션즈(Bio-Response Solutions) - 연구실에서 태어나 장례 산업으로 진출한 기술 기업

 

바이오리스폰스 솔루션즈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가족 경영 기업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진짜 뿌리는 장례 산업이 아니라 연구실에 있다.

 

이야기는 1990년대 초 미국 앨버니 의과대학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연구진이 실험동물 조직을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해 알칼리 가수분해 장비를 개발했고, 이를 기반으로 1994년 WR²가 설립됐다. 이후 WR²가 문을 닫자 당시 대표였던 조지프 윌슨(Joseph Wilson)이 기술과 경험을 이어받아 설립한 회사가 오늘날의 바이오리스폰스 솔루션즈다.

 

이 회사는 2005년 메이요 클리닉에 사람 시신 처리용 장비를 공급한 초기 사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다만 '세계 최초'라는 표현은 적용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최초의 장비 공급인지, 최초의 상업 판매인지, 혹은 최초의 장례 서비스인지는 서로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바이오리스폰스와 레조메이션은 각기 다른 근거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선구성을 강조하고 있다.

 

바이오리스폰스가 다른 제조사와 가장 크게 구별되는 점은 사업 영역이다. 이 회사는 사람과 반려동물용 장례 장비뿐 아니라 제약회사와 연구기관에서 발생하는 생물학적 폐기물, 조직 폐기물 처리 장비까지 함께 생산한다. 장례 산업과 생명과학 연구 인프라를 하나의 기술 플랫폼으로 연결한 독특한 기업인 셈이다.

 

3. 아쿠아메이션 인더스트리즈(Aquamation Industries) - 브랜드 이름을 업계의 보통명사로 만든 회사

 

호주의 존 험프리스(John Humphries)가 2009년 설립한 아쿠아메이션 인더스트리즈는 기술보다 브랜드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다.

 

오늘날 영어권에서는 알칼리 가수분해 장례를 통칭해 '아쿠아메이션(Aquamation)'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현재는 여러 업체가 이 용어를 함께 사용하고 있지만, 아쿠아메이션 인더스트리즈가 초기부터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해 이 명칭을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기술적 접근도 차별화됐다. 레조메이션이 고온·고압 방식을 채택한 반면, 아쿠아메이션 인더스트리즈는 상대적으로 저온·저압 운전을 강조하며 안전성과 경제성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다. 소비자에게는 '더 친환경적이고 부담이 적은 장례'라는 이미지를 구축한 것이다.

 

2010년에는 호주에서 사람 시신을 대상으로 한 수분해장을 공개 시연했고, 현재도 멜버른의 협력 장례식장을 통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Aquamation® 상표 보호에도 매우 적극적이어서,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자사 장비와 무관하게 상표를 사용하는 사례를 경계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같은 기술, 전혀 다른 이야기

 

세 회사는 모두 같은 원리를 이용한 장비를 판매하지만, 시장에서 자신을 설명하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레조메이션은 기존 화장의 연장선에 있는 '워터 크리메이션'이라는 개념을 내세우며 전통성과 신뢰를 강조한다. 바이오리스폰스 솔루션즈는 의료·연구 분야까지 연결되는 기술력과 산업적 활용성을 앞세워 공학 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부각한다. 아쿠아메이션 인더스트리즈는 친환경성과 경제성, 그리고 강력한 브랜드 인지도를 무기로 보다 대중적인 시장을 공략한다.

 

결국 세 회사가 판매하는 것은 모두 알칼리 가수분해 장비지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는 서로 다르다. 누군가는 화장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과학기술을 이야기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브랜드 자체를 이야기한다.

 

수분해장 산업은 아직 역사가 20여 년에 불과한 신생 시장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의 철학과 기업의 브랜드 전략이 시장의 모습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 같은 기술을 두고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세 제조사의 행보를 살펴보면, 이 산업이 단순히 장례 기술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 경쟁의 장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실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