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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미국의 야외화장

미국 유일의 야외화장터, 콜로라도 크레스톤

 


미국에서 야외 장작더미 위에 시신을 올려 태우는 화장, 이른바 '야외화장(open-air cremation)'이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은 전국에서 단 한 곳뿐이다. 콜로라도주 남부 산루이스 밸리, 인구 150명 남짓의 소도시 크레스톤(Crestone)이다.


이 화장을 운영하는 단체는 '크레스톤 생애말기 프로젝트(Crestone End of Life Project·CEOLP)'다. 2007년 창설된 비영리 자원봉사 조직으로, 종파를 가리지 않는다. 2008년 1월 첫 야외화장을 시행한 이래 2026년 현재까지 94건의 화장을 진행했다.


화장터 구조와 절차


화장터는 콘크리트와 벽돌로 쌓은 노(爐) 위에 쇠창살을 얹은 구조다. 대나무 울타리로 둘러싸인 원형 공간 안에 자리하며, 의례를 위한 성스러운 장소로 설계됐다.


절차는 이렇다. 시신은 천연 소재 수의에 싸여 나무 들것에 얹힌 채 야외 노 위에 놓인다. 행렬에 참가한 유족과 지인이 한 명씩 향나무 가지를 시신 위에 올린다. 이후 유족이 직접 불을 붙이는 것도 가능하다. 화염은 섭씨 800도를 넘기며 연소 과정은 약 3시간. 유골재가 수습 가능한 온도로 식기까지는 18시간 이상이 걸린다. 남는 유골재는 약 11리터 분량이다.


의식의 형식은 유족이 선택한다. 소수 가족만의 조용한 작별부터 음악·기도·찬팅이 어우러진 대규모 행사까지 다양하다. 불교·힌두교·기독교·무종교 등 어떤 전통에도 열려 있다.


법적 근거와 운영 조건


야외화장은 미국 대부분의 주에서 사실상 불법이다. 기존 화장 관련 법령이 모두 밀폐형 화장로를 전제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크레스톤이 예외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주(州) 및 카운티 당국으로부터 별도 허가를 취득했기 때문이다. 화장이 예정될 때마다 사게이치(Saguache) 카운티 보안관실·소방서·검시관에게 사전 통보하는 것이 의무다.


이용 자격에도 제한이 있다. 고인이 생전에 사게이치 카운티에 최소 90일 이상 거주했어야 하고, 생전에 CEOLP에 사전 등록을 마쳐야 한다. 지역 거주 요건을 두는 이유는 명확하다. 외부인의 유입으로 공동체가 '야외화장 관광지'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실제로 초기에는 일부 주민의 반발도 있었다.


비용은 기부금 형식으로 425달러를 요청한다. 허가 취득 비용을 충당하고, 유족 상담·화장 전 시신 안치·장작 준비 등에 쓰인다. 사실상 실비 수준이다.


왜 크레스톤인가


크레스톤은 원래 이색적인 도시다. 선불교·티베트 불교·카르멜 수도회·힌두 아슈람 등 수십 개의 영적·종교 공동체가 공존하는 곳으로, 미국 내에서도 특이한 위상을 갖는다. 인구는 적지만 죽음에 대한 다양한 전통과 감수성이 축적된 곳이었기에, 야외화장이라는 관행이 지역 사회의 동의 속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


콜로라도 칼리지의 종교학 교수 데이비드 웨들(David Weddle)은 야외화장의 의미를 이렇게 정리했다. 장작 연기가 하늘로 오르는 것은 영혼의 상승을 상징한다는 성경적 전통과도 맞닿아 있고, 한편으로는 죽음을 부정하는 관행으로 여겨지는 전통적 장례 방식에 대한 저항이기도 하다고.


미국 전역에서 단 94건. 숫자는 작다. 그러나 죽음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둘러싼 선택지가 얼마나 좁게 제도화되어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이 숫자가 보여준다.

 

https://crestoneendoflifeprojec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