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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전, 기본 장례 비용을 내주는 도시

네번째 여행

by 다비코 2026. 10. 2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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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장례식장의 고별실. 선전에서는 기본 장례 비용 2,200위안(약 47만원)을 시가 대신 낸다.

 

기본 장례비 47만원, 선전은 시가 대신 낸다

중국 광둥성의 도시 선전에서는 누군가 세상을 떠나 화장하면, 기본 장례 비용 2,200위안(약 47만원)을 시가 대신 낸다. 유족이 따로 신청하러 다닐 필요도 없다. 장례식장에서 요금을 정산하는 자리에서 그 금액이 바로 빠진다. 이 제도가 왜 생겼고 무엇을 지켜 주는지, 어디서 멈추는지 들여다본다.

장례도 공공서비스라는 생각

선전은 2012년 6월 15일 전체 주민에게 기본 장례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를 시작했다. 광둥성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이었다. 광둥성은 2011년 장례 기본 공공서비스를 강화하라는 의견을 냈고, 2015년에는 도시와 농촌 주민의 기본 장례서비스를 정부가 무료로 제공하라는 실시 방안을 내려보냈다. 선전은 성 전체 방안이 나오기 3년 전에 먼저 움직인 셈이다.

시가 밝힌 이유는 세 가지다. 장례의 기본 서비스를 누구나 고르게 누려야 하고, 장례는 공익의 성격을 지녀야 하며, 고인의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사람들이 모여 일하는 도시에서 나온 제도라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열 가지 항목, 2,200위안

면제 한도는 조금씩 올랐다. 2012년에는 화장 1구당 1,830위안(약 39만원), 2017년에는 8개 항목에 2,030위안(약 44만원), 2022년 6월부터는 10개 항목에 2,200위안(약 47만원)이다.

면제되는 열 가지는 다음과 같다. 장례 전용차로 시신을 모시는 운구, 3일 이내의 안치, 간이 고별실 사용(400위안, 약 8만 6천원까지), 일반 화장로 화장, 10년 이내 유골 봉안 또는 정부가 조직하는 생태 안장, 시신 소독, 시신 정리, 시신 가방, 유골함(50위안, 약 1만원까지), 간이 화장 관(50위안까지)이다. 시 장례식장의 기본 요금표를 단순 합산하면 약 1,900위안(약 41만원)이어서, 공공 장례식장에서 기본 절차만 치르면 한도 안에 대부분 들어간다. 빈소와 접객, 수의, 묘지 같은 비용은 유족이 낸다.

 

호적 대신 숨진 곳을 묻는다

대상은 선전에서 숨져 화장하는 주민이다. 선전 호적이 아니어도 된다. 신청 서류에도 선전 호적증명뿐 아니라 다른 합법적인 호적증명이 인정된다. 시 자료는 이 제도가 호적을 가리지 않고 문턱도 두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계산대에서 바로 면제

절차는 간단하다. 장례를 맡은 사람이 요금을 정산할 때 장례식장이 면제 금액을 바로 뺀다. 필요한 서류는 고인의 호적증명, 사망의학증명서, 상주의 신분증 정도다. 선전 호적 주민이 다른 지역에서 숨져 화장했다면 화장증명서와 영수증을 들고 시 장례식장에서 돌려받는다. 슬픔 속에서 서류 때문에 뛰어다니지 않게 한 것이다.

돈은 시 재정에서 나온다. 시는 화장 1구당 2,200위안을 기준으로 시 장례서비스센터에 지급하고, 대상 수와 기준이 바뀌면 예산도 맞춰 바꾼다. 민정 부서와 재정 부서가 함께 점검하고, 허위로 청구하면 책임을 묻는다. 별도의 장례세가 아니라 시의 일반 예산이 감당하는 구조다.

환경을 아끼는 선택에는 장려금도 더한다. 2023년부터 유골을 바다에 뿌리면 1구당 3,000위안(약 65만원), 그 밖의 생태 안장은 1,000위안(약 22만원)을 준다.

도시 하나에서 나라의 기준으로

흐름은 도시 밖으로 번지고 있다. 2026년 3월 30일 시행된 중국의 개정 장례관리조례는 장례의 공익성 강화를 핵심 원칙으로 삼았다. 시신 운구, 안치, 고별, 화장, 유골 봉안, 생태 안장, 정부 장례기관의 유골 안치를 기본 서비스 목록으로 묶고 요금을 법에 따라 정하게 했다. 무료로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기본 서비스의 값을 나라가 정한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도 첫걸음이 시작됐다

한국에서도 도시 하나가 먼저 나섰다. 충북 제천시가 내년부터 시민의 공설 화장시설 이용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전국 기초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이다. 줄어드는 수입은 다른 지역 주민의 요금을 조정해 메운다. 시의 예산으로 화장 비용을 감당한다는 점에서 선전과 닮았다. 다만 선전은 무엇을 면제하는지 열 가지 항목과 금액 한도를 분명히 정해 두었다. 제천이 제도를 다듬을 때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한국에는 따져 볼 것이 많다. 도시마다 재정이 다르고, 화장시설이 없는 지역의 주민은 이런 혜택에서 비켜서 있다. 그래도 선전은 한 도시가 먼저 시작한 일이 나라의 기준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어디에 살든 장례비 걱정 없이 떠나보낼 수 있는 나라, 한국에서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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