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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원의 문법…상조는 장례업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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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코 2026. 10. 15.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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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원 상조에서 렌털 결합까지, 가입자 확보 경쟁은 ‘장례’를 간판으로 내걸었다

요즘 상조 광고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100원이다. “장례 준비를 매달 100원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문구가 등장하고, 가입만 하면 15만 원 상당의 선물을 준다는 홍보도 뒤따른다. 가전 렌털과 영화·여행 할인까지 한데 묶은 상품도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품을 파는 상조회사는 법적으로 장례업체일까.

답은 '아니다'

상조가 장례를 전제로 한 상품인 것은 맞다. 그러나 법이 상조회사를 장례업체로 규율하는 것은 아니다. 상조의 본질은 장례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데 있다기보다, 장례를 약속하고 그 대가를 미리 받는 계약에 있다.

장례업의 바깥에 선 상조

장례식장과 화장시설, 봉안시설을 규율하는 법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다. 주무 부처도 보건복지부다. 반면 상조회사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상 선불식 할부거래업자에 해당하며, 소관 부처는 공정거래위원회다.

2024년 7월부터 통계 분류상 상조 서비스가 장례 관련 서비스업의 예시에 포함되기는 했다. 하지만 상조를 규율하는 법과 감독 체계가 장례업의 그것으로 바뀐 것은 아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분류상의 문제가 아니다. 법이 상조회사에 요구하는 핵심은 “장례를 잘 치르라”는 것이 아니라 "계약을 지키고, 소비자가 미리 낸 돈을 안전하게 관리하라"는 데 있다. 공정위가 매년 발표하는 주요 지표도 장례 서비스의 운영 실적이나 품질이 아니다. 계약자 수와 선수금 규모가 중심이다.

시장 역시 그 기준에 맞춰 커졌다. 올해 3월 말 기준 선불식 할부거래 계약자는 1,131만 명, 선수금은 11조 3,544억 원이다. 상조 상품만 놓고 보면 가입자는 1,107만 명에 이른다. 2022년 729만 명에서 4년 만에 51.9% 늘어난 수치다.

상조 시장의 성장을 보여주는 숫자이지만, 동시에 시장이 무엇을 경쟁하는지도 보여준다. 장례를 얼마나 잘 준비시키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계약자로 끌어들이고 얼마나 많은 선수금을 확보하느냐가 앞에 서 있다.

월 100원이 만든 구조

A사는 기존 선불식 상조 상품의 월 납입금이 평균 3만 원에서 6만 원에 달한다며, 이를 100원으로 낮췄다고 홍보한다. 장례가 발생할 때까지는 소액만 내고, 나머지 금액은 장례 후 한꺼번에 정산하는 방식이다. 500만 원에서 600만 원대였던 상품 가격을 200만 원대로 낮추고, 10년 뒤에도 같은 가격을 보장한다고 설명한다.

회사는 출시 직후 고객획득비용을 기준으로 경쟁사보다 50배 넘는 성과를 냈다고 밝혔다. 상품의 중심에 장례가 있지만, 사업의 언어는 장례가 아니라 고객획득비용이다. 이 상품이 얼마나 좋은 장례를 제공하는지보다, 얼마나 적은 비용으로 가입자를 모았는지가 성과의 기준이 된 셈이다.

B사는 매달 100원씩 300회, 총 3만 원을 내는 순수 상조 플랜을 판매한다. 영업 인력과 오프라인 지점 없이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구조라며, 상조 상품만으로 수익을 내는 모델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안내문에 따르면 가입 즉시 장례 행사를 이용할 수 있고, 아직 내지 않은 금액은 행사 때 일시납으로 정산한다.

여기서 100원은 상품의 최종 가격이 아니다. 가입 문턱을 낮추는 숫자에 가깝다. 소비자는 적은 부담으로 계약을 시작하지만, 실제 장례가 발생하면 남은 금액을 부담해야 한다. 100원이라는 숫자가 장례 비용 전체를 뜻하는 것처럼 읽힐수록 상품 구조를 오해할 가능성도 커진다.

장례보다 먼저 보이는 가전과 캐시백

B사의 100원 상조 페이지 제목은 “15만 원 상당 선물”이다. 최대 100만 원 페이백은 가전 렌털 고객에게 제공되는 추가 혜택으로 별도 안내된다. 월 9,900원부터 시작하는 렌털 가전과 상조를 결합한 라이프케어 플랜도 판매한다. 제휴카드를 사용하면 렌털 비용이 최대 0원이 된다는 광고도 붙는다.

가입 화면에서는 장례와 렌털, 영화·여행 할인까지 하나의 상품처럼 제시된다. 소비자에게 먼저 보이는 것은 장례 서비스의 내용이 아니라 사은품과 할인, 그리고 월 납입금이다.

상조가 장례를 준비하는 상품이라면, 왜 가입을 설득하는 가장 강한 문구가 가전과 페이백일까. 이 질문은 상조 시장의 경쟁이 실제로 어디를 향하는지 보여준다. 장례는 상품의 목적이라기보다 가입을 유도하는 표지판으로 기능하고 있다.

결합상품이 남긴 전례

상조와 가전을 묶어 판매하는 방식은 새롭지 않다. 그러나 결합의 외형이 소비자에게 계약 구조를 흐릴 수 있다는 문제는 반복해서 제기돼 왔다.

한국소비자원이 2020년 시중 결합상품 12개의 계약서를 조사한 결과, 상조 계약과 가전 계약이 별개라는 점을 명시한 곳은 3개뿐이었다.

공정위는 지난해 8월 상조사 4개 업체에 시정명령과 공표명령을 내렸다. 이들 업체는 2021년 1월부터 2024년 6월까지 “프리미엄 가전 증정”, “무료 혜택” 같은 문구로 회원을 모집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만기 12년에서 20년에 이르는 상조 계약과 별도로 3년에서 5년짜리 가전 할부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소비자원이 지난해 7월 결합상품 27개를 조사한 결과, 26개 업체는 만기 때 가전 대금까지 환급하겠다고 약정했다. 하지만 조사 대상 업체의 65.2%는 재무 구조가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구제 사례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품목은 노트북으로 31.0%를 차지했다. 피해자는 20대가 37.1%, 30대가 23.9%로 젊은 층에 집중됐다. 계약 해지 관련 분쟁이 58.0%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88.3%는 해지 과정에서 결합상품 대금이나 위약금이 과다하게 청구됐다는 내용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지난해 3월 단기 사은품과 만기 환급을 내세운 결합판매를 두고 외형 성장을 유도하는 ‘돌려막기’ 형태라고 평가했다.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미래의 환급과 혜택을 약속하지만, 그 약속을 감당할 재무 구조가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뜻이다.

가입자는 늘고, 1인당 선수금은 줄었다

지난 1년 동안 선불식 계약자는 171만 명 증가했다. 선수금도 1조 196억 원 늘었다. 시장 전체는 커졌지만, 계약자 1인당 평균 선수금은 약 108만 원에서 약 100만 원으로 낮아졌다.

이 변화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상조 상품에 가입하는 사람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새로 유입된 가입자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내는 상품에 들어왔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이 장례 서비스의 고가 상품 중심에서, 100원 상조나 결합상품 같은 저가·미끼형 상품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물론 1인당 평균 선수금만으로 상품의 건전성이나 소비자 피해를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입자 수가 급증하는 동시에 계약자당 평균 선수금이 낮아졌다는 사실은 분명한 신호다. 시장의 외형이 커졌다는 말만으로 소비자의 준비가 더 충실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절반만 지키는 안전판

상조 시장에서 소비자를 보호하는 핵심 장치는 선수금 보전이다. 업체는 소비자가 낸 돈의 50%를 보전해야 한다. 실제 보전 비율은 50.7%로 법정 하한선에 가까운 수준이다.

최근 5년간 폐업하거나 등록이 취소된 상조회사는 22곳이다. 이들이 보유했던 선수금은 5,661억 원에 달했다.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못한 피해보상금도 102억 원이었다.

올해 1월에서 8월까지 피해구제 신청은 254건으로, 지난해 연간 신청 건수인 202건을 이미 넘어섰다. 2021년 이후 누적 피해구제 신청의 56%는 해지와 위약금 분쟁이었다.

선수금의 절반만 보전하면 되는 제도 아래에서, 소비자는 자신이 낸 돈 전부를 보호받는 것이 아니다. 상조회사가 무너지면 장례를 치를 권리뿐 아니라, 계약을 해지하고 돈을 돌려받을 권리도 흔들릴 수 있다.

선수금은 누구를 위해 쓰였나

선수금을 지배주주에게 빌려주는 관행도 논란이 됐다. 이에 따라 규제가 처음 도입됐다.

개정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은 지난 8월 20일 국회를 통과해 9월 8일 공포됐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에 대한 신용공여 총액은 자본금의 50% 이내로 제한된다. 한도를 넘기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신용공여 현황은 분기별로 공시·보고해야 하고, 영업정지 사유도 기존 8개에서 31개로 늘어났다. 신용공여 한도 규제에는 시행 후 1년의 준비기간이 부여된다.

이 조치는 상조사의 돈이 소비자의 장례를 위해 모인 선수금인지,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자금 조달 수단인지 따져보겠다는 의미다. 상조 시장이 장례를 약속하는 계약으로 성장했다면, 그 약속을 지탱하는 돈의 행방도 투명해야 한다.

장례는 이름이고, 경쟁의 본체는 가입자다

상조는 장례를 전제로 한다. 하지만 법적으로 상조는 장례업이 아니라 선불식 할부거래업이다. 시장을 관리하는 기준도 장례의 품질이 아니라 계약자 수, 선수금, 보전 비율, 해지와 환급이다.

하지만 광고는 이 법적·사업적 구조를 소비자에게 다르게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는 선불식 할부계약인데도, 광고에서는 장례 준비 서비스가 상품의 중심인 것처럼 제시한다. 100원이라는 월 납입금으로 진입장벽을 낮추고, 가전과 사은품, 페이백으로 가입을 재촉한다. 장례는 상품의 가장 중요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실제 판매 현장에서 가장 강하게 작동하는 것은 장례 이후가 아니라 가입 직전의 혜택이다.


문제는 100원 자체가 아니다. 소비자가 100원을 장례 비용으로 오해하도록 만드는 방식, 상조와 가전의 계약을 하나의 혜택처럼 보이게 하는 방식, 그리고 미래의 환급을 앞세워 현재의 가입자를 늘리는 방식이 문제다.

상조 시장은 장례를 팔아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장례를 명분으로 계약과 선수금을 늘리며 성장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확인해야 할 것도 “어떤 장례를 제공하느냐”에 앞서 “무엇에 얼마를 내고, 언제 해지할 수 있으며, 내 돈은 어디에 보전되는가”다.

장례를 앞세운 광고만으로는 상조를 장례업이라 부를 수 없다. 상조의 실체를 가르는 것은 간판이 아니라 계약서이고, 성장의 안전성을 가르는 것은 가입자 수가 아니라 선수금을 끝까지 지킬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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