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 서적 출판사에서 시작된 여정
1984년, 도쿄 도시마구의 작은 출판사가 하나 있었다. 불교 서적을 펴내던 이 회사의 이름은 가마쿠라신서(鎌倉新書). 지금으로부터 40년 전만 해도 이 회사가 훗날 일본 종활(終活)산업 전체를 대표하는 상장기업이 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전환점은 1990년에 찾아왔다. 창업자의 아들인 시미즈 유타카가 입사하면서, 회사는 불교 서적 출판사에서 장례·묘석·종교용구 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출판사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2000년, 인터넷 시대의 문이 열리자 회사는 다시 한번 크게 움직였다. 장례업체 검색 사이트 '이이소기(いい葬儀)'를 열면서 출판업을 넘어 정보 서비스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지금 가마쿠라신서는 도쿄증권거래소 프라임시장에 상장된 기업(종목코드 6184)이다. 대표이사 회장 겸 CEO는 창업자의 아들인 시미즈 유타카가, 대표이사 사장 겸 COO는 2020년 취임한 고바야시 후미오가 맡고 있다.
장례식장 하나가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을 통째로 다루는 회사
가마쿠라신서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건 단순한 업종 확장이 아니다. 회사 스스로 정의하는 사업 영역은 '마음(こころ, 공양)', '돈(おかね, 자산)', '몸(からだ, 개호)' 이렇게 세 갈래다.
마음 영역에는 장례 포털 '이이소기'와 묘지·불단 포털 '이이오하카', '이이불단'이 있다. 돈 영역에는 상속과 부동산을 다루는 '이이소조쿠'가 자리한다. 몸 영역에는 요양시설을 연결하는 '이이개호'가 있고, 여기에 소액단기보험 자회사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 사업까지 더해졌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사람이 죽기 전 요양 문제부터 죽은 뒤 장례와 묘지, 그리고 남은 재산의 상속까지, 인생의 마지막을 둘러싼 모든 과정을 하나의 회사가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회사는 이를 '종활 인프라'라는 말로 표현한다. 국민의 생활을 지탱하는 기반 시설이 되겠다는 뜻이다.
5기 연속 사상 최고 실적
이런 전략은 숫자로도 증명되고 있다. 2026년 1월기(2025년 2월~2026년 1월) 연결 실적을 보면, 매출액은 83억3,500만 엔으로 전년 대비 18.0% 늘었고, 영업이익은 11억6,100만 엔으로 27.6% 증가했다. 순이익도 7억6,500만 엔으로 11.3% 늘었다. 다섯 분기 연속으로 주요 지표 모두가 역대 최고치를 새로 썼다.
부문별로 뜯어보면 흥미로운 그림이 나온다. 지방자치단체와 손잡는 관민협동 사업이 33.7% 늘어 가장 가파르게 성장했고, 개호 사업이 24.8%, 장제 사업이 12.8%로 뒤를 이었다. 반면 상속과 부동산을 다루는 자산승계 사업만 유일하게 16.3% 줄었다. 대형 경쟁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온라인 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진 탓으로 풀이된다.
성장세는 최근 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2027년 1월기 1분기(2026년 2~4월) 실적은 매출 22억200만 엔, 영업이익 3억300만 엔으로 각각 12.0%, 30.0% 늘며 1분기 기준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엔 개호 사업이 48.1% 늘며 성장을 이끌었다. 회사는 올해 전체 매출 목표를 105억 엔으로 잡고 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0억 엔을 넘어서게 된다.
보험사가 던진 23억 엔의 의미
2025년 12월, 가마쿠라신서에 중요한 사건이 하나 더 있었다. 대형 손해보험 그룹인 SOMPO홀딩스가 신주 발행과 자기주식 처분을 통해 가마쿠라신서 지분 10%를 약 23억 엔에 사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 제휴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단순한 자본 참여를 넘어선다. SOMPO홀딩스 산하에는 이용자 8만6,000명 규모의 개호시설 SOMPO케어, 계약자 512만 건에 달하는 SOMPO히마와리생명이 있다. 이들의 고객이 이제 가마쿠라신서의 종활 서비스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통로가 열린 것이다.
이게 왜 중요할까. 가마쿠라신서가 매년 공시하는 사업보고서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위험 요인이 하나 있다. 바로 구글 같은 외부 검색엔진에 대한 높은 의존도다. 검색 알고리즘이 한 번 바뀌면 회사의 고객 유치 구조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SOMPO와의 제휴는 이 약점을 정확히 겨냥한다. 검색엔진을 거치지 않고도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통로, 즉 보험사의 기존 고객 기반이라는 우회로를 확보한 것이다. 실제로 검색엔진에 의존하지 않는 관민협동 사업이 전체 부문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 전략의 방향성을 뒷받침한다.
아직 갈 길이 먼 시장, 그래서 기회도 크다
가마쿠라신서가 스스로 추산하는 일본의 장례 시장 규모는 1조5,050억 엔, 불단 시장은 1,402억 엔이다. 그런데 회사가 밝힌 자체 점유율은 건수 기준으로 묘지 분야 3.0%, 장례 분야는 0.5%에 불과하다. 뒤집어 말하면 아직 점유율을 늘릴 여지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쟁 구도에서 자주 비교되는 곳은 저가 장례 브랜드로 알려진 '치이사나오소시키(小さなお葬式)' 등이다. 다만 가마쿠라신서의 차별점은 단일 서비스가 아니라는 데 있다. 묘지, 장례, 상속, 개호, 보험, 지자체 협력까지 여러 서비스에서 쌓인 고객 데이터를 하나로 연결해, 한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이 다음에 어떤 서비스를 필요로 할지 예측하는 구조를 짜고 있다. 회사는 이렇게 쌓인 상담·소개 데이터가 연간 20만 건, 누적 270만 건을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남은 숙제
물론 숙제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검색엔진 의존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고, 상속·부동산 사업의 매출 감소 역시 대형 경쟁사와의 경쟁이 계속되는 한 쉽게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최근 몇 년 새 개호업체 유테루, 보험사 벨소액단기보험, 묘지 포털 라이프도트까지 단기간에 여러 회사를 인수하면서, 이들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담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럼에도 가마쿠라신서가 걸어온 길은 분명한 방향성을 보여준다. 장례 포털 하나로 출발한 회사가, 이제는 요양과 보험, 지방자치단체 행정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고령사회로 가장 먼저 진입한 나라에서, 죽음을 둘러싼 산업이 어떤 모습으로 재편되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로 이 회사를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 장례식은 작아지는데, 일본 '엔딩산업'은 왜 커지고 있나 (0) | 2026.08.25 |
|---|---|
| 2031년, 64만 5천 기의 무덤이 한꺼번에 만료된다 (2) | 2026.08.24 |
| "전미 화장 유골 안치의 날" (0) | 2026.08.18 |
| 인터넷에서 관을 사는 사람들 (0) | 2026.08.11 |
| "관도 인터넷에서 삽니다" (0) |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