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평생 수많은 옷을 자기 손으로 고른다. 무엇을 입을지, 어떤 색을 좋아할지, 어떤 옷이 나다운지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정작 자신의 마지막 옷은 가족이나 장례업체가 정해 주는 대로 입고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생 자신의 몸에 걸칠 옷을 스스로 선택해 온 사람이, 마지막 한 벌만큼은 선택권을 잃는 것이다.

일본의 변화
이웃나라 일본도 오랫동안 고인에게 흰 기모노 형태의 수의를 입혀 보내는 관습을 이어왔다. 그러나 인생의 마무리를 스스로 준비하는 슈카츠 문화가 확산되면서 2010년대 초부터 새로운 선택지가 등장했다. 이름하여 엔딩드레스와 엔딩수트다.
엔딩드레스는 납관 때 입는 드레스로, 레이스와 개더로 화사하게 짓고 연분홍이나 연한 파랑처럼 얼굴빛을 밝혀 주는 색을 쓴다. 투병으로 야윈 몸도 편안하게 감싸도록 여유 있게 재단하고, 사후경직을 고려해 입히기 쉽게 만든다. 남성은 평소 즐겨 입던 정장을 고르거나 엔딩수트를 준비한다. 옷의 종류가 무엇이든 핵심은 같다. 그 사람다운 모습으로 배웅하겠다는 마음, 그리고 죽음 앞에서도 무엇을 입을 것인가를 스스로 선택하겠다는 뜻이다.
우리의 수의는 원래 어떠했나
오늘날 한국의 장례식장에서 흔히 보는 것은 누런 삼베 수의이다. 그러나 조선시대의 수의는 사정이 달랐다. 기본 원칙은 고인이 생시에 입던 예복이나 가장 좋은 옷을 쓰는 것이었고, 옷감도 명주나 비단류가 널리 쓰였다. 관리는 관복을, 유학자는 심의를, 여성은 혼례 때 입었던 옷을 준비했다.
수의를 생전에 미리 준비해 두는 풍습도 있었다. 이는 오늘날 일본의 슈카츠와 본질이 같다. 우리의 옛 전통은 모두에게 똑같은 한 벌이 아니라, 저마다 가장 좋은 옷을 스스로 마련해 입고 떠나는 것이었다.
전통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변화
그러나 오늘의 현실 앞에서는 몇 가지 물음이 남는다. 거친 삼베가 낯설고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있고, 선택지가 사실상 하나뿐이어서 고인의 삶과 취향을 담기 어렵다. 장례가 급박하게 흘러가는 가운데 정작 본인의 뜻은 묻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화장이 일반화되면서 값비싼 수의를 굳이 입힐 이유도 줄었다.
삼베 수의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그 곁에 더 많은 선택지를 놓자는 제안이다. 그것은 새로운 시도인 동시에, 각자 가장 좋은 옷으로 떠나던 옛 뜻을 되살리는 일이기도 하다.

한국적이고 현대적인 엔딩수의를 위한 다섯 가지 제안
첫째, 소재를 넓힌다. 삼베도 여전히 선택지 중 하나로 존중하되, 부드러운 면이나 린넨 등 화장에 적합한 천연 소재의 수의도 함께 고를 수 있어야 한다. 금속 장식과 가죽처럼 타지 않는 재료는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둘째, 디자인을 확장한다. 정장, 드레스, 평소 아끼던 옷은 물론 우리 옷의 선을 살린 수의까지 본인이 고를 수 있어야 한다. 한국의 색감과 문양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엔딩수의는 일본의 엔딩드레스와 구별되는 우리만의 개성이 될 수 있다.
셋째, 입는 사람을 배려한 재단을 갖춘다. 사후경직에도 수월하게 입힐 수 있고, 투병으로 달라진 체형도 단정히 감싸는 설계가 필요하다.
넷째, 생전에 준비하는 문화를 되살린다. 수의를 미리 준비하던 옛 풍습을 이어받아, 생전에 상담하고, 직접 고르고, 가족에게 뜻을 남기는 문화로 발전시킬 수 있다.
다섯째,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소재, 화장 적합 여부, 가격을 분명히 밝혀, 경황이 없는 상황에서도 가족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맺으며
마지막 옷을 고르는 일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면서,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를 정리하는 일이기도 하다. 일본은 그 물음에 드레스와 수트라는 답을 내놓았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가장 좋은 옷으로 떠나던 옛 전통이 있다. 이제 그 정신을 이어받아, 고인의 삶과 가족의 마음을 더 온전히 담아낼 한국형 엔딩수의를 준비할 때이다. 마지막 옷 한 벌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우리 장례 문화를 더 따뜻하게 만들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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