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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관에 넣어주세요"

네번째 여행

by 다비코 2026. 10. 9.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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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맞잡은 채 떠난 부부들, 그리고 ‘두 사람의 마지막 자리’를 상상하는 일 


간호사에게 건넨 농담 한마디


2017년 8월, 미국 미주리주의 한 병실. 97세 레이먼드 브로이어는 아내 벨바(96)와 손을 맞잡고 있었다. 그는 곁을 지키던 간호사에게 지나가는 말처럼 한마디를 건넸다. 우리가 비슷한 때 떠나게 되면, 그냥 한 관에 넣어주면 되겠다고.


웃으며 던진 농담이었다. 그 농담이 가족에게 전해졌고, 며칠 뒤 현실이 됐다.


8월 4일 레이먼드가 먼저 눈을 감았다. 남편이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벨바는 눈물을 흘렸고, 약 30시간 뒤 남편을 뒤따랐다. 시골의 한 칸짜리 학교를 함께 다닌 두 사람은 1940년 부부가 되어 77년을 나란히 걸었다. 새벽 4시에 남편이 일터로 나서면 아내도 함께 일어나 따뜻한 아침을 차려 주던 사람이었다고, 오랜 지인은 기억한다. 그런 아침들이 쌓여 77년이 됐다.


부부는 손을 맞잡은 모습으로 하나의 관에 안치돼, 부모와 친척들이 잠든 세인트제임스 인근 묘지에 묻혔다.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결혼 서약은, 이 부부 앞에서만큼은 조금 다르게 읽혔다.


바다 건너 영국에서도, 두 사람은 손을 놓지 않았다


2015년 2월, 영국 셰필드. 결혼 60년 차 빅터 바워(82)와 엘시 바워(80)는 십대 시절부터 서로를 사랑한 사이였다. 가족들은 두 사람이 잠깐만 떨어져 있어도 눈물을 보일 만큼 서로에게 기대어 살았다고 전했다.


2월 8일, 빅터가 혈액암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휠체어에 의지하던 엘시는 병원에 있는 남편을 끝내 찾아가지 못했고, 9일 뒤인 17일 남편의 뒤를 따랐다.


딸 샤론은 부모를 따로 보내는 일이 아무래도 맞지 않다고 느꼈다. 엘시가 평생 바란 것은 빅터 곁에 있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손을 잡을 수 있는 ‘더블 관’을 준비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사우스요크셔에서 더블 관이 쓰인 첫 장례였다.


2022년 12월, 같은 셰필드에서 앨런·준 킹 부부도 같은 길을 갔다. 열다섯 살에 일터에서 만나 72년을 함께한 두 사람은 63년 동안 같은 임대 아파트에서 살았다. 건강이 나빠져 생의 끝자락에 잠시 떨어져 지내야 했지만, 6월 9일 아내 준이 요양원에서 눈을 감고 불과 21시간 뒤 남편 앨런이 병원에서 뒤따랐다. 한 관에 나란히 눕자는 제안은 장례지도사의 입에서 먼저 나왔다. 아들은 부모가 마지막으로 손을 맞잡을 수 있어 참 어울리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같은 무덤은 흔해도, 같은 관은 드물다


함께 묻히는 풍경은 오래됐다. 14세기 영국의 한 예배당 터에서는 팔을 교차한 채 한 무덤에 누운 두 사람의 유골이 발견돼, 부부로 보인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발굴팀은 한 무덤에 부부를 함께 묻은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 무덤’과 ‘한 관’은 다른 이야기다. 대부분의 부부는 관 두 개를 나란히, 혹은 위아래로 묻는다. 한 관에 두 사람이 눕는 순간부터 문제는 마음이 아니라 규격이 된다.


특히 화장이 그렇다. 영국의 화장 안내에 따르면 화장로는 한 번에 한 개의 관만 받도록 만들어져 있다. 다만 며칠 사이로 떠난 노부부가 한 관에서 함께 화장된 사례가 드물게 있었고, 신청인이 요청한다면 불법도 아니다. 유일한 걸림돌은 관이 화장로 입구를 지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마지막 문 앞에서 사랑은 의외로 현실적인 폭과 마주한다. 국내 화장시설에서 같은 요청이 가능한지는 시설마다 따로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


관이 하지 못한 일을, 작은 함이 해냈다


화장이 보편화되면서 ‘한 사람에 하나’라는 공식이 먼저 깨진 곳은 유골함이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컴패니언 유골함’, ‘더블 유골함’이라는 이름으로 두 사람의 유골을 함께 모시는 제품이 이미 하나의 상품군을 이룬다. 부부는 물론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오랜 친구처럼 삶이 깊이 얽힌 두 사람이 대상이다.


크기로 말하면 성인 한 명용이 대체로 3~3.5리터, 두 사람용은 6~7리터쯤이다. 한 사람이 머물던 자리에 또 한 사람의 자리가 더해진 만큼의 부피다.


구조는 크게 세 갈래다.


• 한 칸형: 하나의 공간에 두 사람의 유골을 함께 모신다.
• 두 칸형: 하나의 외형 안에 칸막이를 두어 각자의 자리를 지킨다.
• 세트형: 서로 다른 두 개의 함을 한 디자인으로 맞춰 나란히 둔다.


‘함께’와 ‘섞임’은 다르다


여기서 부부의 마음이 갈린다. 한 몸처럼 하나가 되고 싶은 부부도 있고, 곁에 있되 각자는 각자로 남고 싶은 부부도 있다.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나는 시기가 다를 때는 두 칸형이 실용적이라는 것이 업계의 안내다. 먼저 떠난 사람을 모셔 두었다가, 훗날 다른 한 사람이 같은 집으로 들어오면 되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하나, 안으로는 둘.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으면서 같은 지붕 아래 머무는 구조다.


한 가지 기억해 둘 것이 있다. 용량이 넉넉해도 안치할 칸의 입구보다 유골함이 크면 소용이 없다. 일부 봉안 구역은 큰 함 하나보다 표준 함 두 개를 나란히 놓도록 설계돼 있다. 어떤 함을 고르기 전에, 어디에 모실지를 먼저 확인할 일이다.


한국에서는 어떨까


한국은 이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2026년 7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은 우리나라 화장률이 94.0%로, 국민 대부분이 화장을 택한다고 정리했다. 2025년 5월 서울대 연구개발재단 설문에서는 선호하는 장법 1위가 화장 후 자연장(30%), 2위가 봉안당(26.7%)으로, 2021년 조사와 순위가 뒤바뀌었다.


부부를 한 봉분에 모시는 합장(合葬)은 오래된 전통이다. 이제 질문은 ‘무덤을 합칠까’에서 ‘유골을 어디에, 어떻게 함께 모실까’로 옮겨 가고 있다. 개인단 한 칸에 한 칸형이나 두 칸형 유골함을 넣어 두 분을 한 자리에 모시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다만 시설마다 허용 여부와 칸 크기가 다르니, 계약 전에 미리 확인해 두는 편이 좋다.


우리 부부라면, 미리 나눠 두고 싶은 네 가지


더블 관이든 더블 유골함이든, 앞의 이야기들에는 한 가지가 공통으로 있었다. 누군가 그 바람을 미리 말해 두었고, 곁의 사람들이 그 말을 기억했다는 것이다.


1. 함께일까, 나란히일까: 한 칸에 모실지, 두 칸으로 나눌지 정한다.
2. 들어갈 자리의 크기: 안치할 칸과 화장시설의 규격을 먼저 확인한다.
3. 담길 부피: 두 사람용은 6~7리터가 보통이니, 체격을 고려해 여유를 둔다.
4. 말해 두기: 레이먼드의 한마디가 가족에게 닿았듯, 바람을 미리 가족에게 전해 둔다.


한 관이 건네는 질문


브로이어 부부도, 바워 부부도, 킹 부부도 거창한 철학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가족이 느낀 것은 단순했다. 평생 곁에 있던 사람을 마지막에 따로 두는 일이 어쩐지 낯설다는 감각이었다.


그렇다고 모든 부부가 같은 답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묘를 바라는 사람도, 한 사람은 매장을 한 사람은 화장을 바라는 사람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부부라면 한 관에’라는 새 규칙이 아니라,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과 그 선택을 살아 있을 때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한 관에 둘이 누울지, 두 관을 나란히 놓을지. 한 칸에 모실지, 두 칸으로 나눌지. 마지막 자리의 설계도는 어쩌면, 두 사람이 함께 살아온 방식의 마지막 페이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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