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를 할까요?
아까 전화했을 때 기운이 많이 떨어져서 큰 일 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전화했던 건데... 다행히도 좀 쉬고 나니까 괜찮아졌어요.
오늘 의사선생님이 그러대요. 전 다른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맞는 말이기도 하죠. 아마 실망하거나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서일 거예요.
당신에게 꼭 와달라고 나 힘들다고 하고 싶었는데
동국대 모임이 당신한테 중요할 수도 있고 또 맨날 나랑만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도 있어야할 것 같고... 뭐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당신한테 조르거나 매달리면 당신이 나한테 짜증나거나 질려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 당신한테 편안한 사람이고 싶은데 말이예요.
첫째 이 세상 사는 거 너무 힘들고
둘째 그런 모습으로 당신 곁에서 당신까지 힘들게 하고 싶지 않고
세째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갈 힘도 없고
이 상황에서 놓여나지 못한다면 내가 놓을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어느 날 내가 당신 곁에 오지 못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슬퍼하지도 말고 눈물도 흘리지 마세요. 묶고 있던 사슬을 끊었으니까.
기뻐할 일도 아니지요. 내가 미치도록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할 수 없으니.
난 내 장례식에 태*이와 우리 엄마, 내 친구 현*이 이외에는 누구도 부르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나를 매장하든지 화장해서 뿌리든지 해줬으면 하지만
당신은 내가 미워서 보러 오지도 않을 것 같네요.
유서 쓰는 거 아니니까 걱정마세요.
아직까지 세상을 혼자 힘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내가 한심스러워
한탄하고 있는 거예요.
내 속에 여러 명의 내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런 생각이래요.
또 하나는
내일 아침엔 또 웃는 얼굴로 당신한테 올게요.
그리고 그 다음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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