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조용한 장례

가정장례운동

미국과 캐나다에는 임산부를 도와주는 산파처럼 죽은자의 장례를 돕는 '장례 도우미(Death Midwife)'라는 직업이 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미국의 가정장례운동(Home Funeral Revolution)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주로 여성들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원칙적으로 장례는 ‘가정’을 중심(기반)으로 ‘집’에서 치루는 것이 올바르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편의주의가 만연된 현대의 장례식에 반기를 들고 있습니다. 최근의 자연묘지 운동(Green Burial, Natural Burial Movement)과 더불어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또 하나의 큰 흐름이기도 합니다.

가정 장례운동의 창시자이며 장례도우미 1호인 제리그레이스 라이온스(Jerrigrace Lyons)씨는 1995년 미국에서 이 운동을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11년 전 스승이자 절친한 친구인 캐럴린 화이팅(Carolyn Whiting)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경험하고 나서 세바스토폴에서 가정장례의 촉진자(Facilitator) 일을 하고 있으며, 미국에서 잊혀가고 있는 가정에서의 장례를 현대에 맞게 재창조한 것입니다.

가정 장례운동은 엠바밍(시신의 방부처리) 거부운동과도 뜻을 같이 하고 있으며, 장례를 개인의 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습니다. 가정이라는 공간은 지극히 사적인 공간으로 애도, 고통, 사랑, 즐거움 등 개인이 살면서 겪게 되는 모든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는 장소이며,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성스러운 곳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입니다.
 
따라서 인생의 모든 통과의례가 '가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합당하며, 현대의 무의미하고 원칙도 없는 장례는 '삶을 건조하고 메마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주에서 집에서 장례를 치르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는 장례에 관한 법률이 위생(전염병 사망)과 사망진단서 등 서류처리에만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엠바밍은 시신을 배로 장거리 운송했던 남북전쟁 동안에만 보존과 위생측면에서 강제되었지만 현재는 법으로 강제하지는 않고 있습니다.(가정장례는 엠바밍 대신에 드라이아이스를 활용합니다)
 
가정장례 비용은 일반 장례식장 비용의 10%대이며, 대부분 녹지 보존을 위해 화장을 장려하고, 매장의 경우는 종이관이나 생분해성 관을 사용하여 자연매장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 가정 장례식 장면ⓒ http://finalpassages.org


가정장례운동의 협력자인 노라 영씨는 자연묘지운동가이며 워싱턴의 호스피스 목사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가정장례운동에 대해 “내 신앙의 체계는 자연의 싸이클 안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죽음이 탄생만큼 성스럽고 일반적인 것임을 알리는 것이다, 종교인으로서 나의 사명은 죽음을 이용해 돈을 버는 행위를 근절시키고 전통을 개선하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가정장례운동 워크숍에서는 세부적인 시신의 위생처리(향유, 드라이아이스 이용) 방법을 가르치고 있으며, 유가족의 치유(치유음악, 케어 등) 방법도 교육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장례도우미 킷(Death Midwife Kit)'이라는 것을 만들어 의학용 장갑, 성인용 기저귀, 손톱깎기, 알콜, 드라이 샴푸, 화장도구, CD, 딸랑이, 깃털, 에센셜 오일, 봉합키트, 아교 등 시신 처리에 필요한 도구들을 1회용 세트로 만들어 지급하고 있기도 합니다.
 
“장례도우미, 당신은 죽음을 무서운 일로 생각하지 않고 고인의 돌아감과 장례식을 자연스럽고 아름다우며 멋진 시간이 되게 만들었습니다.

고인은 많은 고통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가정장례에서 고인의 얼굴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환한 모습이 되었는지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나는 이전에 장례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과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가정 장례의 열렬한 지지자입니다. 죽음이 삶에서 도망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일부분이라는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두려워하는 것도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치유와 성장의 기회가 되었습니다. 일반 장례식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가정장례연맹 홈페이지
The National Home Funeral Alliance


'조용한 장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례식은 필요없어  (2) 2011.03.30
장례식 따위 치르고 싶지 않아!  (1) 2011.03.25
'장례식장'이 '의료시설'인 한국  (2) 2011.03.04
장례식이 사라지고 있다.  (1) 2011.02.17
납득할 수 없는 행동  (1) 2011.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