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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보 없는 발명품 '동물건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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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코 2026. 9. 1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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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도, 동결건조도, 렌더링도 아니다

 

화장을 제외하고 미국에서 거론되는 반려동물 사후 처리의 기술적 대안은 크게 두 갈래로 압축된다. 하나는 수분해장(아쿠아메이션)으로, 유기물을 화학적으로 완전히 액화시켜 무기물인 뼈만 남긴다. 다른 하나는 동결건조 박제로, 몸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영하로 얼린 뒤 진공 상태에서 수개월에 걸쳐 서서히 수분을 제거한다. 전자의 목표는 완전한 분해이고 후자의 목표는 완전한 보존이다. 렌더링은 또 다른 계열이다. 대량 폐사 가축이나 무연고 동물 사체를 고온·고압으로 처리해 유지·사료 원료로 재활용하는 산업 공정으로, 유가족을 상대로 판매되는 개별 장례 상품이 아니다.

 

한국의 동물건조장은 이 세 갈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보존을 목표로 하지도, 완전한 분해를 목표로 하지도, 산업 재활용을 목표로 하지도 않는다. 열풍이나 마이크로파로 수 시간 안에 수분만 날려버리는 이 방식은, 선진국의 반려동물 장묘 담론에서 표준으로 거론되는 기술 계보 어디에도 없던 형태다. 전 세계 사례를 전수조사한 결과라 단정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미국·유럽·일본의 주요 반려동물 장묘 대안 목록에 이런 방식이 표준으로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계보가 없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보존이 목적이었다면 저온·진공의 동결건조 방식을 택했을 것이고, 분해가 목적이었다면 수분해장처럼 화학적으로 끝을 봤을 것이다. 건조장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부피와 냄새만 줄이면 된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절충안에 가깝다.

 

그렇다면 이 어정쩡한 기술이 법제화된 배경은 무엇인가. 답은 과학이 아니라 행정에 있다. 화장장은 연기와 냄새 문제로 주민 반대에 부딪혀 도심 인허가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고, 등록 절차의 까다로움 탓에 무등록 상태로 운영되는 업체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반면 건조장은 연소 과정이 없어 대기오염 규제를 피해가기 쉽고, 이 때문에 도심에 조건부로 허용하려는 정책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이 기술이 법 안으로 들어온 이유는 동물 사체 처리에 과학적으로 우수해서가 아니라, 인허가 저항이 가장 적기 때문이다. 규제 편의가 기술 검증에 앞선 셈이고, 이것이 이 기술이 국제적으로 계보를 남기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들은 인허가의 용이성이 아니라 처리 결과(분해냐 보존이냐)를 기준으로 기술을 선택해왔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탄소 문제는 여기서 한 번 더 꼬인다. 건조 공정 자체가 무전력인 것은 아니다. 마이크로파나 열풍을 수 시간에서 십수 시간 가동해야 하므로 전력 소모가 분명히 발생하며, '무연(無煙)이 곧 무탄소'라는 등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조 후 잔재물을 안정적으로 보관하기 위해 결국 고온에서 스톤으로 재가공하는 절차를 거친다면, 이는 저온 건조라는 1차 가열과 고온 소결이라는 2차 가열이 겹치는 이중 가열 구조가 된다. 화장이 단일 고온 공정으로 끝나는 것과 대비하면, 건조와 스톤화를 함께 거치는 전체 파이프라인의 순 에너지 소비량이 오히려 단순 화장보다 많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소 없는 친환경'이라는 문구에 이끌려 건조장을 택한 소비자가 결국 스톤 제작이라는 두 번째 고온 공정으로 유도된다면, 애초에 소비자가 선택한 '무연'이라는 가치는 뒤에서 무효화되는 셈이다. 이는 기술적 결함이라기보다 설계된 기만에 가깝다.

 

결국 동물건조장은 세계 어느 기술 계보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행정적 필요가 만들어낸 잡종 기술이다. 보존도 분해도 아닌 중간 지점에 머물러 있으면서, '친환경'이라는 이름표만 유독 선명하게 붙어 있다. 지금 이 산업에 필요한 것은 기술을 옹호하거나 매도하는 선언이 아니라, 건조부터 최종 보관물에 이르는 전체 공정의 에너지·탄소 발자국을 화장·수분해장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는 제3자 검증, 즉 전과정평가(LCA)다. 그것이 없는 한 '화장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광고 문구도, '이중 가열이라 더 나쁘다'는 비판도 모두 증명되지 않은 주장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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