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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너럴뉴스

화장장 연기, 정말 괜찮은 건가요?

 

화장장 연기, 정말 괜찮은 건가요? — 수은 배출 문제, 세계는 지금 이렇게 관리합니다

우리나라 화장률은 2023년 기준 92%를 넘었습니다. 세 명 중 두 명은 화장을 선택하던 불과 10여 년 전과 비교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화장을 택하는 나라가 된 셈입니다. 그런데 화장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 속에 수은이 포함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치과 치료를 받은 분이라면 치아에 은색 충전재, 즉 '아말감'이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아말감의 주성분이 바로 수은입니다. 화장 온도인 650~700도에서 이 아말감이 분해되면 수은이 기체 형태로 배출됩니다. 오래전부터 지적되어 온 문제지만,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시기가 길었습니다. 지금 세계 각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다루고 있을까요?


영국 — 가장 먼저 움직인 나라

영국에서는 사망자의 약 75%가 화장됩니다. 한국보다는 낮은 수치지만, 영국 정부는 일찍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습니다.
 
영국 환경식품농림부(DEFRA)가 분석한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00년부터 2020년 사이에 화장장에서 나오는 수은량이 3분의 2나 늘어나 국가 전체 수은 배출량의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게 될 거라는 예측이었습니다.
 
영국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습니다. 2005년, 전체 화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건수에 대해 수은 제거 장치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모든 화장장에 한꺼번에 장치를 달기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설치가 가능한 화장장이 먼저 장치를 달고 나머지 화장장들과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는 '부담 공유' 방식도 함께 도입했습니다. 이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2006년에는 전담 기관인 CAMEO까지 설립했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영국은 한 단계 더 올라갔습니다. 2025년 말, 영국 정부는 수은 저감 장치를 모든 화장장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기준을 바꾸었습니다. '절반만'이라는 타협안에서 '전부 다'라는 완전한 의무화로 나아간 것입니다. 이 결정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 대부분이 필요하고 반가운 조치라고 평가했습니다.


일본 — 세계 1위 화장 국가, 그러나...

일본은 사망자의 약 99.97%가 화장되는 나라입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이 화장되는 나라에서 화장장 수은 배출 문제는 곧 국가 전체의 문제가 됩니다.
 
일본이 이 문제에 특별히 민감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미나마타병'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1950~60년대, 공장 폐수에 섞인 수은이 바다를 오염시키고 그 물고기를 먹은 주민들이 심각한 신경 장애를 겪었습니다. 수은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세계에서 가장 뼈아프게 경험한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일본은 화장장을 대상으로 하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수은 배출 허용 기준을 정해두고 있지 않습니다. 이는 일본 화장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차식 화장로가 가진 구조적인 문제와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대차식 화장로는 시신을 모신 대차가 화장로 내부로 이동하는 방식인데, 이 과정에서 이동하는 대차와 고정된 화장로 벽 사이에 필연적으로 미세한 틈새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틈을 통해 외부 공기가 불규칙하게 유입되거나 내부 가스가 유출되면서, 연소 온도와 산소 공급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불완전 연소가 발생하는 순간, 수은을 포함한 각종 오염물질의 농도가 순간적으로 치솟게 되고, 이 오염물질들이 틈새를 통해 화장장 실내외로 유출될 위험성이 항상 존재합니다. 이러한 기술적 한계로 인해, 일본 정부는 수치화된 명확한 배출 기준을 설정하기보다는 다이옥신 저감 설비 등을 통한 간접적인 관리와 운영사의 자율적인 노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금처럼 대차식 화장로가 유지된다면 일본의 화장장 수은 배출량은 2007년에서 2037년 사이에 약 2.6배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 습니다. 고령화로 사망자 수가 증가하고, 치과 치료를 받은 세대가 노년에 접어들면서 아말감을 가진 시신이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미국 — 추적은 하지만, 법으로 막지는 않는다

미국에는 현재 2,000곳이 넘는 화장장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화장 이용률은 1998년 24%에서 꾸준히 올라 지금은 60%를 넘어섰습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화장을 수은의 주요 배출원 중 하나로 공식 인정합니다. 2020년 기준으로 인체 화장에서 나온 수은만 약 2.3톤으로 추정되며, 이 수치는 연령대별로 세분화되어 국가 배출 목록에 기록됩니다. 측정하고, 집계하고, 공표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파악은 하면서도 연방 차원의 배출 규제 기준이 없습니다. 화장장에 대한 규제는 각 주와 지방 정부에 맡겨져 있어서, 어느 주에서 화장하느냐에 따라 적용되는 환경 기준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미국이 미나마타 협약을 비준한 나라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규제 공백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더구나 현 행정부 들어 각종 환경 규제가 완화되는 분위기여서, 가까운 미래에 연방 차원의 화장장 수은 기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더 낮아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환경 데이터를 관리하는 나라 중 하나이면서도, 정작 그 데이터를 규제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중국 — 세계 최대 규모, 기준은 생겼지만 현장은 다른 이야기

중국은 화장 규모 면에서 단연 세계 최대입니다. 전국에 1,677개의 화장장과 6,400기의 화장로가 운영되며, 한 해에 520만 건 이상의 화장이 이루어집니다. 고령화와 급격한 도시화가 맞물리면서 이 숫자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제도적으로는 2015년이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이 해에 화장장 대기오염물질 배출 기준(GB 13801-2015)을 전국에 시행하면서, 처음으로 수은 배출 한도를 법으로 명시했습니다. 수도 베이징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별도의 강화된 지방 기준을 만들어 수은과 다이옥신에 대해 전국 기준보다 더 엄격한 수치를 적용했습니다. 기준이 생긴 뒤 과거에 흔히 보이던 '흑연(黑煙)', 즉 화장장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는 장면은 상당히 줄었습니다.
 
하지만 기준이 생겼다고 현장이 바뀌는 건 아닙니다. 베이징 소재 화장장들을 직접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배연 후처리 설비를 갖추지 않은 화장로에서는 여전히 배출 기준을 초과하는 수은이 검출되었습니다. 후처리 설비가 있는 화장로는 기준 안에 들어왔지만, 악취 문제는 또 다른 차원의 과제였습니다. 조사 대상 화장장 5곳의 작업장 악취 농도는 기준치(20)보다 훨씬 높은 평균 504 수준이었습니다.
 
또한 화장장 안에서 제사 용품을 태우는 소각로는 규제의 사각지대에 가까웠고, 무단 소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중금속과 미세먼지 배출이 여전히 문제로 지적됩니다. 중국의 상황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기준은 만들었다. 그러나 전국 1,677곳에서 그 기준이 실제로 지켜지는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한국 — 드디어 기준이 생겼다

한국은 화장률 92%를 넘긴, 일본 다음으로 화장 비율이 높은 나라입니다. 그런데 화장장 수은 배출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생긴 건 불과 몇 년 전의 일입니다.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2019년 5월 2일에 공포하고, 2020년 1월 1일부터 전국 사업장에 본격 적용했습니다. 이 개정을 통해 11종의 일반 대기오염물질과 13종의 특정대기유해물질 배출 기준이 평균 30% 강화되었습니다. 수은의 경우 기존 기준 대비 42%가 강화되면서, 현재 화장로에 적용되는 수은 배출 허용 기준은 0.05mg/Sm³ 이하입니다.
 
기준이 생기자 장치도 따라왔습니다. 현재 국내 대부분의 공설 화장장에는 기체 상태의 수은을 잡아내는 활성탄 흡착탑과, 수은이 달라붙은 미세 분진을 99% 이상 걸러내는 백필터가 함께 설치되어 있습니다. 대형 화장장에는 굴뚝 자동측정기기(TMS)가 붙어 있어 오염 물질 배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환경부와 지자체에 전송됩니다.
 
신규 화장장을 지을 때는 사전 환경영향평가가 의무이며, 지자체와 환경청은 분기 또는 반기마다 배출 가스를 직접 채취해 수은 농도를 확인합니다. 일부 화장장에서는 실시간 배출 수치를 전광판에 공개하거나, 인근에 도서관이나 공원 같은 주민 편의 시설을 함께 짓는 방식으로 주민들의 신뢰를 쌓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노후 대차식 화장로의 구조적 문제와 고성능 방지 장치 미비, TMS 설치도 대형 시설 위주여서 소규모 시설은 상시 감시 체계 바깥에 놓일 수 있습니다. 화장 건수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지금의 기준을 출발점으로 삼아 꾸준히 강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섯 나라에서 배우는 교훈

영국, 일본, 미국, 중국, 한국의 사례를 나란히 놓고 보면 공통된 흐름이 보입니다.
 
첫 번째, 화장률이 높아질수록 화장장 수은 배출은 국가 차원의 환경 문제가 됩니다. 어느 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두 번째, 모든 규제는 '측정'에서 시작됩니다. 얼마나 나오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기준을 세울 수도, 개선할 수도 없습니다.
 
세 번째, 영국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일부만 저감'이라는 타협은 결국 '전면 의무화'로 나아갑니다. 한국의 2020년 기준도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시작점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 불 없이 화장하는 날이 온다

수은 배출 문제를 가장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은 화장로 자체를 쓰지 않는 것입니다.
 
알칼리 가수분해 방식, 이른바 '수분해장'은 물과 알칼리 용액 안에서 시신을 분해하는 방식입니다. 불을 쓰지 않아 수은이 기체로 배출될 일이 없고, 탄소 배출량도 기존 화장 대비 10분의 1 수준입니다. 영국 화장장 지침 개정 논의에서도 이 방식의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한국에서는 현재 사람에 대한 수분해장이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다만 2022년부터 반려동물에 한해 허용되었고, 사람에 대한 적용도 점차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법령 정비, 하수처리 기준 명확화, 장례 문화 전반의 공감대 형성이 선행 과제입니다.
 
화장률 92%의 나라에서 화장장은 이미 필수 공공 인프라입니다. "괜찮다"는 말 대신, 실제로 괜찮다는 걸 수치로 보여주는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야 합니다. 2020년 1월 1일에 시작한 첫걸음이 그 출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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