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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여행

한국의 공원묘지

 

☞ 공원묘지는 묘지에 공원시설을 혼합 설치하여 '생활 공원화'한 것으로, 조경 등의 녹지시설과 추모기념물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어야 합니다. 

현재 공원묘지의 공간이 부족한 원인은 순환되지 못하고 축적되게하는 시스템에 있습니다. 묘지는 보존이 아니라 '순환을 원칙'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한국의 공원묘지는 공원기능이 거의 없는 '공동묘지'로 혐오와 기피의 대상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야심한 시각, 한쌍의 아베크족이 두리번 거리며 차를 몰고 가다 ○○공원이라 적힌 표지판을 보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띄웁니다. 꼬불 꼬불한 좁은 길을 한참을 달려간 끝에 드디어 공원입구에 도착합니다.

짙은 어둠으로 한치 앞을 분간할 수 없던 그들은 승용차의 상향등 레버를 조심스레 올려봅니다. 순간 화들짝 놀라 등줄기가 서늘해 짐을 느낍니다. 그곳은 쉼터와 여가의 장소인 '공원'이 아니라 수만기의 묘가 서로 뒤엉켜있는 '○○공원묘지'였습니다.

공원묘지는 묘지에 공원시설을 혼합하여 설치, '생활 공원화'한 것입니다. 집단묘지의 공간과 위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겨난것으로 건축 및 조경의 요소가 결합되고 묘지공간을 활용한 추모기념물, 조각물 등을 설치하여 공원묘지로서의 매우 특별한 지위를 가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34년 조선시가지계획령에 따라 도시계획공원에 관한 내용(1940)이 삽입되면서 '묘지공원'이라는 용어가 생겨났으며, 1961년 '매장 및 묘지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공원묘지(公園墓地)'제도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60년대 후반부터는 재단법인에 의한 공원묘지가 전국적으로 생겨났습니다.

그런데 이 재단법인에 의한 공원묘지에는 공원시설은 없고 묘들만 옹기종기 모여있는 기존 공동묘지의 형태가 그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공원묘지에 대한 정확한 개념과 정책이 없어 기존 공동묘지가 이름만 공원묘지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공원묘지의 가장 큰 특징은 조경 등의 녹지시설과 추모기념물들의 조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묘비(tombstone)를 추모기념물(monument)화 하여 예술적인 가치를 높여놓은 것은 우리의 공원묘지가 가지지 못한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합니다.   

파리 몽마르뜨묘지에 있는 정신과 의사 guy pitchal묘의 독특한 묘비형 추모기념물. 바라보는 이의 위치를 따라 두상의 시선이 움직여 매우 흥미롭습니다.


이는 지형적인 특성과 원칙없이 이리 저리 떠다니는 관련법률의 탓도 있겠으나 관련자들의 무심함과 안이한 사고방식이 더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단법인이 소유한 공원묘지는 120곳으로 매년 16,000여건('08년 보건복지부, 미신고 매장은 72.6%)의 매장이 이뤄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납골시설과 수목장 등의 추모시설도 묘지안에 같이 포용되고 있어 많은 수요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공원묘지 매장공간이 이미 포화상태에 있고 시설의 증설이나 변경이 어려운게 현실이긴 하나 동종의 다른 시설에 비해 안정적인 운영 및 공간 활용가치가 무궁무진한 시설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원묘지의 공간이 부족한 원인은 순환되지 못하고 축적되게하는 형태에 있는 것이고 이는 여러가지 합법적이고 창의적인 운영수단을 통해 해결해 갈 수 있습니다. 18세기 조성된 유럽의 공원묘지가 그 면적 그대로 아직까지 매장을 실시할 수 있는 이유는 공원으로서의 소중한 가치가 인정되어 보호받고 있다는 것과 순환되는 묘 운영시스템에 있습니다.

이제는 '공원묘지'에서 '묘지'를 뺀 '공원'으로 눈속임하여 깊은 밤 선량한 아베크 족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지 말고 추모와 휴식이 함께하며, 도시공해에 따른 환경보존 측면의 기능까지 가미된 당당한 '한국의 공원묘지'로 새롭게 거듭나야 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