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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모나드

 

모나드

태초의 바다, 40억 년의 고요
어둠 속에서 쪼개지는 하나의 빛
너는 나였고, 나는 다시 우리가 되어
멈추지 않는 세포의 강을 이루었지

그곳엔 끝도, 슬픔도, 노화도 없던 시간
복제된 영혼들이 유영하던 영생의 정원
우리는 단세포(Monad), 쉼표 없는 문장처럼
생명의 마침표를 잊은 채 흘러왔어

6억 년 전 어느 날, 우연한 돌연변이
협력의 이름으로 맺은 필멸의 계약
생식(Germline)의 불멸을 위해
체세포(Soma)는 기꺼이 잠들기를 택했네

 


죽음은 진화가 그려낸 정교한 환상
생존을 위해 선택한 아름다운 거짓일 뿐
우리는 40억 년을 멈추지 않고 흐르는 하나의 강
잠시 다세포의 옷을 입고 자아를 꿈꾸네

사라지는 건 기억이라는 전기 신호뿐
생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끊긴 적 없으니
너의 죽음은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귀환
원래부터 우리는 모나드, 영원한 모나드

필멸의 공포가 비옥한 양분이 되어
인간의 뇌는 공포를 먹고 꽃을 피웠지
위험을 피하려 지능의 성벽을 쌓고
사라질 자아를 위해 예술과 문명을 새겼어

 


하지만 보렴, 뇌 속의 그 뜨거운 감정조차
시스템이 멈추면 흩어질 안개일 뿐
자아라는 감옥 문을 열고 한 걸음 나서면
너를 구성하던 원자들은 다시 춤을 추네

구조는 해체되고, 협력은 끝이 나도
너를 전달하던 유전자의 노래는 계속돼
물질은 순환하고 에너지는 모양을 바꿀 뿐
우주라는 거대한 단세포는 눈을 감지 않아

 


죽음은 진화가 그려낸 정교한 환상
생존을 위해 선택한 아름다운 거짓일 뿐
우리는 40억 년을 멈추지 않고 흐르는 하나의 강
잠시 다세포의 옷을 입고 자아를 꿈꾸네

사라지는 건 기억이라는 전기 신호뿐
생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은 끊긴 적 없으니
너의 죽음은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귀환
원래부터 우리는 모나드, 영원한 모나드

 


단세포에서 다세포로
다시 다세포에서 단세포로
끝이 없는 원(圓)
너는 죽은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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