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8월 17일 오마이뉴스 기고문...(18년... 전 이네. 시간 참...)
우리의 자연과 전통을 위한 그린묘지
인류가 미개하여 자연을 정복치 못하였을 때에는 자연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고, 모든 자연물도 정령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믿어 이것이 곧 신앙과 제례의 기원이 되었으며, 더불어 인간자신의 사후 시신처리방법에 있어 ‘자연으로 돌려보낸다’는 원칙이 생겨났다.
자연에서 재료를 취하여 이루어진 우리 몸은 그 사용기간이 만료한 후에 그대로 자연으로 돌려 주는 것이 순리라고 보는 인식은, 아주 오랜 인류부터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전통이며, 원칙이라 볼 수 있다.
매장, 화장, 조장, 수장, 풍장 등 그동안 인류가 행하여온 장법은 모두가 자연회기의 원칙을 근본으로 하고 있다. 시대와 환경을 반영한 장법은 다양하게 변화되며 존재해 왔지만, 이들 장법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의식은 모두가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의식이었다.
현대에 와서 인류가 자연의 일부를 콘트롤 할 수 있게 되자 이러한 의식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자연을 도외시하고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구조물속에 가두는 자연스럽지 못한 장법을 진행시켜온 것이다.
우리는 자연장시설과 납골시설을 두고 ‘화장 이후의 장사시설’이란 표현을 쓰고 있다. 사실상 화장에 있어서 장사시설은 화장장뿐이다. 시신을 불에 태워 장사지낼 수 있는 화장로와 그에 따른 부대시설이 있는 곳이 화장에 있어서의 장사시설인 것이다. 이후의 납골과 자연장시설은 원칙적으로 장사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매장은 시신을 땅에 묻어 장사지냄을 의미하며, 그에 따른 장사시설은 묘지이다. 이후의 다른 시설이나 방법 따위는 없다. 땅에 묻어 자연으로 되돌린다는 의미가 매장이다.
자연장과 납골시설은 장사시설이 아니다. 이미 시신을 처리하는 장사의 모든 과정이 끝이 났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화장한 이후의 남은 유골을 시신과 같은 의미로 생각하는건 이치에 맞지 않다. 과학적이나 생태학적으로도 유기적인 형질이 전소된 인산칼슘 재일 뿐이다.
모든 문제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했든, 국민의 원성을 우려했든 간에 화장이후의 유골재 처리방법을 인위적인 형태의 장사 범주에 놓고 지원 육성한 국내 민,관 합동 정책이 크게 잘못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린묘지가 해답이다>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등 위생문제가 있거나 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화장이 불가피하겠지만, 원칙적으로 보편적인 우리의 장묘제도는 '매장'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시설은 기존의 봉분형 묘지가 아니라 친환경적인 ‘그린묘지’ 형태가 되어야 한다.
시신을 감쌀 수의는 베, 비단 등 천연 섬유를 사용하여 자연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시신이 잘 분해되도록 하고, 묻은(탈관하여 묻는다) 위치에 봉분을 할 필요도 없이 평토(平土)로 하고 필요시에 간단한 묘지석을 근처에 세워서 기념물로 삼으면 족하다. 더 나아간다면 묘석 대신 나무를 표시목으로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에 대한 사랑도 깊어지고 산야를 훼손하는 일도, 사치스런 분묘 조성으로 사회적인 위화감을 조성하는 일도, 막대한 묘지 구입비용 지출도 줄어들게 되어 여러 모로 편리하고 자연스러워 질 것이다.
묘지의 가용면적을 걱정한다면, 현실을 자세히 살펴보라. 전체 묘지의 70% 이상이 산재된 개인묘지이다. 산재된 개인묘지를 집단화 하면 그 뿐이다. 우리와 우리의 후손까지 대대로 영면할 수 있는 공간은 충분하다.
묘지 재개발도 그린묘지로 하면 좋을 것이다. 기존 묘지 그대로를 유지하면서, 봉분과 석물을 없애고 산림화 하면 그 뿐이다. 굳이 파내어 개장하고 화장하여 납골하는 고생을 하지 않고 말이다. 우리도 좋고 돌아가신 고인도 좋은 방법이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더 연구를 해 보아야 하겠지만, 최대한 자연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자연의 순환하는 이치에 부응하는 방법, 그리고 우리의 정서와 전통을 살리는 방법이 '그린묘지' 이다.
화장 후 자연장과 납골시설은 장사시설이 아니므로 법률로 권장, 육성하지 말아라! 매장묘지 중 개인,가족, 종중, 문중묘지를 금지하고 집단화한 그린묘지(자연매장)로 권장, 육성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