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편의’로 제도화된 병원 장례식장, 폐업 뒤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울산 남구 중앙병원 장례식장은 지난 10월 31일 운영을 종료하고, 11월 2일 폐업 신고를 마쳤다. 같은 지역 제일병원 장례식장도 폐업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과 함께 지역의 장례 문화를 담당해 온 시설들이 수익성을 이유로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폐업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다. 병원이 경영 여건에 따라 장례식장 운영을 중단하는 것도 법적으로는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번 폐업은 병원 장례식장이 그동안 어떤 이름으로 설명돼 왔는지, 법은 이를 어떻게 규정해 왔는지, 그리고 그 틈에서 무엇이 비어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사망자는 늘고 장례식장은 줄었다
울산의 장례식장은 2021년 20곳에서 2025년 17곳으로 줄었다. 최근 5년을 기준으로 보면 울산의 사망자 수는 21.6% 늘었다. 사망자는 증가하는데 장례식장은 감소하는 흐름이 나타난 것이다. 전국 장례식장도 2021년 1,107곳에서 2025년 1,075곳으로 줄었다.
장례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장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2025년 전국에서 치러진 빈소 없는 장례는 2만5,045건으로 전체의 7.1%를 차지했다. 업계에서는 실제 비중이 15~2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지방 중소 장례식장에서는 절반 가까이가 빈소 없는 장례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비용 차이는 크다. 일반적인 3일장 비용은 1,000만 원대 중반, 서울에서는 2,000만 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반면 빈소 없는 장례는 200만~300만 원대로 치를 수 있다. 경제적 부담이 커진 데다 조문 문화가 예전 같지 않으면서, 빈소를 차리지 않는 장례를 선택하는 유족이 늘고 있다.
폐업을 앞둔 제일병원 장례식장은 2025년 치른 50여 건의 장례 가운데 약 80%를 빈소 없이 진행했다. 장례식장 수익의 상당 부분은 빈소 임대료와 식음료 판매에서 나온다. 장례 건수가 유지되더라도 빈소를 이용하는 유족이 줄면 수익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중앙병원 장례식장은 노후 별관 보수를 위해 수십억 원대의 스프링클러 설치비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남구 관계자는 공사비 부담과 업황 침체를 함께 고려한 병원의 자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입장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시설이 문을 닫은 뒤 지역에 남는 문제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공익을 내세워 얻은 지위, 책임은 비워뒀다
병원 장례식장은 오랫동안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와 유족이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고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하는 편의시설로 설명돼 왔다. 일부에서는 장례식장을 병원 안에 있는 시체실이 현대사회에 맞게 발전한 형태이자, 필수 의료시설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 속에서 병원 장례식장에 대한 투자가 이뤄졌다. 신축과 개축이 진행됐고, 고급 인테리어와 적극적인 마케팅도 이어졌다. 병원 건물 10~15층에 빈소를 마련한 병원 연계 장례식장도 등장했다.
그러나 법이 규정한 병원 장례식장의 성격은 조금 다르다. 의료법 제49조는 의료법인이 의료업무 외에 장례식장을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다만 장례식장은 의료업의 필수시설이 아니라 의료법인이 선택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부대사업이다. 장례식장 수익 역시 의료업과 구분해 회계 처리하도록 돼 있다.
이 같은 법적 구분은 2011년 감사원 심사결정에서도 확인됐다.
당시 한 의료법인은 종합병원 안의 장례식장이 시체실의 현대적 발전형인 ‘필수 의료시설’이라며 취득세 감면을 신청했다. 건축법상 의료시설의 부수시설로 인정되고,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라 종합병원이 설치할 수 있는 시설인 만큼 의료업에 직접 사용하는 부동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감사원의 판단은 달랐다. 의료법상 시체실은 종합병원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시설이지만, 장례식장은 사망자와 유족의 장사 관련 편의를 위해 설치할 수 있는 임의시설이라는 취지였다. 의료법은 장례식장을 의료업무가 아닌 부대사업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건축법상 의료시설의 부수시설이라는 이유만으로 의료업에 직접 사용되는 시설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취득세 감면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결정은 병원 장례식장의 법적 위치를 분명히 보여준다. 병원 장례식장은 의료시설의 부수시설로 인정될 수는 있지만, 의료업에 반드시 필요한 필수시설은 아니다. 시체실과 장례식장은 법적으로 다른 시설이며, 장례식장은 의료법인이 선택적으로 운영하는 부대사업이다.
필요할 때는 공익, 사라질 때는 사업
병원 장례식장이 지금의 제도적 지위를 갖게 된 과정에는 법령 정비와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 2005년 대법원이 병원 장례식장의 건축법상 부속용도 인정 여부를 둘러싼 판단을 내린 뒤 관련 법령은 단계적으로 정비됐다. 2006년 의료법 개정으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에 장례식장 설치·운영이 포함됐고, 2007년 시행규칙을 통해 그 범위가 구체화됐다. 기존 시설을 위한 경과조치도 마련됐다.
정부가 내세운 명분은 의료기관의 경영 효율화와 환자·유족의 편의였다. 병원에서 사망한 환자를 다른 시설로 옮기지 않고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한 편익이었다. 병원 장례식장은 이런 편의와 공익적 필요성을 바탕으로 제도 안에 자리 잡았다.
하지만 법은 병원에 장례식장 운영 의무를 부여하지 않았다. 의료법인은 장례식장을 운영할 수 있지만 반드시 운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 장례식장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설명과, 법률상 선택 가능한 부대사업이라는 지위는 처음부터 함께 존재했다.
문제는 이 두 가지 언어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사용돼 왔다는 데 있다. 제도적 지위를 얻고 시설을 확장할 때는 환자 편의와 공익성이 강조됐다. 반대로 수익성이 악화해 운영을 중단할 때는 임의 부대사업이라는 법적 성격이 근거가 됐다.
‘필요한 시설’이라는 설명은 있었지만, 그 필요를 지속적으로 보장할 책임까지 법에 담기지는 않았다. 병원 장례식장은 운영할 권리는 얻었지만, 시설이 사라졌을 때 지역에 생기는 안치 공백을 책임질 의무는 지지 않았다.
이번 울산의 폐업이 드러낸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병원 장례식장의 법적 지위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그 시설이 사라진 뒤 발생하는 공백을 누가 메워야 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공백의 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병원 장례식장이 문을 닫는다고 해서 장례 절차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빈소 없는 장례가 늘수록 화장 전까지 고인을 모실 안치시설의 중요성은 커진다.
화장은 사망 후 24시간이 지나야 가능하다. 빈소를 차리지 않더라도 그때까지 고인을 모실 안치실과 입관을 준비할 공간은 필요하다. 그러나 국내에는 고인을 장기간 모실 수 있도록 설계된 전문 공공안치시설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무연고 사망자가 늘면서 안치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의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는 2021년 864건에서 2025년 1,496건으로 증가했다. 인천에서는 한 건당 평균 안치 기간이 32일에 이른다. 울산의 무연고 사망자도 2021년 60명에서 2025년 149명으로 4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에는 정육용 냉동창고와 냉동탑차까지 임시 안치시설로 동원됐다. 당시의 특수한 상황이라고만 넘기기에는, 지금도 장기 안치를 전제로 한 공공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
정부의 제3차 장사시설 수급 종합계획은 비상안치공간을 확보하고,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 지원율을 70%까지 높이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필요한 방향이다. 다만 이번 울산의 폐업 과정에서 공공 대체 시설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장례식장 운영 수익은 의료업 회계와 구분해 관리된다. 하지만 시설이 문을 닫은 뒤 발생하는 안치 공백과 추가 비용은 결국 유족과 지자체가 감당하게 된다. 운영의 이익과 폐업의 부담이 서로 다른 곳에 남는 구조다.

빈소가 사라져도 안치는 남는다
병원 장례식장의 폐업을 개별 병원의 경영 판단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필요할 때는 환자와 유족의 편의를 앞세워 제도적 지위를 얻고, 수익이 떨어지면 임의 부대사업이라는 이유로 문을 닫을 수 있다면, 그 사이의 부담은 결국 유족과 지자체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빈소와 조문객에 기대던 장례식장의 수익 기반은 무빈소의 확산과 조문객 감소로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 앞으로 문을 닫는 장례식장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제일병원 장례식장에서 2025년 치른 장례의 약 80%가 빈소 없이 진행됐다는 사실은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신호다.
하지만 빈소가 사라져도 화장 전까지 고인을 모시는 안치와 입관의 필요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빈소를 이용하지 않는 장례가 늘어날수록 장례시설에서 안치 기능이 차지하는 비중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장례시설도 안치 중심으로 재편될 필요가 있다.
현행 제도는 이런 변화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장사법은 장례식장의 시설 기준을 하위 법령에 맡기고 있고, 시행규칙은 빈소를 장례식장의 필수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안치만 담당하는 시설은 독립된 유형으로 자리 잡기 어렵고, 빈소를 갖춘 장례식장의 부속 기능으로만 존재한다.
빈소가 줄면 안치 기능도 함께 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이제는 장례식장과 안치시설을 제도적으로 분리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공이든 민간이든 안치시설을 별도로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길을 열고, 장기 안치와 무연고 사망자 안치를 감당할 수 있는 기준과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무연고 사망자는 늘고 있고, 장기 안치를 전제로 한 시설은 부족하다. 또다시 냉동창고와 냉동탑차를 찾는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안치시설을 단순한 수익사업이 아니라 지역의 기반시설로 바라봐야 한다. 시설의 설치와 운영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민간 시설이 폐업할 때 지역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까지 미리 준비해야 한다.
빈소를 이용할지는 유족의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화장 전까지 고인을 모실 자리마저 거주 지역과 경제적 형편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고인이 머물 자리를 마련하는 일은 논의가 모두 끝난 뒤로 미룰 수 없다. 누구나 언젠가 마주할 죽음 앞에서, 지금 사회가 준비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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