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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장례

병원장례식장. 문화인가, 적폐인가

지난 2014년 11월 20일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 판정을 받은 60대 남성이 영안실 냉장고에 안치되기 직전 되살아났습니다. 해당병원은 병원에 도착하기 전 이미 DOA(Dead On Arrival)였고, 응급실에 도착한 후에도 15분 이상 심정지 상태여서 의학적으로 사망판정을 내린것이며 병원의 과실은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2017년 5월 11일 경기도 부천의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가 의사의 최종 사망판정까지 받은 80대 노인이 영안실에 안치되기 직전 되살아났습니다. 사망판정 1시간 후 장례식장 영안실에 시신을 안치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움직임을 가족들이 발견, 호흡이 있음을 확인 후 다시 중환자실로 옮겼습니다. 이틀 후 식사할 만큼 상태가 호전되어 일반 병실로 옮겨졌습니다.병원 측은 당시 심정지 상태여서 심폐소생술을 충분히 했고 이후에도 호흡과 맥박이 돌아오지 않아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사망진단서를 발급하는 등 정상적으로 모든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의사의 사망판정 후 다시 되살아나는 경우가 종 종 있습니다. 설명하기 힘든 기적같은 일이라 여겨지지만 의학이 발달한 나라에서도 종 종 발생되는 일입니다. 사람의 일이라 어쩌다보니 실수가 있을 수 있을 수 있기에 각 나라는 법률로 의사의 사망판정 이후 일정기간 사망의 확인시간을 두고 있으며, 이 시간이 경과하지 않고는 시신의 처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장사등에관한법률 제2장 6조에 사후 24시간이 경과하지 않고는 매장이나 화장을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문제는 사후 24시간 이전에 영안실 냉장시설에 안치되는 경우입니다. 위의 두 사례는 의사의 사망판정 이후 1시간만에 영안실 냉장시설에 안치되는 과정에서 발견한 경우로, 만약 냉장시설에 안치된 후였다면 발견도 힘들뿐더러 살아있다 하다라도 저체온증으로 다시 사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병원의 사망판정 이후 24시간의 법적 확인시간 동안 온전히 있어야 할 고인이 우리나라에서는 곧바로 영안실 냉장고에 안치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사망판정후 1시간도 안되어 냉장고에 안치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는 굉장히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의 병원에서는 사망판정 후, 왜 이렇게 빠르게 냉장시설에 안치하는 걸까요. 

☞ 사망판정 후, 곧바로 영안실 냉장고에 안치되는 이유는 병원에서의 장례식을 위한 것

병원은 원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해야하는 의료기관이므로 죽음에 대항해야하고, 죽음을 상기시키는 일체의 것들을 숨겨야 하는 장소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병원은 언제가부터 마지막까지 치료한다는 개념을 넘어, 이후의 죽음까지 직접 다루는 것을 의료의 개념에 포함시켜버렸습니다. 바로 병원의 장례식장 운영입니다. 

병원은 시신을 24시간 동안(또는 그 이상) 드러내놓을 수가 없는 장소입니다. 병원의 장례식장 운영은 세계에서 유일한 한국만의 기이한 현상으로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해야하는 의료기관의 기본개념을 명확하게 위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의 집이 아닌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를 객사로 여겨, 영안실 옆에 임시로 천막을 치고 장례를 치르던 것이 발전하여 지금의 병원 장례식장이 되었고, 이로인해 시신은 병원영안실 냉장시설에 두고 별도의 장소에 시신이 없는 빈 빈소를 차려놓고 장례를 치르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빈소에 시신을 두는 행위를 위생상의 이유를 들어 불허하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장례식장에는 빈소(殯所)가 있기 마련입니다. 죽은 사람을 화장하거나 매장할 때까지 유체를 안치시켜 놓는 곳을 말합니다. 이 빈소는 죽은 자가 소생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가족들의 희망을 담고 있음과 동시에 죽음의 확실한 확인을 위한 장소가 됩니다. 간혹 죽은줄 알았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는 경우가 있기에 가족들이 며칠간 지켜보며 죽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빈소에 모셔놓은 기간동안은 아직 죽음을 인정한게 아니기 때문에 생전과 똑같이 삼시세끼 음식을 차려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안에서 장례를 치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빈소가 아닌 영안실 냉장시설에 유체를 안치시켜놓기 시작했습니다. 위생 우선주의와 죽음을 거부하는 병원의 특성상 주검의 보여짐과 부패를 용인할 수 없었을 것이고,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르는 괴상망측한 풍습으로 정착되면서 장례기간에 시신은 당연히 냉장고에 안치되어 있어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의 사망판정이 내려지자마자 곧바로 영안실 냉장시설에 안치되고, 바로 그 자리에서 장례까지 치르는 것이 한국 특유의 스피디한 죽음문화일까요? 아니면 못된 상업주의와 편의주의가 낳은 청산해야 할 적폐일까요? 

☞ 의사의 사망진단이 내려지면 냉장시설로 이동하지 않고 24시간동안 확인의 시간을 갖어야 합니다.     

 법률에 매장 및 화장의 시기 뿐 아니라 냉장시설 안치시기도 명확하게 적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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