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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회귀

2026 메모리얼 리프


화장 후 남은 유골재를 어떻게 할 것인가. 봉안당에 모신다, 수목장 나무 아래 모신다, 집에 모셔 놓는다, 바다에 뿌린다. 대부분의 선택지가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다. 그런데 아예 바다 생태계의 일부가 되는 방법이 있다. 유골을 콘크리트에 섞어 인공 산호초 구조물을 만든 뒤 해저에 설치하는 것, 메모리얼 리프(Memorial Reef)다.


이미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고, 설치된 구조물도 수천 개에 달한다. 해외에서 수목장, 천연유기환원 매장과 함께 '자연회귀형 장례'의 주요 선택지로 자리를 잡았다.


원리는 단순하다. 화장 후 남은 유골을 pH 중성 콘크리트에 혼합해 구조물로 성형한 뒤 해저에 설치한다. 콘크리트에 철근 대신 유리 섬유를 사용해 해수와 동일한 pH를 맞추고, 부식을 방지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구조물이 해양 생물에게 서식 기반을 제공한다.

 

구조물 무게는 360kg에서 1,800kg 사이이며, 여러 군데 구멍이 뚫려 있어 폭풍에도 해저에서 이동하지 않는다. 수명은 500년으로 예상된다.


유족에게는 설치 지점의 GPS 좌표가 제공된다. 청동 명패를 구조물에 부착하고, 이후 유족이 보트나 다이빙으로 방문할 수 있다. 봉안당은 시설이 운영되는 동안만 유지되지만, 해저 구조물은 500년 수명에 특정 시설에 종속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차이다. 

 

미국
메모리얼 리프가 가장 활성화된 곳은 미국이다. 미국에는 30개 이상의 허가된 메모리얼 리프 사이트가 있으며, 플로리다, 뉴저지, 텍사스 등 해안 지역에 분포한다.


Eternal Reefs는 이 시장의 선구자다. 2023년 기준 약 2,500개 이상의 Eternal Reef가 플로리다, 메릴랜드, 뉴저지, 노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버지니아 등 25개 지점에 설치되어 있다. 유족이 유골을 콘크리트에 직접 혼합하고 손도장을 찍거나 메시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제작에 참여할 수 있으며, 나흘에 걸친 의례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Neptune Memorial Reef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플로리다 키비스케인 해안에서 3.25마일 떨어진 수심 12m 해저에 위치하며, 2007년에 개장했다. 총면적 16에이커(약 6만5천㎡)로, 최종적으로 12만5천 명 이상의 유골을 수용하도록 설계된 세계 최대의 수중 봉안당이다. 아티스트 Kim Brandell이 '잃어버린 도시 아틀란티스'를 콘셉트로 설계했으며, 사자상이 지키는 입구 기둥, 돌로 만든 길, 아치와 조각상이 설치되어 있다. 다이버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고 입장료도 없다. 세계기록 보유자 스쿠버 다이버 Bert Kilbride의 유골이 입구 기둥에 안장되어 있다.


생태 효과는 실증적으로 확인된다. Neptune Memorial Reef 설치 초기에는 해양 생물이 거의 없었지만 2년 만에 수천 마리로 늘었고, 2018년 조사에서는 65종 이상의 어류, 새우, 랍스터와 75종 이상의 해면, 산호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Memorial Reefs International은 미국 동부 해안과 멕시코(코수멜, 라파스, 메리다)는 물론 이탈리아 베네치아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장했다.

 

영국
영국에서는 Crown Estate가 해저 소유권을 가지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가 필요하다. 도싯 주 웨이머스와 포틀랜드 앞바다에 1㎢ 규모의 'Solace Reef' 사이트가 지정되어 있으며, 특히 어린 랍스터가 성체로 자랄 때까지 보호하는 서식지 기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24년 기준 서비스 가격은 3,500파운드(약 650만 원)다.


영국계 스타트업 Resting Reef도 주목할 만하다. 공동창업자 Aura Murillo Pérez와 Louise Skajem이 설립한 이 회사는 수산화 처리(aquamation) 방식의 화장재와 분쇄 굴 껍데기를 콘크리트에 혼합해 리프 구조물을 만든다. 2024년 발리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해 24개의 메모리얼 리프를 설치했고, 84종의 어류를 유인하며 인근 황폐 해역 대비 14배 높은 어류 다양성을 기록했다. 영국 라이선스는 2026년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인간 유골 기준 초기 비용은 3,900파운드(약 720만 원)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는 Resting Reef가 지속 불가능한 어업과 산호 채굴로 황폐화된 두 곳의 사이트에서 운영 중이다. 2024년 10월 첫 생태 모니터링 결과, 설치 4개월 만에 41종의 산호초 어류가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 발리 현지 커뮤니티와의 협업을 통해 일자리 창출 효과도 목표로 하고 있다.


호주·이탈리아
호주에서는 2015년 서호주 Jurien에 처음 메모리얼 리프볼이 설치됐다. 이탈리아에서는 2019년 베네치아 라군에 크레인으로 첫 리프 매장이 진행됐다.

 

일본

일본은 오키나와현 온나손(恩納村)지역 '산호의 마을'에서 어업협동조합과 민간 단체(Sea Seed)가 협력하여 고인을 추모하는 산호 복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비용
서비스와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000달러에서 7,000달러(약 280만~980만 원) 사이가 일반적이다. 여기에 유족이 현장에 직접 참석하는 경우 항공·숙박 등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해외 수목장 서비스들이 100만~200만 원대에 형성된 것과 비교하면 다소 높은 편이지만, 납골당에 영구 안치하는 비용과 비교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가격이다.

환경적으로 정말 친환경인가
전통 매장 한 건의 탄소 발자국은 833kg, 일반 화장은 약 400kg의 CO2를 배출한다. 메모리얼 리프는 화장 후 콘크리트를 사용한다. 화장은 상당량의 CO2를 배출하고, 콘크리트 산업은 전 세계 CO2 배출의 8%를 차지한다. 즉, 탄소 배출 측면에서 완전한 '그린 장례'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해양 생태 복원 효과는 분명히 실증됐다. 단순히 '어디에 유골을 두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황폐해진 해저 생태계를 복원하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다는 점이 메모리얼 리프가 가진 고유한 가치다. 환경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그 이상의 생태적 편익을 돌려줄 수 있느냐는 각 사업자가 얼마나 진지하게 운영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리고 한국
장사법은 해양 산골(바다에 골분을 뿌리는 것)은 허용하지만, 인공 구조물을 해저에 설치하는 행위는 해양환경 관련 법령상 별도의 인허가를 필요로 한다. 해양수산부의 입장은 "골분이 해조류 생장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하여, 과학적·실증적 연구사례 등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지 않고, 국민 정서와 사회적 인식 등을 고려할 때,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내법상 인공어초 설치는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라 국가와 지자체만이 공익 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며, 바다라는 공간 자체가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개인 소유가 불가능한 공유재산이므로 민간의 사적 목적 구조물 설치 허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술적 장벽보다 법·제도적 장벽이 더 높다. 그러나 화장률이 90%를 넘어선 한국에서 유골 처리 방식에 대한 수요는 다양해지고 있고, 바다를 사랑한 사람, 자연의 일부가 되고 싶은 사람, 납골시설에 안치되는 것이 싫은 사람들에게 메모리얼 리프는 분명 매력적인 선택지다. 법적·행정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가 어딘가에서는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메모리얼 리프는 죽음을 바다 생태계의 순환 속에 편입시키려는 시도다. 봉안당 한 칸에 봉안되는 것과, 수백 년 뒤에도 바닷속 어딘가에서 산호와 물고기들의 집이 되어 있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마무리인가는 각자가 판단할 일이다. 적어도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참고 - 메모리얼 리프에 대한 각국의 법 허용기준

미국 (USA)

미국은 메모리얼 리프가 가장 체계적으로 법적 허용을 받은 국가.

  • 법적 근거: '국가 인공어초법(National Fishing Enhancement Act)'과 ' 해양 보호, 연구 및 보호구역법(MPRSA)'에 따라 연안에서의 어초 설치 관리.
  • 허가 절차: 미 육군 공병단(USACE)이 설치 장소와 구조물의 안전성을 검토하고, 환경보호청(EPA)이 재질의 무해성을 승인.
  • 실시 방식: '이터널 리프(Eternal Reefs)' 같은 민간 업체는 정부로부터 승인된 '공용 인공어초 구역' 내에 유가족의 골분이 섞인 리프 볼을 투입. 이는 개인 묘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가 어초 사업에 민간이 비용을 대고 참여하는 '기부 및 조성'의 형태로 간주.

영국 (UK)

영국은 전통적인 해양 강국으로서 엄격한 환경 기준 하에 이를 허용.

  • 법적 근거: '해양 및 해안 접근법(Marine and Coastal Access Act)'에 의거, 해양관리기구(MMO)로부터 해양 라이선스를 취득.
  • 실시 방식: 잉글랜드 남부 도싯(Dorset) 연안 등에서 '솔레이스 리프(Solace Reefs)'와 같은 프로젝트가 진행. 영국은 특히 '생물 다양성 순증가(Biodiversity Net Gain)' 정책을 강조하여, 리프 설치가 지역 해양 생태계에 구체적으로 어떤 이득을 주는지 증명해야 설치가 허용.

호주 (Australia)

호주는 산호초 보호에 민감한 만큼 매우 까다로운 환경 평가를 거침.

  • 법적 근거: '해양 환경보호(해안 투기)법(Sea Dumping Act)'에 따라 바다에 구조물을 투입하는 모든 행위는 연방 환경부의 허가를 받아야 함.
  • 실시 방식: 호주 정부는 '인공어초 가이드라인'을 통해 구조물이 태풍 등 자연재해에 이동하지 않을 무게와 강도를 갖추었는지  심사. 기후 위기로 사멸하는 산호초를 되살리기 위한 '복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메모리얼 리프를 수용.

멕시코

멕시코는 묘지 스타일과 장례 방식에 있어 고도로 자유로운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최근 해양장과 메모리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

  • 실시 방식: '멕시코 비치 인공어초 협회(MBARA)'와 같은 비영리 단체가 프로그램을 주도. 유골을 친환경 콘크리트와 섞어 산호초 구조물을 만든 뒤, 법적으로 허가된 멕시코만 해역에 배치.
  • 허가 및 위치: 모든 메모리얼 리프는 연방, 주, 지방 정부가 승인한 법적 허가 구역(Legally Permitted Areas) 내에만 설치.
  • 특징: 메모리얼 리프를 '지속 가능한 생활 유산(Living Legacy)'으로 홍보.

인도네시아

인도네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산호초를 보유한 국가 중 하나로, 메모리얼 리프는 주로 '산호초 복원(Coral Restoration)'의 일환.

  • 법적 체계: 해양수산부(Ministry of Marine Affairs and Fisheries)와 환경산림부의 정책 프레임워크 내에서 관리. 국가법 및 대통령령, 부령에 따라 복원 활동이 규정.
  • 실시 주체: 정부 기관뿐만 아니라 NGO, 민간 부문, 지역 사회 등 다양한 주체가 리프 설치 및 복원에 참여.
  • 특이사항: 인도네시아의 정책은 다양한 민간 업자가 산호초 복원을 구현하도록 권장. 다만, 많은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보고되지 않거나 사후 모니터링이 부족하다는 지적

대한한국

대한민국에서 어초를 설치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공공의 영역에 속하며, 민간은 불가. 

  • 수산자원관리법: 인공어초의 설치와 관리는 기본적으로 국가(해양수산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정부는 매년 '인공어초 설치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투입하여 공익적 목적으로만 설치.
  •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바다는 사유지가 아닌 '공유수면'. 이곳에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반드시 공유수면 점용·사용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민간이 장례 등의 목적으로 허가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