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 묘지 최초로 옥상에 화장장을 둔 곳" - 브라질 네크로폴리 에쿠메니카

세계 최고층 수직 묘지 이야기
브라질 남부 항구도시 바이샤다 산티스타(Baixada Santista)의 산투스(Santos). 이곳 스카이라인을 이루는 건물 중 하나가 아파트도, 호텔도, 오피스텔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 대부분 놀란다.
이 건물의 정체는 묘지다. 그것도 그냥 묘지가 아니라,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직 묘지,
그리고 2023년 1월, 세계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이름 중 하나가 이곳에 잠들었다. 바로 펠레(Pelé)다.
시작은 초라한 건물 하나였다
이야기는 19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투스에 작은 건물 하나가 지어지기 시작했고, 이듬해인 1984년 7월 28일 이곳에서 첫 매장이 이루어졌다. 처음엔 그저 그런 지역 묘지였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를 이끈 인물, Pepe Altstut의 이력이 흥미롭다.
원래 산 사람을 위한 건물, 즉 일반 건축업에 종사하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어느 순간 눈을 돌려 '죽은 자를 위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 선택을 이렇게 회고했다. "작은 건물로 시작했지만, 수요가 계속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짓고, 계속 확장해 나갔다."
땅이 부족해지면 사람들은 위로 눈을 돌린다. 산 사람의 도시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죽은 사람의 도시에서도 똑같이 벌어진 셈이다.
그렇게 확장을 거듭한 끝에 1991년 9월 20일, 정식으로 개관했다. 그리고 그해부터 기네스 세계기록은 이 건물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묘지'로 인정했다.

108미터, 16,000개의 방
지금 이 묘지의 규모는 웬만한 오피스 빌딩 못지않다.
높이 108미터, 14층 건물에 1.8헥타르 부지, 그리고 약 16,000기의 무덤을 품고 있다. 108미터면 대략 30층짜리 아파트와 맞먹는 높이다. 다만 이 건물 안을 채우고 있는 건 사람이 사는 방이 아니라, 죽은 사람이 '쉬는' 방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한 층마다 150개의 구획이 있고, 각 구획에는 최대 6구까지 안치할 수 있다. 정교한 환기 시스템도 갖춰져 있어서, 시신이 자연 분해되는 데 걸리는 약 3년의 시간 동안 문제없이 관리된다. 그 후 유족이 원하면 이장하거나 건물 내 납골당으로 옮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대목 하나. 이 묘지 단지에는 애초에 32층짜리 세 번째 타워를 짓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 있었다.
기존 두 동은 각각 37미터, 46미터로 1984년에 지어졌는데, 세 번째 동인 'Necrópole III'는 108미터, 32층 규모로 지어져 세계 최고층 묘지 타이틀을 한 번 더 갱신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이 32층 타워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 "이미 완공된 32층 묘지"처럼 퍼지기도 했지만, 공개된 자료상으로는 승인만 난 상태였고 실물이 아닌 조감도(렌더링)로만 존재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늘에 108미터 더 가깝습니다"
이 묘지에서 가장 인간적인(?) 부분은 바로 가격 정책이다.
건물은 여러 동으로 나뉘어 있고, 산이 보이느냐 안 보이느냐에 따라 무덤 가격이 달라진다. 그리고 놀랍게도, 층이 높을수록 가격도 함께 올라간다. 마치 도심 아파트의 '로열층 프리미엄'을 연상케 하는 구조다.
이 묘지의 세일즈 포인트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하에 묻히는 것보다 하늘에 108미터 더 가깝습니다." 부동산 중개인이 들으면 울고 갈 카피라이팅이 아닐 수 없다. 죽어서도 뷰(view)를 신경 써야 하는 시대, 아이러니하지만 묘하게 설득력이 있다.

그리고, 축구의 황제가 이곳에 잠들다
2013년, 브라질 록밴드 Charlie Brown Jr.의 멤버 Chorão와 Champignon이 이곳에 묻히며 유명세를 얻기 시작한 이 묘지는, 2023년 1월 3일 결정적인 순간을 맞는다. 바로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꼽히는 펠레가 이곳에 영면한 것이다.
펠레 가문의 묘는 9층에 자리 잡고 있다. 높고 고요한 그곳에서는 그가 브라질 축구, 아니 세계 축구의 역사를 새로 쓴 무대, 빌라 벨미루 경기장의 관중석 일부가 내려다보인다.
축구화를 신고 잔디를 누비던 그가, 이제는 자신이 뛰던 경기장을 발밑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셈이다. 생전 그의 별명이 '축구의 황제'였다는 걸 생각하면, 마지막 안식처마저 '높은 곳'을 택한 것이 우연은 아닌 듯하다.
옥상에서 완결되는 마지막 순간
이 건물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높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다. 삶의 마지막 여정이 이 건물 하나 안에서 통째로 완결된다는 점이 더 인상적이다.
건물 꼭대기, 가장 하늘과 가까운 층에는 바이샤다 산티스타(Baixada Santista) 지역 최초이자 유일한 화장장이 자리하고 있다. 수직 묘지의 옥상에 화장 시설을 올린 건 세계적으로도 흔치 않은 사례라, 이 묘지는 스스로를 "수직 묘지 최초로 옥상에 화장장을 둔 곳"이라 소개한다. 시신이 땅으로 내려가는 대신, 오히려 건물의 가장 높은 곳에서 한 줌의 재로 돌아가는 셈이다. 이 묘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하늘'이라는 방향성을 놓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
물론 모든 게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산투스 시의회 자료에 따르면 이 화장장의 이용 비용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 세련된 건축과 조경, 최신 설비를 갖춘 이 시설을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건 일부 주민에 국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죽음 앞의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어떻게 떠나는가'의 문제 앞에서는 이곳 역시 빈부의 격차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한 셈이다.
화장장 곁에는 조용히 슬픔을 다독일 수 있는 예배 공간과 유족 대기실, 그리고 유해를 영구히 보관할 수 있는 전용 공간까지 마련되어 있다. 애도부터 작별, 그리고 안치까지. 이 모든 절차가 엘리베이터 몇 번의 이동만으로 한 건물 안에서 이루어진다.
묘지, 관광지가 되다
이곳에는 무덤 외에도 예배당, 화장장, 영묘, 서비스룸, 심지어 옥상 카페까지 있다. 그리고 압권은 클래식카 박물관과 폭포가 흐르는 열대 정원이다.
죽음을 위한 공간에 카페와 자동차 박물관, 폭포 정원이라니... 얼핏 어울리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 이곳은 산투스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가 되었다. 슬픔과 애도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독특한 건축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땅은 부족해지고, 도시는 위로 자란다. 이제는 산 사람들의 아파트뿐 아니라, 떠난 이들의 안식처마저 하늘을 향해 뻗어 올라가고 있다. Memorial Necrópole Ecumênica는 그 극단적인 예시이자, "죽음도 결국 도시 계획의 일부"라는 사실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건물이다.
그리고 그 108미터 높이 어딘가, 9층에서는 여전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황제가 자신이 뛰던 경기장을 내려다보고 있다.
위치: Av. Dr. Nilo Peçanha, 50, Marapé, Santos, 11070-050, Braz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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