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고양이가 30살까지 사는 날

엔딩뉴스

by 다비코 2026. 9. 17. 13:24

본문

일본의 반려동물 시장에서 고양이가 개를 앞지른 지 오래다. 일반사단법인 페트푸드협회 조사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일본의 반려묘는 약 884.7만 마리로 반려견(약 682만 마리)보다 많다. 이 통계 자체보다 주목할 지점은 따로 있다. 고양이의 평균수명이 꾸준히 늘어나는 동시에, 고양이 전용 장례·추모 서비스 역시 빠르게 세분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명을 늘리려는 움직임과 마지막을 정성스럽게 다루려는 움직임은 언뜻 서로 반대 방향처럼 보인다. 그러나 두 흐름은 같은 원인에서 출발한다. 고양이가 가족 구성원으로서 더 오래 머무를수록, 보호자는 그 생애의 마지막 단계를 더 구체적으로 계획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고양이 수명 연장을 둘러싼 최근 연구 동향과, 그로 인해 일본의 반려동물 엔딩 산업이 어떤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는지를 짚어본다.

 

고양이의 노령화

 

페트푸드협회의 전국 犬猫 사육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일본 고양이의 평균수명은 15.92세로, 2010년 대비 1.56세 늘었다. 실내 사육 환경의 개선, 동물의료 수준 향상, 사료 품질 개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평균수명 연장은 단순히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 노령묘 비중이 커지면서 만성질환 관리 기간이 함께 길어지고, 보호자가 짊어지는 돌봄 부담과 의료비 지출 역시 동반 상승한다. 반려동물 산업의 관점에서 보면, 고양이는 이제 단기간 소비재적 수요를 만들어내는 대상이 아니라 십수 년에 걸친 생애주기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대상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만성 신장질환과 AIM 연구, 치료제 개발 현황

 

고령묘의 사망 원인 가운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질환은 만성 신장질환이다. 이어 종양, 비대형 심근증이 뒤를 잇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의 기전을 규명한 것이 도쿄대 미야자키 도루 교수 연구팀이 주목한 AIM 단백질 연구다. AIM은 혈액 속 노폐물 제거를 돕는 단백질로, 사람과 개에서는 정상적으로 기능하지만 고양이는 이 단백질이 충분히 활성화되지 않는 특성을 지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 결과 신장에 노폐물이 축적되기 쉬워 만성 신장질환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 연구는 실제 치료제 개발로 이어졌다. 고양이용 AIM 치료제 페리에임(FeliAIM)은 2026년 4월 24일 일본 농림수산성에 동물용 의약품 제조판매 승인이 신청됐다. 임상시험 과정에서는 통상 사망이 예상되는 말기 신장질환 고양이가 투약 후 6개월, 1년 시점에도 생존한 사례가 보고됐으며, 이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는 "고양이가 30살까지 사는 날"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기 시작했다.

 

다만 이 치료제의 의의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정맥주사 투여 방식이라는 점에서 투약 과정에 스트레스가 적은 개체에게 적용이 제한될 수 있고, 어느 단계의 신장질환에 가장 효과적인지에 대한 데이터도 아직 축적 단계에 있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방향성은 분명하다. 고양이의 최대 사인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고양이의 평균적인 엔딩 시점 자체가 앞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다.

 

수명 연장이 엔딩 산업에 미치는 영향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은, 신장질환 치료제의 상용화가 곧 반려동물 장례 시장의 축소로 직결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점이다. 오히려 반대 방향의 효과가 함께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첫째, 수명 연장 기술은 엔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엔딩까지의 시간을 늦추는 기술에 가깝다. 사망 시점이 뒤로 밀린다고 해서 장례·추모 수요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둘째, 반려묘와 함께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보호자가 느끼는 정서적 유대는 오히려 깊어지는 경향이 있다. 관계의 밀도가 높아진 만큼 이별의 방식에 대한 요구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수명 연장은 돌봄 기간의 연장을 동반한다. 만성질환 관리, 통증 완화, 노령묘 전용 요양 서비스 등 장례 이전 단계의 시장이 함께 성장할 여지가 있다.

 

즉 이 치료제는 장례산업의 수요 자체를 줄이는 변수라기보다, 엔딩 시점과 산업의 대응 방식이 함께 재조정되는 변수로 해석하는 편이 더 정확하다.

 

처리에서 기억 관리로

 

일본의 고양이 장례·추모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최근 흐름은 화장 시설이나 방식의 다양화보다, 장례 이후 단계에 더 집중되는 양상이다.

 

고양이 형상을 본뜬 골호, 사진을 새긴 크리스털 위패, 유골 일부를 소량만 보관하는 손안의 공양(手元供養), 메모리얼 주얼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상품의 공통점은 장례 절차가 종료되는 시점에 보호자와 반려동물의 관계도 함께 종료되도록 설계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고양이의 흔적을 보호자의 일상 공간으로 옮겨오는 방식에 가깝다.

 

이는 화장·매장 등 사후 처리 절차를 중심에 둔 전통적인 장례산업의 정의에서, 기억을 보존하고 관계를 지속시키는 서비스로 산업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 시장은 국가 단위의 자격 제도나 인허가 기준이 없어 사업자 간 서비스 품질 편차가 크고, 화장 방식이나 요금과 관련한 소비자 분쟁도 꾸준히 보고되는 부문이라는 점은 함께 짚어둘 필요가 있다.

 

AI·메타버스 기반 추모 서비스의 등장

 

최근에는 추모의 공간이 물리적 장소를 벗어나 디지털 영역으로 확장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 한 장을 기반으로 인공지능이 반려동물의 모습이나 소리를 재현하거나, 메타버스 공간에 추모 공간을 마련해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그리워 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가 그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인간 대상 장례업계에서 먼저 나타난 데스테크(Death Tech) - AI를 활용한 고인 재현, 메타버스 묘지 등 - 가 반려동물 영역으로 확장된 사례로 볼 수 있다. 아직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사후 기억을 보존하는 방식이 물리적 유품에서 디지털 콘텐츠로 다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관찰이 필요한 영역이다.

 

네코페스2026, 웰빙 산업과 엔딩 산업의 접점

 

지난 8월 1~2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제2회 네코페스2026은 이러한 흐름이 하나의 현장에서 겹치는 사례를 보여줬다. 이 행사는 사료·용품 전시에 그치지 않고 건강, 의료, 재난 대비, 동물복지, 엔딩 등 고양이와 인간의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으며, 그중 미야자키 도루 교수의 고양이 신장질환 연구 특별강연이 주요 프로그램으로 편성됐다.

 

반려동물 소비재를 중심으로 하는 행사에서 질병 연구 강연이 핵심 콘텐츠로 다뤄졌다는 점은, 고양이 관련 산업의 관심이 사료나 용품 소비를 넘어 건강수명 연장이라는 의제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동시에 이 지점은 반려동물의 웰빙을 다루는 산업과 엔딩을 다루는 산업이 결국 동일한 변수(고양이의 노화와 수명)를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보호자의 고령화라는 또 다른 변수

 

수명 연장 논의에서 상대적으로 덜 다뤄지지만 실무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반려묘의 수명이 늘어나는 동안 보호자 역시 함께 나이 든다는 점이다. 보호자의 고령화, 입원, 시설 입소 등으로 인해 반려동물을 더 이상 직접 돌보기 어려워지는 상황은 일본 사회의 고령화 추세와 맞물려 이미 현실적인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 경우 엔딩의 문제는 반려묘의 사망 시점이 아니라, 보호자의 돌봄 능력이 상실되는 시점부터 이미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반려동물 엔딩 산업은 화장·추모 서비스뿐 아니라 이러한 돌봄 공백에 대응하는 신탁, 위탁 돌봄, 사후 지정 관리 등 주변 서비스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

 

결론

 

고양이의 평균수명을 늘리는 의료기술과, 그 마지막을 기억하는 방식을 정교화하는 장례산업은 서로 경쟁 관계에 있지 않다. 전자는 반려묘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는 기술이고, 후자는 그 시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관계를 이어갈 방법을 제공하는 산업이다.

 

페리에임의 승인 여부와 실제 임상 효과는 아직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 지켜봐야 할 변수다. 그러나 이 치료제가 실제로 고양이의 생존기간을 유의미하게 늘리는 단계에 이른다면, 일본의 반려동물 엔딩 산업은 장례·화장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노령 돌봄, 만성질환 관리, 사후 기억 관리, 디지털 추모까지 포괄하는 생애주기형 산업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1~2년간의 승인 절차와 시장 반응이 이 산업의 방향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내용은 일반사단법인 페트푸드협회 전국 犬猫 사육실태조사, 일반사단법인 AIM의학연구소 발표자료, 지지통신 보도, 제2회 네코페스2026 공식 발표자료 등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