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삶을 앞질러버린 도시 - 홍콩. www.mkrotten.at/krottendorfer_hongkong_dl.jpg
지난해 인구 700만을 돌파한 홍콩은 매년 4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약 90%의 화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총 41개의 묘지와 12개의 화장장(봉안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만장되어 사용이 어렵고, 좁은 토지로 인해 추가적인 장묘시설의 설치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홍콩은 더이상 '삶과 죽음이 공유하는 도시'가 아니라 '죽음이 삶을 앞질러버린 도시'입니다. 사실 홍콩 뿐 아니라 중화권 전체가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화권 특유의 '묘에 대한 강박관념'이 사라지 않는 한 삶과 죽음의 영역다툼에서 삶은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장묘시설로 골머리를 앓던 홍콩정부는 최근 유골을 뿌리는 산골(散骨)장소를 증설하여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바다에 뿌리는 해양산골 또한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계층에게만 유효한 정책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홍콩의 한 디자인회사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장묘시설을 바다에 띄울 수 있는 '떠있는 납골섬'을 디자인하기도 했습니다. 총 40만기 정도를 수용할 수 있으며, 추모의 공간은 물론 휴식과 레져활동의 기회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 떠있는 납골섬(출처:archdaily.com)
그런데 문제는 힘들여 새로운 장묘시설을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지지 않고 축적되어만 가는 매장, 납골의 형태와 방법'이 아닌가 합니다. 지구상 모든 존재하는 것들의 원칙은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순환'되는 것 입니다. 욕심많은 인간들만이 보존하려 들고. 나머지 모든 생명체들은 자연에 순응하며 순환해 갑니다.
'지속적으로 순환 가능한 장묘시설'과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을 닮아가는 묘지' 이 두가지가
산자와 사자가 평화롭게 공유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길의 아닐까요?
장사시설의 본질은 '보존'이 아니라 '순환'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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