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줄이자 병목이 화장시설로 이동… 사망 사흘째 화장률은 86%에서 75%로
2025년 전국 화장률(잠정)은 94.4%였다. 사망자 열 명 중 아홉 명 이상이 화장로를 거친다는 뜻이다. 그런데 사망 사흘째에 화장을 마친 비율은 2019년 86.2%에서 2025년 75.5%로 떨어졌다. 화장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제때 화장하기는 오히려 어려워졌다.

사실상 하나뿐인 길
사람이 세상을 떠나면 유족은 장례식장을 정하고 빈소를 차린다. 발인 날짜가 잡히면 다음 절차는 거의 정해져 있다. 화장시설을 예약하고, 화장한 유골을 봉안당이나 자연장지에 모시거나 산분한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 통계로 2025년 1~12월 누적 화장률이 94.4%다. 한국에서 화장은 선택지라기보다 표준 절차다.
화장은 좋은 장법이다. 땅을 적게 쓰고, 산에 흩어진 묘를 돌봐야 하는 부담도 덜어준다. 문제는 화장이 널리 선택된다는 사실이 아니다. 화장하지 않고는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구조가 되어간다는 점이다. 수요가 한 경로에 쏠리면, 그 경로의 시설이 멈추는 순간 장례 전체가 멈춘다.
매장이 불편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한국 사회가 화장 중심으로 옮겨간 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전통 매장은 죽음 하나를 봉분 하나로 남기는 방식이었다. 묘마다 진입로와 관리 공간이 필요했고, 한 번 만든 무덤은 사실상 그 자리를 영구히 차지했다. 산업화와 도시화로 자녀 세대가 도시로 떠나고 핵가족화로 문중의 역할이 약해지면서, 벌초와 성묘의 시간과 비용은 커졌다. 산과 들에 흩어진 분묘는 토지 이용 면에서도 부담이었다.
정부 정책도 이 방향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장사제도의 추진 방향을 '자연친화적이고 지속가능한 장사문화 정착'으로 제시하며, 매장 위주 제도를 개선하고 화장문화로 전환하겠다고 설명한다. 토지 점유와 관리 부담을 줄이는 데 화장이 효과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다만 구분할 것이 있다. 매장을 '줄이는 것'과 매장을 '개선하는 것'은 다른 정책이다. 한국은 오랫동안 앞의 길을 택했다. 매장을 효율적으로 바꾸는 대신 화장으로 옮겨갔고, 그 결과 과거 매장의 문제는 줄었지만 장례 수요가 화장시설이라는 하나의 관문으로 몰렸다.
'화장률'과 '3일차 화장률'은 다르다
이 시스템의 취약성은 '3일차 화장률'에서 드러난다. 최종적으로 화장했는지가 아니라, 사망 사흘째에 화장을 마쳤는지를 보는 지표다. 일반적인 3일장에서는 사망 당일을 첫째 날로 세고 셋째 날 발인 뒤 화장한다.
전국 3일차 화장률은 2019년 86.2%에서 2025년 75.5%로 낮아졌고, 4년 연속 70%대에 머물고 있다. 대도시는 더 낮다. 2025년 서울은 69.6%, 부산은 67.1%, 경기는 63.1%였다. 서울은 2025년 8월 서울추모공원에 화장로 4기를 추가해 하루 공급량을 59건에서 85건으로 늘렸지만, 3일차 화장률은 여전히 70% 안팎이라는 보도가 나온다.
이 수치를 곧바로 '4일장 가족이 25%'로 읽어서는 안 된다. 복지부와 장례문화진흥원은 이 통계가 사망일 기준이라, 야간에 사망했거나 빈소를 늦게 차린 경우도 4일차 이후 화장으로 잡힌다고 설명한다. 유족이 의도적으로 일정을 늘린 사례도 섞여 있다. 복지부는 75% 수준이 화장장 확보에 큰 문제가 없는 정도라고 본다. 그래도 하락 추세와 대도시의 낮은 수치는 가볍게 넘기기 어렵다.
이 수치는 화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늘었다는 뜻이 아니다. 화장을 원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데 시설이 그 수요를 정해진 시간 안에 처리하지 못한다는 신호에 가깝다. 장례에서 시간은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화장 예약이 하루 밀리면 빈소 사용료와 식사비, 안치료가 함께 불어난다. 유족은 애도의 시간을 스스로 정하지 못하게 된다.
총량이 아니라 분포의 문제
화장시설 부족을 말할 때는 흔히 전국 화장로가 몇 기인지를 본다. 그러나 실제 처리능력은 총량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시설이 어디에 있는지, 하루 몇 회 가동할 수 있는지, 고장과 정비에 어떻게 대비하는지, 관내·관외 주민에게 어떻게 배정하는지에 따라 이용 가능성이 달라진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보고서에서 지역별 편차를 지적했다. 당시 화장로 1기당 수용 인구는 서울이 약 32만5천 명, 경기 약 25만 명, 부산 약 23만8천 명이었고 전국 평균은 약 13만8천 명이었다. 인구가 밀집된 지역일수록 시설 한 기가 짊어진 부담이 컸다.
이런 지역에서는 자체 시설이 있어도 관내 사망자와 인접 지역에서 넘어오는 수요를 함께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시설이 없는 지역의 유족은 멀리 이동한다. YTN은 2025년 4월 보도에서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속초·세종·충주 등으로 이동한 사례와, 가평의 고인을 수원까지 모신 사례를 전했다. 같은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2022년 연간 화장자 수는 도내 화장 가능 역량의 1.56배였다. 지자체마다 관외 주민의 이용료와 이용 시간대를 달리 두는 것도 유족에게 추가 부담이 된다.
위기가 오면 하나의 관문이 전체를 막는다
취약성은 사망자가 단기간에 몰릴 때 선명해진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사망자가 급증한 2022년 3월, 화장 수요는 시설 용량을 넘어섰다.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3일차 화장률은 2월 77.9%에서 3월 말 30.9%로 떨어졌고, 3월 지역별로는 서울 5.6%, 부산 5.8%, 경기 14.8%였다. 서울은 스무 가족 중 한 가족꼴로만 3일장 일정에 맞춰 화장한 셈이다. 정부는 3월 16일부터 화장로 운영 횟수와 시간을 늘리는 집중운영기간을 시행했고, 3일차 화장률은 3월 19일 20%에서 4월 7일 61.1%까지 회복됐다. 당시 설치된 화장로 일부는 고장으로 가동하지 못했고, 예비 설비도 즉시 투입하기 어려웠다. 시설이 있다는 것과 필요할 때 쓸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2025년 초 독감으로 사망자가 늘었을 때도 이른바 '화장 대란' 우려가 나왔다. 전력망이나 통신망과 같은 구조다. 한 경로에 수요가 집중되면 평상시에는 효율적이지만, 장애가 나면 대체 경로가 없다. 모든 사망자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라면, 충분한 용량과 함께 그 관문이 막혔을 때 쓸 다른 길도 있어야 한다.
화장로만 늘리면 될까
당장은 시설을 늘려야 한다. 2025년 사망자는 36만여 명이고, 고령화로 사망자는 계속 늘 전망이다. 기존 시설의 정비와 운영 인력 확보도 시급하다. 하지만 화장로 증설만을 목표로 삼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설치를 둘러싼 주민 갈등이 크고, 인구 밀집 지역일수록 부지와 건설비 부담이 크다. 무엇보다 화장 외의 길이 사라진 채 시설만 늘리면 수요는 계속 한 경로에 집중된다.
그래서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화장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실제로 다른 장법을 선택할 수 있는가.
장사법은 매장과 화장을 모두 인정한다. 그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 묘역은 부족하고, 기존 묘지는 관리되지 않고, 가족이 장기간 관리해야 한다는 부담도 크다. 법적으로 선택지가 있다는 것과 생활 속에서 고를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화장은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화장만 가능한 시스템이다.
다음 편에서는 매장을 없애는 대신 다시 쓰는 공간으로 바꾸는 '순환형 묘역'을 살펴본다.
※ 참고자료: 한국장례문화진흥원 화장 통계, 보건복지부 장사제도, 국회입법조사처 「초고령사회 대비 화장(火葬)시설 설치현황과 과제」, YTN 「[팩트추적] 화장장 예약 못해요」(2025.4.22), 아시아경제 등 2025년 통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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