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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없는 유언장,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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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비코 2026. 8. 2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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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스마트폰으로 쓰는 '디지털 유언' 시대 열린다

 

기존 3대 유언 방식에 '보관증서유언' 추가…법무국 앞에서 구술해야 효력 발생


별도로 자필증서유언 날인 요건도 폐지…시행은 항목별로 최장 3년 뒤

 

일본에서 유언 제도에 두 갈래의 변화가 동시에 예고됐다. 지난 6월 17일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서 PC나 스마트폰으로 작성한 유언을 법무국이 보관해주는 새 제도를 신설하는 민법 개정안이 가결·성립됐다. 이 개정안에는 완전히 새로운 유언 방식을 만드는 내용과, 기존 유언 방식의 요건을 손보는 내용이 함께 담겨 있어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각의결정부터 성립까지

 

일본 정부는 지난 4월 3일 이번 개정안을 각의결정한 뒤 국회에 제출했으며, 두 달여의 심의를 거쳐 6월 1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최종 가결·성립시켰다. 각의결정이 정부의 제출 의사를 확정하는 단계라면, 법률로서 효력을 갖는 것은 국회 성립을 거친 뒤부터다.

 

개정 법률은 같은 해 6월 24일 공포됐으며, 2026년 법률 제45호로 명명됐다. 다만 공포됐다고 해서 곧바로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개정 배경, 3.4%라는 숫자

 

일본 정부가 이번 개정을 추진한 배경에는 자녀 없는 가구의 증가와 소유자 불명 부동산, 이른바 '빈집 문제' 등 고령화 사회의 구조적 과제가 자리하고 있다. 정부는 유언 작성의 문턱을 낮추는 것을 개정 목적으로 제시했다.

 

실제로 일본재단이 매년 1월 5일 '유언의 날'에 맞춰 60~79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조사에 따르면, 종활(終活)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을 넘었지만 실제로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은 3.4%에 그쳤다. 이 수치는 2021년 조사와 가장 최근인 2025년 조사에서 동일하게 나타나, 관심과 실행 사이의 간극이 수년째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네 번째 유언 방식이 생긴다... '보관증서유언'

 

일본 민법상 그동안 통용되던 유언 방식은 자필증서유언, 공정증서유언, 비밀증서유언 세 가지였다.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완전히 새로운 네 번째 방식으로 '보관증서유언(保管証書遺言)'을 추가한다. 세간에서 부르는 '디지털 유언'이 바로 이 제도다.

 

보관증서유언은 앞선 세 방식과 근본적으로 다른 원리로 작동한다. 유언 전문을 PC나 스마트폰으로 작성(기재 또는 기록)하고, 서명 또는 전자서명 등 이를 대신하는 조치를 취한 뒤, 유언서 보관관 앞에서 전문을 구술하고, 소정의 절차를 거쳐 법무국에 보관됨으로써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여기서 핵심은 손으로 쓰는 자서(自書) 요건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대신 필적으로 본인 작성 여부를 증명할 수 없는 타이핑 문서의 특성상, 보관관 앞에서 전문을 직접 구술하는 절차 자체가 법적 효력 발생 요건으로 자리 잡았다. 이 구술은 대면은 물론 화상회의로도 가능하다. 다만 말하기 어려운 사람은 통역인을 통한 진술이나 필담으로 대신할 수 있고, 재산목록이 포함된 경우 보관관이 목록을 열람시키는 방식으로 구술을 생략할 수 있는 특칙도 마련됐다.

 

정리하면, 보관증서유언은 종이도 손글씨도 필요 없는 완전한 디지털 유언인 대신, 도장이나 필적을 대체할 진위 확인 장치로 '구술'이라는 새로운 요건을 요구하는 제도다.

 

별도로 진행되는 개정... 기존 자필증서유언의 날인 폐지

 

이번 개정안에는 새 제도 신설과 별개로, 기존 자필증서유언에 대한 손질도 포함돼 있다. 자필증서유언은 여전히 종이에 전문·날짜·성명을 본인이 직접 손으로 써야 하는 방식으로 남지만, 그동안 요구됐던 날인(도장) 요건은 이번 개정으로 폐지된다. 날인을 빠뜨렸다는 이유만으로 유언이 무효 처리되던 위험이 사라지는 것이다.

 

즉 같은 개정법 안에 담긴 두 변화는 서로 다른 유언 방식에 각각 적용된다. 신설되는 보관증서유언(디지털 유언)은 손글씨 자체가 필요 없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이고, 기존 자필증서유언은 손글씨 요건은 그대로 두되 날인만 없어지는 것으로 정리된다.

 

성년후견제도도 함께 손질

 

이번 개정안에는 유언 관련 내용 외에 성년후견제도의 전반적인 재검토도 포함됐다. 고령화가 심화되는 사회에서 재산 관리와 의사결정 지원 체계를 함께 정비했다는 점에서, 이번 개정은 유언 절차 손질을 넘어 상속·후견 제도 전반의 재정비로 평가된다.

 

시행은 언제부터

 

법률이 성립·공포됐지만 당장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행 시기는 항목별로 다르게 정해져 있으며, 구체적 시행일은 향후 정령으로 확정된다. 자필증서유언의 날인 요건 폐지는 공포일로부터 1년 이내 시행될 예정이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적용될 전망이다.

 

반면 신설되는 보관증서유언(디지털 유언) 자체는 공포일로부터 3년 이내라는 더 늦은 기준으로 시행일이 정해져 있으며, 시스템 정비가 필요한 만큼 2029년 전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서 제기된다. 다만 이는 확정된 일정이 아니라 추정치일 뿐이며, 정확한 시행일은 향후 정령 공포와 일본 법무성의 공식 발표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일본의 이번 제도 개편이 3.4%에 머물러 있는 유언 작성률을 실제로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시행까지 남은 수년의 공백기 동안 어떤 변화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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