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전기화장로 확산과 태양광 자립형 화장장… 장례도 에너지 전환 시대
네덜란드에서는 장례 문화뿐 아니라 화장 기술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기존 화장로 대신 전기화장로(Electric Cremator)가 빠르게 보급되고 있으며, 일부 화장장은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장치(ESS)를 결합한 자립형 에너지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있다. 화장장 내부의 기술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

전기화장로, 빠르게 확산
네덜란드 화장로 제조사 DFW Europe은 2018년 세계 최초 수준의 상용 전기화장로를 공개했고, 2019년 6월 헬런(Geleen)의 Crematorium Nedermaas에서 첫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이후 전기화장로는 꾸준히 보급됐다. 2022년 말 기준 네덜란드 화장장의 약 11%가 전기화장로를 운영했고, 2023년에는 약 16%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업계는 집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2025년 현재 전체 화장의 약 18%가 전기화장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기화장이 이미 실증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보급 국면에 들어섰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유족 입장에서는 달라지는 것이 거의 없다. 장례 절차나 추모 방식은 기존과 동일하며, 변화는 화장장 내부의 연소 방식과 에너지 시스템에만 적용된다.
DFW Europe의 시험 자료에 따르면 전기화장로는 기존 가스화장로보다 화장 1건당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고,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도 현저히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감축 효과는 전력 생산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네덜란드에서는 친환경 효과가 더욱 커질 것으로 평가된다.
태양광으로 운영하는 화장장
전기화장로의 확산과 함께 화장장들은 태양광과 배터리를 활용한 자가발전 시스템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전력망 혼잡이 만든 자립형 화장장
제베나르(Zevenaar)에 새로 건설된 한 화장장은 전기화장로와 함께 태양광 패널 약 200장, 배터리 저장장치, 폐열 회수 설비를 갖췄다.
이러한 설계는 친환경 이미지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네덜란드의 심각한 전력망 혼잡(Netcongestie) 때문이다. 신규 대용량 전력 공급이 어려워 일반 가정 수준의 전력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자체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을 구축할 수밖에 없었다.
탈(脫)가스 화장장
브라반트 지역에서는 가스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는 화장장이 운영되고 있다. 지붕에 설치한 약 200장의 태양광 패널로 평상시 화장로를 가동하고, 겨울철처럼 발전량이 부족한 경우에만 재생에너지 전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태양광 177장과 냉각 시스템
또 다른 화장장은 태양광 패널 177장을 설치해 약 72kW를 생산하며, 하루 약 250kWh를 소비하는 전기화장로에 공급하고 있다.
또한 냉각 시스템을 함께 운영해 화장로와 건물 전체의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전력 효율을 높이고 있다.
수경시설까지 활용한 태양광 발전
일부 화장장은 지붕뿐 아니라 건물 앞 수경시설(waterpartij) 위에도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다. 여기에 약 40kWh 규모의 배터리 시스템을 결합해 야간이나 흐린 날에는 저장된 전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자가 소비율을 높이고 있다.
대규모 태양광 프로젝트
쥣펀(Zutphen)의 한 화장장은 이미 600장이 넘는 태양광 패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그린수소 생산 시설까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는 인허가와 부지 확보 등을 마친 상태로 알려졌다.
수소화장은 아직 연구 단계
전기화장과 달리 수소를 사용하는 화장장은 아직 네덜란드에 없다.
네덜란드 화장장협회(LVC)는 그린수소의 높은 비용 때문에 상용화가 어렵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만 일부 화장장에서는 수소화장, 전기화장, 하이브리드 화장로, 천연가스-수소 혼합연료, 지역 수소 공급 등을 비교하는 타당성 연구를 진행하며 장기적인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기화장이 가장 현실적인 탈탄소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수소는 미래 기술로 연구가 이어지는 단계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급된 DFW Europe의 전기화장로는 평균 약 110분이 소요된다. 전기화장이 가스화장보다 약 20분 정도 더 오래 걸린다. 초기에는 전기화장이 훨씬 느릴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실제 운영 데이터를 보면 가스화장로가 95분, 전기화장로는 약 105분 정도로, 차이는 10분 정도.
시간이 조금 더 걸리는 이유 전기화장로는 연료를 직접 연소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고온의 전기 발열체를 이용해 열을 안정적으로 공급. 급격한 화염 대신 일정한 온도로 가열하기 때문에 전체 과정이 조금 더 길어지지만, 온도 변화가 적어 내화재의 손상이 줄고 질소산화물(NOx) 배출도 감소하는 장점이 있다. 또한 화장로를 항상 예열 상태로 유지하면 이후 화장에서는 추가 전력 소비가 크게 줄어드는 구조이다.
종합
네덜란드는 화장 인프라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유족이 경험하는 장례 방식은 거의 달라지지 않지만, 화장장 내부에서는 가스화장로를 전기화장로로 교체하고, 태양광과 배터리 저장장치를 결합하는 친환경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태양광과 전기화장로를 결합한 화장장'은 더 이상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다. 아직 모든 화장장이 도입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여러 지역에서 운영되며 빠르게 확산되는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수소화장은 경제성 문제로 인해 당분간 연구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결국 네덜란드의 변화는 장례 문화의 변화라기보다 에너지 전환과 탈탄소 정책이 장례 산업까지 확장되고 있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죽음을 기리는 방식은 그대로 두되, 그 과정을 뒷받침하는 기술과 에너지는 지속가능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 스위스 루가노(Lugano) 시립 공원묘지 화장장내 가스식 화장로 2대를 친환경 전기 화장로(Electric Cremator) 2대로 교체하는 프로젝트
'엔딩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죽음도 지구를 오염시킨다"…다큐 '데스 붐' (0) | 2026.07.19 |
|---|---|
| 병원 장례식장은 어떻게 합법화됐나 (0) | 2026.07.16 |
| 중국, 병원에서 장례식장을 뜯어내다 (0) | 2026.07.15 |
| 케냐의 병원 장례식장, 그리고 시신을 담보로 잡는 사회 (0) | 2026.07.15 |
| 장례지도사, 근로자로 인정받아도 왜 여전히 가난한가 (0) | 2026.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