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안당도 결국은 새로운 무덤
개장-화장-봉안이라는 절차는 얼핏 묘지를 없애는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유골의 위치를 옮기는 일에 가깝다. 기존 묘를 파내고, 유골을 꺼내고, 화장시설로 옮겨 다시 태우고, 봉안시설로 옮겨 안치한다. 그리고 그 봉안당과 봉안묘는 다시 새로운 공간을 필요로 한다. 묘지 문제 하나를 해결하는 대신, 봉안시설이라는 또 다른 장사시설의 수요를 만들어내는 구조다.
이 문제는 이미 한국의 현실이기도 하다. 2024년 기준 강원도의 봉안시설 이용률은 평균 58% 수준이지만, 도내 연간 사망자 수가 1만4000명에 달하면서 시설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서울에서는 이미 봉안시설 안치 여건 부족으로 2022년 4월 25일부터 국가유공자 등 일부 대상자에 대한 신규 봉안조차 받지 않고 있다. 그 대안으로 정부가 꺼내든 카드가 산분장이다. 화장한 유골을 산이나 바다에 뿌리는 산분장을 자연장의 한 방식으로 제도화하는 장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2025년 1월 24일부터 시행됐다. 한국은행이 2026년 2월 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임종 준비가 필요한 생애말기 고령인구는 2025년 29만2000명에서 2050년 63만9000명으로 약 2.2배 늘어날 전망이다. 화장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공간 문제가 시작되는 구조는 당분간 풀리지 않을 숙제라는 뜻이다.
중국이 던진 다른 질문, 심매(深埋)
바로 이 질문 앞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중국의 심매(深埋)다. 심매는 단순히 '깊이 묻는 매장'을 뜻하지 않는다. 봉분과 비석을 남기지 않고 지표를 자연으로 돌려보내, 장기적으로 그 땅을 다시 쓸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중국이 이 흐름을 국가 정책으로 처음 못 박은 건 2016년이다. 민정부 등 9개 부처가 2016년 2월 절지생태안장(节地生态安葬) 추진에 관한 지도의견(민발〔2016〕21호)을 공동으로 내놓으면서, 해장·수목장·심매·격위 안치 등 땅을 적게 쓰는 안장 방식을 처음으로 국가 차원에서 장려하기 시작했다. 이 문서는 화장 지역과 토장(土葬) 허용 지역을 나누어 각기 다른 생태 안장 방식을 제시했는데, 토장 개혁 지역에서는 유체를 공동묘지나 농촌 공익성 묘지에 집중 안장하도록 하고, 지면 경화 면적을 최대한 줄이며, 묘비를 소형화하거나 아예 세우지 않고, 유체 심매와 봉분을 남기지 않는 방식, 나무로 비석을 대신하는 방식을 제창했다.
"묘를 남기지 않는다"
이 흐름은 2026년 들어 국가 법령 차원에서 한층 뚜렷해졌다. 국무원 총리 리창(李强)이 서명한 국무원령 제824호로 개정된 「殡葬管理条例(장사관리조례)」가 2026년 1월 7일 공포되어 3월 30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1997년 처음 시행된 뒤 2012년 한 차례 손질을 거친 이 조례가 전면 개정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개정 조례의 내용은 원문 텍스트가 짚은 방향과 정확히 겹친다. 제31조는 화장 지역에서는 골회 해장·수목장·화장(花葬)·초평장 등을 장려하고, 토장이 허용되는 지역에서는 유체심매(遗体深埋)·불류분두(不留坟头, 봉분을 남기지 않음)·불경화(不硬化, 지면을 포장하지 않음)·불립비(不立碑, 비석을 세우지 않음) 방식을 장려하며, 생태 안장을 실천하는 경우 지역에 따라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한 제22조는 하천·철도 주변이나 경작지·산림 등 금지구역에 있는 기존 분묘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존되는 경우를 제외하고 적절한 방식으로 이전하거나 심매하여 봉분을 남기지 않도록 못 박았고, 제34조는 묘지의 묘역과 묘비를 소형화하고 묘역 점유 면적과 묘비 높이를 엄격히 제한하도록 했다. 생태안장은 이번 개정에서 국가가 정한 장사 서비스 기본 항목 목록에도 포함돼, 유체 운구·화장·골회 보관과 같은 위상을 얻었다. 중요한 건 얼마나 깊이 묻느냐가 아니다. 핵심은 땅 위에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이미 작동 중인 서비스, 상하이의 골회심매
심매는 더 이상 실험적 개념에 머물지 않는다. 상하이에서는 이미 실제 장례 서비스로 운영되고 있다. 골회심매는 화장한 유골을 생분해성 골회단지에 담아 땅에 묻는 생태 안장 방식으로, 유족은 공동묘지 창구에서 화장증명서와 신분증명서를 제출해 신청할 수 있고, 공동묘지 측이 집단 안장 의식을 안내한 뒤 통일 제공되는 분해성 용기를 묻고 그 위를 잔디로 덮어 녹화한다. 상하이시는 이런 방식으로 골회를 남기지 않는 생태 안장을 선택할 경우 구당 1000위안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이 생태 안장은 골회를 뿌리거나 심매해 봉분과 비석을 세우지 않고 토지를 순환해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정의된다. 묘를 만드는 방식에서 땅을 다시 돌려주는 방식으로, 안장의 목적 자체가 바뀐 셈이다.
땅으로 돌아가는 장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일부 지역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지린성이 2025년 내놓은 2025~2035년 장사시설 전문계획은 골회 심매를 추진하고 봉분·묘비 등 부착 표지물을 남기지 않는 것과 함께, 임지와 초지, 공익성 묘지의 복합적인 토지 이용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명시했다. 심매한 자리를 농지나 산림으로 되돌리는 구상이 일부 지역 문건과 보도에서 언급되고 있지만, 아직 전국 단위의 통일된 법률 용어로 자리 잡았다기보다는 지방 차원의 계획과 시범사업 단계에 가깝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하다. 묘지가 사라지는 대신 봉안시설이 늘어나는 구조와, 봉분과 비석 자체를 남기지 않아 땅을 다시 순환시키는 구조는 완전히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다. 하나는 "유골을 어디에 보관할 것인가"를 묻고, 다른 하나는 "죽음 이후 땅을 어떻게 되돌려줄 것인가"를 묻는다. 화장률 94%를 넘어서고도 화장장 예약과 봉안시설 포화라는 구조적 병목에 부딪히고 있는 한국의 장사정책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바로 이 질문의 방향 자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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