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장례는 아직 가족의 몫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떠난다. 연간 사망자는 2020년 30만 4,948명에서 2024년 35만 8,569명으로 4년 사이 17.6% 늘었고, 2025년에는 36만 2,968명에 이르렀다. 장례를 치러야 하는 가족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그 책임은 여전히 가족에게 집중되어 있다. 가족이 곁에 없을 경우에만 사회가 나선다. 2025년 무연고로 처리된 시신은 7,171명으로, 4년 만에 두 배가 되었다. 그중 네 명 중 세 명은 연고자가 있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한 경우였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장례를 치르는 일은 가족의 형편과 관계에 따라 전혀 다르게 남겨진다. 장례의 기본 비용마저 가족의 형편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것일까. 한때 건강보험에는 가입자가 세상을 떠난 뒤 남은 가족에게 장례비를 지급하는 제도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그 제도가 어떤 취지로 운영됐고 왜 폐지됐는지 돌아보는 일은,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복지가 무엇인지 묻는 일이기도 하다.
평생 낸 보험료가 건네던 25만원
한국에도 모든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장례비를 지급하던 때가 있었다. 2000년 7월 1일 이후 가입자가 사망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실제로 장례를 치른 가족에게 25만원을 지급했다. 사망 신고를 하러 간 시청 민원실이나 동사무소에서 신청할 수 있었고, 사망일로부터 3년 안에 청구하면 됐다. 가난하든 넉넉하든 건강보험 가입자라면 누구나 받을 수 있는 돈이었다. 액수의 크고 작음과 별개로, 건강보험이 가입자의 생애 마지막과 남은 가족의 부담까지 일부 책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물론 25만원이 장례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에 충분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1년 조사한 화장시설 이용 장례의 평균 비용은 1,208만원이었고, 25만원은 그 2%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이 급여는 장례비를 전부 보전하는 제도라기보다, 장례를 가족만의 책임으로 남겨 두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표시였다. 당시 노동계는 장제비를 건강보험의 유일한 현금급여로 부르며, 저소득층 가입자의 낮은 보장성을 보완해 왔다고 설명했다. 작은 금액이었지만, 평생 보험료를 낸 사람과 남은 가족에게 사회가 마지막으로 건네던 지원이었다.
2008년 1월 1일, 사라진 급여
그 25만원 장제비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2007년 12월 27일 건강보험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2008년 1월 1일 이후 사망한 가입자부터 장제비를 받을 수 없게 됐다. 2007년 말 이전에 사망한 사람의 유족에게만 3년 동안 청구할 수 있는 길이 남았고, 사망 신고를 하던 자리에서 함께 장제비를 신청하던 창구도 사라졌다.
제도가 없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짧았지만, 그 뒤에 남은 부담은 유족의 몫으로 돌아갔다. 당시 노동계는 장제비 폐지로 522억원이 절감된다며, 저소득층을 위한 급여를 없애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25만원은 장례 전체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적은 돈이었지만, 그 돈마저 사라지자 건강보험이 가입자의 마지막과 남은 가족을 함께 책임지던 흔적도 사라졌다.
장제비를 지급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는 지금도 남아 있다. 건강보험법은 공단이 장제비와 상병수당 같은 부가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시행령에 구체적인 지급 기준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입자에게 장제비는 돌아오지 않고 있다. 법에는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는 멈춰 있는 셈이다.
태어날 때는 넓히고, 떠날 때는 지웠다
장제비가 사라진 뒤 건강보험의 부가급여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2008년 12월, 건강보험은 임신한 가입자에게 출산 전 진료비 20만원을 지원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지원액은 2010년 30만원으로 늘었고, 2022년 1월에는 한 자녀 기준 100만원이 됐다. 다태아에게는 140만원을 지원한다. 현재 시행령에 따라 지급되는 부가급여는 이 임신·출산 진료비가 유일하다. 다만 국민행복카드 이용권으로 진료비를 결제하는 방식이어서, 현금으로 지급되던 장제비와는 성격이 다르다.
아이의 탄생을 지원하는 일은 당연히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지원의 확대가 아니라, 같은 건강보험 안에서 생의 서로 다른 순간이 차별적으로 다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쪽의 지원은 2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늘어났지만, 다른 한쪽은 25만원에서 0원이 됐다. 태어나는 사람을 맞이하는 비용에는 사회가 함께 나서면서, 떠나는 사람을 보내는 비용은 다시 가족에게 남겨졌다.
복지가 사람의 생애를 살피는 일이라면, 삶의 시작과 마지막을 서로 무관한 영역으로 나눌 수는 없다. 어느 한쪽의 지원을 줄이자는 뜻이 아니라, 가족이 가장 취약해지는 순간에 사회가 어디까지 함께 책임질 것인지 묻는 일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상징적인 지원에 머무는 장제비가 아니라, 누구나 최소한의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본장례비다.

숨진 뒤에도 남는 고지서
장례를 둘러싼 부담은 장례식장에서 시작되지도, 그곳에서 끝나지도 않는다. 건강보험료는 월 단위로 부과된다. 한 의사단체는 가입자가 월초에 사망하더라도 유족에게 그달 보험료 전액을 청구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보험료를 일할 계산하는 방식과 폐지된 장제비를 대신할 유족 지원책을 요구했다.
평생 보험료를 낸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마지막 달의 보험료는 그대로 청구되는데, 유족에게 돌아오는 지원은 없다. 제도의 계산은 사망한 사람의 시간보다 길게 이어지고, 그 고지서를 받아 드는 사람은 남은 가족이다. 그래서 장제비의 부재는 단순히 25만원이 사라진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 순간의 부담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사람이 떠난 뒤에도 존엄을 지킬 최소한의 비용을 누가 책임질 것인지에 관한 문제다.
남아 있는 지원은 좁다
현재 장례비를 직접 지원하는 제도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1구당 80만원을 지급하는 장제급여가 사실상 중심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조사한 평균 장례비는 1,380만원이었다. 장제급여는 그 6% 수준이다. 일반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는 별도의 장제비가 없다.
지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가족의 형편이 어려운지, 연고자가 있는지에 따라 도움의 문턱이 달라진다. 누구나 죽음을 맞지만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보호받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장례조차 개인의 경제력과 가족의 유무에 맡겨 둔다면, 복지는 가장 약한 순간에 작동하지 않는 제도가 된다.
일본은 사정이 다르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사망하면 지금도 지자체에 따라 3만~7만엔, 우리 돈으로 약 27만~63만원의 장제비를 지급한다. 직장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는 5만엔, 약 45만원의 묘지 비용을 주기도 한다. 액수의 차이보다 눈여겨볼 점은, 장례를 공적인 보장의 한 영역으로 다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도 외국의 제도를 그대로 복사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누구나 기본적인 장례를 치를 수 있을 만큼의 비용을 공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은 배울 수 있다.
화장장이 먼 사람들
장례비 부담은 사는 곳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한국의 화장장은 전국에 62곳이며, 1곳을 제외하고 모두 공영 시설이다. 관내에 화장장이 없는 지자체는 85곳이고, 거주지 밖에서 화장한 사례는 8만 9,882건에 달했다. 거주지 밖 화장장을 이용하면 비용은 평균 65만원으로, 관내 이용 비용인 10만원보다 6.5배 비싸다. 가까운 곳에 시설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유족은 더 많은 비용과 이동의 수고를 감당해야 한다.
화장장 건립에 대한 국비 지원 기준도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가는 시설 면적 1㎡당 150만원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산정하는데, 이 기준은 2008년 이후 조정되지 않았다. 그사이 공사비와 설비비가 오르면서 부족한 비용은 지방자치단체의 몫이 됐다. 결국 화장장이 부족한 지역의 유족은 먼 곳까지 이동해야 하고, 그에 따른 추가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장례를 치르는 날, 슬픔을 추스를 겨를도 없는 유족에게 거주지에 따른 비용 격차가 또 다른 부담으로 남는 것이다. 누구나 언젠가 장례를 치르지만,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마지막을 보내는 비용이 달라진다.

다른 나라들이 보여 주는 길
다른 나라들은 장례를 가족에게만 맡기지 않기 위해 각자의 방식을 마련해 왔다. 스웨덴은 모든 거주자가 소득의 0.292%(2026년 기준)를 장례 부담금으로 내고, 그 재원으로 화장과 25년간의 묘지 사용을 보장받는다. 노르웨이는 지자체 예산으로 묘지를 운영해 주민이 묘지를 20년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중국은 장례의 기본 서비스를 목록으로 정하고 가격을 법으로 관리하며, 2,500곳이 넘는 지역에서 일반 주민의 장례 비용을 지원한다.
제도의 형태와 지원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공통된 생각이 있다. 장례는 한 가족만의 사적인 일이 아니라, 한 사람이 공동체를 떠나는 과정이며 사회가 함께 감당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 우리에게도 이 원칙이 필요하다. 기본장례비를 국가와 건강보험이 보장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과 연고가 없는 사람에게는 그 이상의 지원을 제공하는 이중의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반론도 함께 살펴야 한다
장제비를 다시 도입하자는 주장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반론이 따른다. 25만원의 일시금만으로는 전체 장례비에 비해 실효성이 크지 않고,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은 진료 보장에 우선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다. 재정의 우선순위를 묻는 타당한 질문이다.
그렇다고 장례 지원을 논의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필요한 재원의 규모를 따져 보면 논의의 현실적인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사망자 36만 2,968명 모두에게 25만원씩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약 907억원, 50만원씩이면 약 1,815억원이 필요하다. 실제 대상과 지급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이는 재정 규모를 가늠하기 위한 단순한 계산이다.
이 계산이 보여 주는 것은 과거의 25만원을 그대로 되살릴 것인지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장례의 기본 비용을 사회가 어느 수준까지 책임질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원액이 너무 적어 실효성이 낮다면, 제도를 없앨 것이 아니라 필요한 항목과 적정한 금액을 다시 정해야 한다.
안치와 입관, 운구와 화장 또는 매장처럼 누구에게나 필요한 절차를 기본 서비스로 정하고, 그 비용을 기본장례비로 보장하는 방식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것인지, 장례의 부담을 사회가 어디까지 나눌 것인지 이제는 추상적인 논의에 머물지 않고 구체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이제 다시 생각할 때
2008년 사라진 25만원은 단순히 한때의 급여가 아니다. 그것은 건강보험이 사람의 생애를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 보여 주던 하나의 기준이었다. 삶의 시작을 지원하는 제도는 넓히면서 삶의 마지막을 돕는 제도는 없애는 것이 과연 일관된 복지인지, 이제 다시 물어야 한다. 그리고 답은 분명해야 한다. 장례의 기본 비용을 개인과 가족에게만 떠넘기는 사회는 완성된 복지국가가 아니다.
앞으로 검토할 과제는 분명하다. 건강보험 가입자에게 최소한의 장례비를 다시 지원하는 데서 멈추지 말고, 안치·입관·운구·화장 등 필수적인 장례 절차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기본장례비를 확대해야 한다. 이 지원은 가입자의 가족관계나 소득에 따라 임의로 달라지는 시혜가 아니라,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사회보장이어야 한다. 여기에 저소득층과 무연고 사망자에게는 추가 지원을 더해야 한다.
사망한 달의 건강 보험료는 일할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장례의 기본 서비스를 정해 비용을 공개해야 한다. 화장장이 없는 지역에는 인접 지자체와 공동으로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2008년 이후 동결된 화장시설 국비 지원 단가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무연고 사망자에 대한 공영장례 지원 기준 역시 전국적으로 정비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장례를 가족의 사적 부담에서 사회적 권리로 옮기는 구체적인 첫걸음이다.
가족을 떠나보내는 날, 남은 사람들이 비용부터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곁에 가족이 없는 사람에게도 사회가 마지막까지 책임을 다하는 사회. 그것은 과도한 요구가 아니다. 오히려 기본장례비를 보장하는 일은 복지국가라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다.
장제비는 상징에 그쳐서는 안 된다. 누구나 기본적인 장례를 치를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확대되어야 한다. 사람이 태어날 때 사회의 축하와 지원을 받고, 살아가는 동안 건강보험의 보호를 받는다면, 떠나는 순간에도 최소한의 존엄을 보장받아야 한다. 한 사람이 떠난 뒤 남은 사람들이 감당해야 할 몫을 덜어 주는 일,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공동체가 마지막까지 존중하는 일. 그것이 장례를 기본장례비로 보장하는 복지국가의 모습이며, 우리 사회가 이제 완성해야 할 마지막 안전망이다.

기본장제비가 장례의 비용을 보장하는 제도라면, 공공안치시설은 장례가 시작될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하는 제도다. 둘 중 하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누구나 경제력과 가족관계, 거주지에 관계없이 고인을 안전하게 모시고 마지막 절차를 치를 수 있을 때, 장례는 비로소 개인의 부담을 넘어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복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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