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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장포럼

흔적없는 죽음

흔적없는 죽음

가끔씩 산에 오르면 수많은 생명체를 만날 수 있다. 그때마다 이 많은 생명체들의 주검을 쉽게 볼 수 없다는 것에 의아함을 느낀다. 다른 짐승이 재빨리 먹어치우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동료가 감추어 주는 것도 아닐텐데, 이상하게 주검을 보기가 힘들다.

 

주인과 산책하던 늙고 병들은 강아지가 갑자기 주인을 떠나 인적이 드문 숲속으로 향한다. 주인이 아무리 불러도 뒤돌아보지 않고 숲 속으로 비틀거리며 들어간다. 주인이 강아지를 뒤쫓다 후미진 덤블 밑에서 홀로 죽어있는 강아지를 발견하곤 대성통곡한다.

 

자연에 사는 대부분의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죽음을 감추려는 행동을 한다. 늙거나 병들어 자연사하는 경우 스스로가 자신의 주검을 보이지 않게 숨긴다.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서인지, 오랜시간 진화해 오면서 축적된 경험에 의한 것인지 죽음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나무꾼도 안다니는 길로 자기가 걸음을 옮길 수 있는데 까지 들어간다고
그리고 쓰러지는 거야. 그래도 기운이 남아 있으면 나무 긁어서 깔고
나무 긁어서 덮고 그리고 눕는거지. 완전 기진맥진 상태에서 그냥 그대로 가는 거야.
그러면 시체도 못찾는 거지. 산속이니까 누가 찾을 수 있겠어
그것이 가장 멋진 죽음이지. 흔적없는 죽음. 중들이 꿈꾸는 - 법정스님

 

초창기 자연매장. 2000년 7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