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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무인장례-홈 추모식 실행 키트

홈 추모식 실행 키트 공개 - 장례가 끝난 뒤에야 진짜 작별이 시작된다

 

장례가 끝났다. 발인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왔다. 사흘 동안 수백 명의 손을 잡았고, 음식을 대접했으며, 고맙다는 말을 수백 번 건넸다. 몸은 무너질 것처럼 피로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고인과 진짜로 작별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장례식을 분명히 치렀음에도, 이별을 한 것 같지가 않다.

 

이것은 비단 특정 개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의 장례는 구조적으로 유족이 슬퍼할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빈소를 배정받고, 조문객을 맞이하며, 음식을 준비하고, 사흘 내내 접대 노동에 시달린다. 정작 가족끼리 둘러앉아 고인의 이야기를 나눌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72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종료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뒤에야 비로소 실감이 찾아온다. 나는 아직 제대로 작별하지 못했다는 자각이다.

 

 

현재의 장례식이 얼마나 고인과 무관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마지막으로 조문을 갔던 빈소를 떠올려보라. 그 공간에 고인이 계셨는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영정 사진과 국화꽃은 있었지만, 고인의 몸은 영안실 냉장고에 있었다. 우리는 이미 고인이 없는 빈소에서 사흘을 보내고 있다. 그것을 장례라고 부르면서 말이다.

 

이 키트는 바로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제작되었다.

 

무인장례를 선택한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 무빈소장례를 택한 가족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 이것은 기존의 3일 장례를 마친 가족에게도 똑같이 필요하다. 아니, 어쩌면 더 절실할지도 모른다. 형식적인 장례를 치르고 나서 진짜 작별은 아직 하지 못한 채 일상으로 돌아간 수많은 가족들에게 특히 그러하다.

 

유골함이 집에 도착한 날, 혹은 장례를 마치고 한 달이 지난 날, 혹은 49일이 되는 날 등 시기는 언제라도 좋다. 형식도 없고, 규칙도 없다. 가족이 모여 고인의 이야기를 실컷 나누는 자리, 그것이 바로 '홈 추모식'이다.

 

키트는 총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준비 체크리스트이다. 날짜와 장소를 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집도 좋고, 고인이 즐겨 찾던 장소도 무방하다. 참석자에게 보낼 연락 문구 예시, 사진과 음악을 미리 모으는 방법, 가족들에게 사전에 보내두면 좋은 기억 수집 질문 네 가지도 담았다. 음식과 공간에 필요한 것들을 필수·권장·선택의 세 단계로 분류하여 부담을 낮추었다.

 

두 번째는 공간 설계 가이드이다. 빈소를 재현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고인이 살아있을 때처럼 편안한 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거실 소파형, 마당·베란다형, 고인의 방 활용형 등 세 가지 세팅을 제시했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명시적으로 목록에 포함했다. 국화꽃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검은 옷을 입어야 한다는 것도, 웃으면 안 된다는 것도 모두 관습일 뿐 결코 규칙이 아니다.

 

세 번째는 추모식 진행 가이드이다. 90분 표준 흐름표를 기준으로 하여 여는 말 예시 문구, 기억 나누기를 이끌어내는 유도 질문 카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다섯 가지 방식(묵념, 편지 낭독, 꽃 한 송이, 노래, 건배)을 수록했다. 추모식이 끝난 후 챙기면 좋을 사항들도 마지막에 덧붙였다.

 

이 키트에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강제 조항이 없다.

 

모든 항목은 선택 사항이다. 체크리스트는 참고용일 뿐이며, 진행 순서는 안내일 뿐 시간표가 아니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 고인이 좋아했을 법한 것을 중심으로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추모식은 완벽할 필요가 없다. 진심어린 마음이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장례는 끝났지만, 작별은 아직 남아 있다. 그 자리를 만드는 것은 이제 우리의 몫이다.

 

홈 추모식 실행 키트 확장.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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