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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노트

부고 문자를 받은 날, 나는 울지 못했다

부고 문자를 받은 날, 나는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가까운 사람을 잃었다는 연락을 받은 순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슬퍼할 틈도 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장례식장과 화장을 예약하고, 수의를 고르고, 부고 문자를 돌리고, 화환 업체에 연락한다. 빈소 호실을 배정받고, 계약서에 서명하고, 음식을 준비하고, 문상객을 맞아야 했다.

사흘이 지난다. 발인이 끝난다. 집으로 돌아온다. 그제야 실감이 온다.

그 사람이 떠났구나. 나는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울지 못했구나.
 

빈소에 고인이 없다
마지막으로 조문을 갔던 장례식장을 떠올려보라. 그 빈소에 고인이 계셨는가.

아마 아니었을 것이다. 영정 사진과 국화꽃은 있었지만, 고인의 몸은 영안실 냉장고에 있었다. 빈소(殯所)의 원래 의미는 고인이 소생하기를 바라며 가족이 곁에서 지키는 공간이었다. 고인과 유족이 같은 자리에 있는 것이 빈소의 본질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고인은 냉장고로 들어가고, 빈소에는 영정 사진과 조화만 남았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이미 '고인이 없는 빈소'에서 장례를 치르고 있다. 그것을 '정상적인 장례'라고 부르면서.

한국의 평균 장례 비용은 약 1,380만 원이다. 그 상당 부분은 화장로 안에서 한 시간 만에 재가 될 수의와 관, 그리고 사흘짜리 빈소 임대료다. 유족은 사흘 내내 손님을 맞이하는 접대 노동을 한다. 조화가 몇 개 왔는지, 문상객이 몇 명인지가 장례의 격을 결정한다. 고인과 마음으로 작별할 시간은 어디에도 없다.

슬픔은 72시간의 시간표를 따르지 않는다.
 


무인장례란 무엇인가
 

일본 直葬(직장, ちょくそう) / 火葬式
영국 Direct Cremation / Unattended Funeral
미국 Direct Cremation / Simple Cremation
캐나다 Direct Cremation / Basic Cremation / Immediate Cremation
호주 Direct Cremation / No-Service Cremation
독일 의식 없는 화장, Kremation ohne Zeremonie


핵심은 하나다. 시신을 처리하는 물리적 절차와, 고인을 기억하는 추모의 의례를 완전히 분리한다.

무인장례를 선택하면 이렇게 진행된다. 사망 후 전문 봉송 업체(장례지도사)가 고인을 수습해 화장을 진행한다. 빈소는 없다. 조문객도 없다. 유족은 서류만 처리하면 된다. 화장이 끝나면 유골함을 자택으로 모시고 온다. 그 뒤부터가 진짜 작별이다. 유족은 고인이 가장 오래 머물렀던 공간에서, 원하는 날에, 원하는 방식으로 추모식을 연다. 형식 없이, 이야기하고, 울고, 웃고, 먹는 자리.

이것이 '소홀한 장례'처럼 들리는가. 다시 생각해보라. 고인이 살아계실 때 진정으로 원하셨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수백만 원짜리 수의가 타오르는 장면이었는지, 아니면 가족들이 편안하게 모여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었는지를.

무인장례는 돈을 아끼는 선택이 아니다. 진심을 선택하는 것이다.
 

데이비드 보위가 선택한 방식
2016년 1월 데이비드 보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세계는 그의 장례식이 없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는 생전 "어떤 소란이나 구경거리도 원치 않는다"는 유언을 남기고 무인장례를 택했다. 가족만이 조용히 작별을 고했다.

영국에서 이것은 가난한 사람의 장례가 아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비롯된 품격 있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진다.

숫자가 이것을 증명한다. 2019년 전체 장례의 3%에 불과했던 영국의 무인장례 비율은 현재 약 20%까지 늘었다. 신규 장례 보험 가입자 중 60% 이상이 무인장례를 선택하고 있다. 무인장례를 경험한 유족의 90%가 이 방식에 만족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공통적으로 꼽은 것은 이것이다. "형식적인 절차에서 벗어나, 고인과 진정으로 작별할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빈소장례와 무인장례는 다르다
여기서 하나를 분명히 짚어야 한다. 요즘 언론과 커뮤니티에서 '무빈소장례'와 '무인장례'를 같은 것처럼 다루는 경우가 많다. 이 둘은 다르다. 근본적으로 다르다.

무빈소장례는 기존 장례 시스템 안에서 빈소 공간만 생략하는 것이다. 고인은 여전히 병원 냉장고에 있고, 절차는 장례식장의 틀 안에서 진행된다. 접객을 생략했을 뿐, 장례의 본질적인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무인장례는 다르다. 시신 처리와 추모 의례를 철저히 분리하고, 추모의 주도권을 유족에게 돌려준다. 장례식장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무빈소장례가 '뺄셈'이라면, 무인장례는 '재구성'이다.

절차를 생략하는 것과, 절차의 의미를 다시 세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한국에서 이것이 어려운 이유, 그리고 가능한 이유

"남들 눈에 불효로 보이지 않을까."

무인장례를 이야기하면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이 두려움은 이해한다. 한국 사회에서 장례는 효(孝)의 마지막 증거처럼 여겨져 왔다. 조화 수가 곧 그 사람의 사회적 무게였다. 빈소를 차리지 않는 것은 가난하거나, 외롭거나, 관계가 나빴던 사람의 이미지와 연결됐다.

그러나 이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법은 있다. 고인이 살아있을 때 직접 뜻을 남기는 것이다.

엔딩노트에 한 줄을 적어두면 된다. "나는 장례식 대신, 화장 후 가족들과 집에서 조촐하게 마무리하기를 원한다." 그 한 줄이 남겨진 가족에게 선택의 근거가 되고, 죄책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이유가 된다. 유족은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인의 뜻을 따른 것'이 된다.

효도는 살아계실 때 하는 것이다. 이별은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할 수 있다.
 

조용한 이별은 무관심이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있는지 모른다. 이미 빈소 없이 부모님을 보낸 뒤 죄책감을 안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다.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이 선택을 미리 생각해두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다. 혹은 홀로 노년을 준비하는 1인 가구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이것만은 말하고 싶다.

조용한 이별은 무관심이 아니다. 형식 없는 작별이 더 진심일 수 있다. 장례의 격은 조화의 개수가 아니라, 남겨진 이들의 마음속에 흐르는 기억에서 결정된다.

무인장례는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다. 죽음을 진지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형식보다 진심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것은 용기다.
 
무인장례용 엔딩노트 부터 작성하자.

무인장례_엔딩노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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