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석장, 혁명의 학살, 그리고 묘지
이 묘지가 서 있는 땅은 원래 석고 채석장이었다. 파리 혁명기, 공포정치(1793~1794) 시절 단두대에서 목이 잘린 시신들을 어딘가에 버려야 했을 때 이 채석장이 그 용도로 쓰였다. 수만 명이 처형되던 시절의 임시 매장지 위에 1825년 공식 묘지가 조성됐다. 땅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알면서 그 위에 걷는 것이다.

처형자와 희생자가 같은 묘지에 누워 있다
처형자의 이야기도 있다. 샤를 앙리 상송(1739~1806)은 프랑스 왕실 사형집행인이었다. 40년간 집행인으로 일하며 루이 16세를 포함해 약 3천 명의 목을 직접 잘랐다. 대대로 이어지는 집행인 가문의 4대째였고 그의 아들도 가업을 이었다. 그 상송이 이 묘지에 묻혀 있다. 혁명의 희생자들이 묻혔던 바로 그 땅에.

색소폰 발명가는 고양이가 무덤으로 안내했다
색소폰을 발명한 아돌프 삭스(1814~1894)도 이 묘지에 잠들어 있다. 어머니가 "저 아이는 저주받은 아이"라고 했을 만큼 삭스는 어린 시절 익사 직전, 3층에서 추락, 두 번의 독극물 사고, 폭발, 질식 등 온갖 사고를 겪고도 살아남았다. 세상에서 가장 재즈다운 악기를 만든 사람이 가난 속에서 폐렴으로 숨졌다. 그의 무덤은 워낙 소박해서 찾기 어렵기로 유명한데, 방문객들 사이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그 무덤 앞에 앉아 있어 위치를 알게 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리 위로 산 자가 지나고, 다리 아래 죽은 자가 눕는다
1888년 묘지 위에 철제 다리가 놓였다. 콜랭쿠르 다리(Pont de Caulaincourt)가 묘지 일부를 가로질러 지난다. 매일 파리 시민들이 그 위를 걸어 출퇴근한다. 다리 아래 가장 어둡고 음침한 구석에 달리다의 무덤이 있다.

달리다... 비극의 디바
이집트 카이로에서 자라 파리에서 전설이 된 가수 달리다는 1987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여러 연인을 잃었고, 그 연인 중 일부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녀가 살던 몽마르트르 골목에는 흉상이 세워져 있는데, 가슴을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속설 때문에 그 부분만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다. 묘지 안 무덤에는 실물 크기의 황금빛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가장 슬픈 가족 이야기
유대계 프랑스 은행가 모이즈 드 카몽도(1860~1935)와 그의 아들 니심 드 카몽도(1892~1917, 1차 대전 전투기 조종사)가 나란히 묻혀 있다. 두 사람 모두 그 후에 벌어질 일을 알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1943년, 그들의 나머지 가족 전원이 비시 정부와 나치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아버지와 아들은 묘지에서 그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나폴레옹 요리사의 죽음
프랑스 오트 퀴진의 창시자 마리 앙투안 카렘(1784~1833)이 이 묘지에 있다. 나폴레옹의 요리사였던 그는 48세에 요절했는데, 환기 시설이 없던 시대의 주방에서 숯 연기를 수십 년간 들이마신 것이 원인이었다. 가장 화려한 식탁을 만든 사람이 그 식탁에 죽임을 당한 셈이다.

니진스키 — 페트루슈카로 잠들다
전설적인 발레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의 무덤에는 스트라빈스키 발레 '페트루슈카'의 주인공 꼭두각시 인형 모습을 한 조각상이 얹혀 있다. 니진스키는 말년을 정신병원에서 보냈다. 세상에서 가장 높이 도약했던 사람이 꼭두각시 인형으로 잠들어 있다.
에밀 졸라의 유골은 여기 없다
에밀 졸라는 이 묘지에 묻혔다가 나중에 팡테옹으로 이장됐다. 그런데 묘지에는 아직 졸라의 비석이 남아 있다. 유골은 없지만 무덤은 있다. 국가가 위인으로 인정한 사람들은 이 묘지에서 팡테옹으로 옮겨지는 관행이 있다. 죽은 뒤에도 이사를 가는 것이다.

고양이들
묘지에는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산다. 쫓겨나지 않는다. 무덤 사이사이에 밥그릇이 놓여 있다. 어떤 고양이는 특정 무덤 근처를 오래 지킨다. 니진스키 무덤 근처에서는 검은 고양이가 자주 목격된다고 한다. 누가 일부러 배치한 것이 아니다. 그냥 거기 있다.
이 묘지 하나에 혁명의 학살, 처형자, 희생자, 요리사, 발명가, 디바, 무용수, 은행가가 다 섞여 있다. 한국 봉안당처럼 격리되거나 분류되지 않는다. 죽음이 그냥 도시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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