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엔딩노트

집에서 장례치르기

▲ 부정한 시신을 집 밖으로 옮기고 깨어나지 못하게 동아줄로 꽁 꽁 동여맨다. 1925년 충남공주

- 성 베네딕토회,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우리나라는 시신을 부정한 것으로 보는 인식이 매우 강합니다. 시신과 관련된 것들은 대체적으로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고, 대중의 관심사에서도 그만큼 물러나 있습니다.  


장례비용의 대부분은 이 무관심하면서도 기피와 혐오의 대상인 '부정한 시신의 처리'와 관련된 요금들입니다. 빈소 사용료와 안치료, 입관실 사용료, 위생비와 염습비, 염습용품비, 장례지도사와 염사... 비슷한 항목들이 이중 삼중 청구되어도 사회적 체면과 무관심함에 당연히 그런줄 알고 대부분 지갑을 열게 됩니다. 


빈소 사용료 2일 1,440,000원(최소), 안치실 사용료 2일 336,000원, 입관실사용료 400,000, 위생비 200,000원, 부대비용 50,000원, 제사음식 700,000원, 식대 100명 1,717,600원, 장례지도사 300,000원, 염습비 200,000원, 장례복지사 400,000원, 장례버스 400,000원, 앰블란스 90,000원, 리무진 400,000원, 수의 200,000원, 목관 200,000원, 염습용품 210,000원, 남녀상복6벌 420,000원, 제단 310,000원, 부의록 등 빈소용품 170,000원, 화장비용 120,000원, 봉안or수목장 3,000,000원  총합 11,253,600원 - 경기도 모 장례식장 이용료

 

☞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2015년 기준 한국의 평균장례비용 1,380만원



장례비용이 비싼 이유는 이 부정한 시신을 '담보'로 영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사업자 입장에서 보면 주민반대와 부정함을 감내하면서 많은 시간과 자본을 투자한 사업이고, 장례식장의 시설과 상조회사 등의 서비스가 나누어 갖는 구조상 비싼 요금을 청구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옛날처럼 집에서 장례를 치를 수 있다면 좋으련만 아파트·주택 구조상 불가능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시신을 집에 들이는게 이웃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등 영 꺼림직한 면이 있습니다.


사실 장례는 가족을 중심으로 살고있는 집에서 치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지나치게 상업화되고 편의주의가 만연된 현대의 무원칙한 장례는 삶을 건조하고 메마르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장례가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이긴 하지만, 반드시 시신을 놓고 해야하는 예식은 아닙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화장 이후에 장례를 치를 수도 있습니다. 


화장 이후 집에서 치르는 장례식(일본)


시신을 먼저 화장한 후에 유골함을 두고 장례식을 치르는 겁니다. 이럴 경우 굳이 비싼 장례식장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이웃들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예전처럼 집이나 아파트 등 장소의 구애없이 상례를 치를 수 있으며, 3년상까지도 집에서 문제없이 치를 수 있을 것입니다. 


조문객이 많다면 결혼식처럼 회관이나 부페, 호텔과 분위기 있는 장소 등에서 추모의 시간을 갖을 수 있습니다. 생전에 자주갔던 장소나 고향 등도 문제없이 모시고 갈 수 있으며, 백팩에 유골함을 담아 고인과 함께하는 특별한 여행도 할 수 있습니다. 


불법이 아닙니다. 사후 24시간이 지나면 곧바로 화장을 할 수 있으며, 외국도 직장(直葬)이나 Direct Cremation 등의 형태로 장례식 이전에 화장을 먼저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요즘들어 장례식을 하지 않고 안치실에서 입관 후 곧바로 화장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고, 무빈소장, 약식장 등의 이름으로 이를 서비스하는 회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화장 이후 교회에서 치르는 장례식(미국)


장례는 상례의 한 과정으로 죽음의 확인과 시신의 처리가 주 목적입니다. 복잡한 절차와 많은 돈을 들여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동안 뿌렸던 조위금 회수가 목적이 아니라면 화장 이후에 시간과 장소의 구애없이, 그리고 오래된 인습에 빼앗겼던 주도권을 되찾아와 차분하고 의미있는 추모예식을 '집'에서 거행해보면 어떨까요?




☞ 집에서 장례치르기


① 병원에서 사망진단 후, 그자리(병실, 임종실)에서 24시간 동안 사망의 확인과 이별의 시간을 갖습니다. 병실이 1인실이 아닌경우 1인실로 옮기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장례식장으로 이동해 안치실과 입관실을 이용합니다. 가족 중 한명이 'e하늘장사정보시스템(www.ehaneul.go.kr)'에 접속해 화장예약을 미리 해 놓고, 장례지도사(장례회사)를 섭외합니다.  

* 화장신고, 사망신고, 보험금과 연금 수령 등에 필요하므로 '사망진단서'는 5통 정도를 발급받습니다. 다른 곳에서 사망 후 병원으로 온 경우에는 '사체검안서', 사고사일 경우에는 경찰서로 가서 '검시필증'을 추가로 발급받아야 합니다.

② 24시간이 지난후, 화장 예약시간에 맞춰 입관을 진행하고 운구차량을 준비합니다. 입관시 반드시 염습과정을 거치실 필요는 없습니다. 평소 입던 옷 가운데 자연섬유로 된 옷으로 갈아입히거나, 흰 면보로 고인을 감싸 그대로 입관하시면 됩니다. 


③ 화장장으로 이동하여 화장을 끝낸 후 유골재가 담긴 함을 건네받습니다. 유골함은 화장장 내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적당한 것을 구입하도록 합니다. 


④ 함을 들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병풍 앞이나 선반, 제사상 등 적당한 장소에 모셔놓고 꽃과 사진 등으로 장식하고 장례식을 준비합니다. 많은 조문객이 예상될 경우에는 가족들과 상의하여 별도의 장소와 형식, 일정 등을 확정하여 지인들에게 연락을 합니다. 넓은 주택이나 종교시설, 회관, 호텔, 부페나 레스토랑, 야외 가든 등 어디든 가능하니 적절한 곳을 선택하여 예약토록 합니다.  


⑤ 장례식을 마친 후에는 집에 있는 선반 등에 유골함을 안치해 놓거나 봉안시설, 수목장 등의 추모시설 이용, 또는 지정된 장소에 산골을 하시면 됩니다. 





☞ 집 안에 안치하기 


사랑한 이를 화장한 후 남은 유골재를 반드시 봉안시설, 수목장, 산골을 해야 하는건 아닙니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서두르고 있습니다. 제대로 슬퍼할 시간도 없이 주위에 떠밀려 얼떨떨한 상태에서 처리해 버리고 나면, 남는건 공허와 사무치는 그리움, 그리고 심한 우울증 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린 아픔. 그 아픔의 상처를 치유하는데는 1달, 2달, 1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충분히 자신을 다독인 다음 그 단단한 토대가 갖추어져야만 일상으로 쉽게 복귀할 수 있습니다. 고통에 당당히 맞서고 충분히 슬퍼하고 시간을 들여 회복기를 거친다면 약 도움 없이도 아픔의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시간은 오랫동안 매우 유익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가까이 곁에 모시고 함께 호흡하며, 시간을 두고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아침마다 인사하고 때론 부둥켜안고 슬퍼하며, 그 앞에서 목놓아 울어봅시다. 슬픔을 내색하지 않고 항상 행복해 보일것을 요구하는 현 사회의 흐름에 반기를 드는것, 그것이 정신건강에 바람직한 일입니다. 봉안시설에 안치하거나 수목장, 산골하는 건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엔딩노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르신께 엔딩노트 권유하기  (0) 2017.10.10
엔딩노트를 쓴다는 것  (0) 2017.10.01
집에서 장례치르기  (0) 2017.09.19
상속과 유언장  (0) 2017.09.04
병원장례식장. 문화인가, 적폐인가  (0) 2017.08.07
사후사무 위임계약  (0) 2017.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