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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로 만나는 추모, 목소리로 만나는 추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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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코 2026. 10. 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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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뒤 이름과 사진은 남는다. 그러나 그 사람이 내 이름을 부르던 숨결, 말끝이 살짝 올라가던 버릇, 웃음을 참으며 건네던 농담의 속도는 어느 사이 기억의 가장자리로 밀려난다.

얼굴보다 오래 남는 것은 오히려 목소리다. 휴대전화 깊숙한 곳에 잠든 짧은 통화 녹음 한 줄이 어떤 이에게는 한 사람의 전부가 되는 까닭이다. 그 빈자리에 기술이 조심스레 다가서고 있다. 국내 AI 기업 딥브레인AI의 추모 서비스 '리메모리(Re;memory)'와 AI 음성 기업 '바이스원(Vaice One)'이다.

얼굴로 만나는 추모, 리메모리

리메모리는 2022년 6월 공개되었다. 고인의 얼굴과 목소리, 표정을 가상 인간으로 남기는 서비스다. 초기에는 생전에 스튜디오를 찾아 세 시간가량 촬영하고 인터뷰해야 했다. 기억을 남기려면 먼저 준비한 사람이어야 했던 셈이다.

문턱은 리메모리2에서 낮아졌다. 사진 한 장과 10초 분량의 음성이면 닮은 얼굴이 만들어지고, 이미 세상을 떠난 이도 예외가 아니게 되었다. 유족은 상조 상품과 연계된 경로로 장례지도사를 통해 신청할 수 있고, 장례식장에는 AI로 완성한 영정 영상이 놓일 수 있다.

딥브레인AI는 이 서비스가 장례식을 넘어 결혼식에도 쓰였다고 소개한다. 부모님이 영상 속에서 자녀의 결혼을 축하하는 장면이다.

목소리로 만나는 추모, 바이스원

바이스원은 그리움을 목소리의 결에서 찾는다. 통화 녹음과 영상, 오래된 음성 파일에서 말투와 억양, 말의 속도, 생전에 즐겨 하던 표현까지 되살리려 한다. 사진과 엮어 영상으로 만들 수도 있다.

2025년 4월 정식 출시된 이 서비스는 결혼식, 생일, 기일 같은 자리에서 쓰였다고 회사는 밝힌다. 한국에서는 어머니를 떠나보낸 지 몇 해가 지난 딸의 결혼식에서 어머니의 목소리로 축복의 메시지가 전해진 일이 있었다. 방송에서도 같은 기술로 복원된 어머니의 모습과 음성이 전파를 탔다.

2026년 10월에는 일본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IT 전시회에서 이 서비스를 해외에 처음 선보였다. 고령화가 진행 중이고 한국과 가깝다는 점이 일본을 첫 무대로 고른 이유였다.

두 서비스는 무엇이 다른가

두 서비스를 가르는 것은 기술의 우열이 아니라 무게중심이다. 리메모리는 정면 사진 한 장과 짧은 음성으로 얼굴과 표정까지 갖춘 AI 휴먼을 만들고, 상조 상품과 연계해 장례 현장에 닿는다. 바이스원은 통화 녹음 같은 짧은 음성 데이터에서 말투와 억양의 결을 복원하는 데 무게를 두고, 결혼식이나 기일처럼 개인이 의뢰하는 자리와 방송 협업으로 이어진다.

누군가에게는 얼굴이 먼저일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말끝의 떨림이 전부일 것이다. 그리움에는 정해진 문법이 없다.

기술 앞에 놓여야 할 것

목소리를 되살리는 일은 한 사람의 가장 사적인 흔적을 다시 쓰는 일이기도 하다. 고인이 생전에 이를 원했는지, 어디까지가 유족의 몫인지, 만들어진 말이 고인의 뜻을 왜곡하지는 않는지 같은 물음이 뒤따른다.

바이스원이 일본 진출에 앞서 유족의 동의 확인과 음성 데이터 취급 원칙을 현지 법령에 맞춰 정하겠다고 밝힌 것도 그래서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그 앞에는 동의와 존중이 먼저 놓여야 한다.

기술은 사람의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다. 

 

다만 그 빈자리 곁에 조용히 앉아 줄 수는 있다. 사진 한 장, 10초의 녹음, 낡은 통화 기록이 어느 날 다시 입을 열 때, 우리가 듣게 되는 것은 기계의 소리가 아니라 오래 기다려 온 마음의 울림일지 모른다.

목소리는 끝내 남고, 남은 사람은 그 목소리와 함께 한 번 더 작별을 배운다.

여러분의 휴대전화에는 아직 지우지 못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있습니까.



※참고: 딥브레인AI 리메모리·리메모리2 관련 보도(AI타임스, 한국경제, 유니콘팩토리), 바이스원 관련 보도(빅데이터뉴스 2025.04.16, 전자신문 2025.07.07), 일본 Japan IT Week 보도자료(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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