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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회귀

자연장이 자연을 해친다

자연장에 유골재를 그냥 묻거나 뿌리면 안 되는 이유

엔딩연구소 | 2026년 4월

 

 

우리에게 자연장, 산분은 현실적 대안이자 환경적 선택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정작 유골재의 화학적 성질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곳은 드물다. "재를 나무 아래 묻으면 나무가 자란다"는 이미지는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유골재 성분

화장로에서는 시신이 870~980°C(화장 방식에 따라 최고 1,400°F, 약 760°C 이상)의 고온에 노출된다. 연소 후 남는 것은 탄화된 유기물이 아니라, 광물화된 뼈 조각이다. 이를 분쇄기로 갈아 만든 분말이 우리가 '유골재'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분말의 주요 성분은 칼슘, 인산, 칼륨, 나트륨이다. 문제는 이 성분들의 농도와 화학적 상태가 식물 생장 환경과 극단적으로 불일치한다는 데 있다.

 

세 가지 문제: pH, 염분, 영양 불균형

1. 강한 알칼리성 (pH ~11.8)

유골재의 pH는 약 11.8로 보고된다. 비교하자면 락스(염소계 표백제)나 오븐 세정제와 비슷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식물이 잘 자라는 토양의 pH 범위는 5~8이다. 유골재가 토양에 섞이면 pH가 이 범위를 훨씬 벗어나, 철·망간·아연 등 미량 원소의 흡수를 차단하고 뿌리 세포를 손상시킨다.

 

2. 과잉 나트륨 — 식물에 유익한 수준의 200~2,000배

유골재의 나트륨 함량은 식물에 무해한 토양 기준보다 200배에서 최대 2,000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높은 나트륨 농도는 토양의 삼투압을 높여 식물이 물을 흡수하지 못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높은 알칼리성 환경은 나트륨의 흡수를 더욱 촉진시켜 이온 불균형을 악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식물은 수분 스트레스와 산화 스트레스를 동시에 받는다.

 

3. 영양 과잉으로 인한 독성

칼슘, 인, 칼륨은 식물에 필요한 성분이다. 그러나 유골재에는 이것들이 지나치게 높은 농도로 함유되어 있어, 오히려 다른 필수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는 '사치 소비(luxury consumption)' 현상을 유발한다. 처음에는 생장이 촉진되는 것처럼 보이다가, 며칠 안에 줄기와 뿌리 썩음이 시작되고 식물이 고사한다.

 

실험적 근거

호주 멜버른의 연구에서는 처리되지 않은 유골재가 섞인 토양에 심은 묘목의 90%가 21일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유골재를 그냥 뿌리면 무슨 일이 생기나

지상에 유골재를 산포(散布)할 경우, 풀과 지표식물의 잎에 화학 화상이 생기고 검은 반점과 구멍이 나타난다. 비나 관수에 의해 유골재가 토양 속으로 유입되면, 주변 식물의 뿌리가 그 토양을 능동적으로 회피하는 현상도 관찰된다.

 

중화 혼합토, 문제를 해결하는 원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서는 전문 중화 혼합토(soil amendment)가 개발되었다. 핵심 원리는 세 가지다.

① pH 중화: 강산성 유기물(피트모스, 원소 황 등)을 혼합해 알칼리성을 식물 생장 적합 범위(pH 6~7)로 낮춘다.

② 나트륨 희석 및 흡착: 활성탄과 유기물이 과잉 나트륨을 흡착하고, 배수성 구조를 통해 염분이 뿌리권 밖으로 용탈되도록 돕는다.

③ 미생물 활성화: 퇴비와 미생물 제재가 유골재의 무기 미네랄을 식물이 흡수 가능한 형태로 분해한다.

 

해외의 검증된 상용 제품들

Let Your Love Grow (LYLG) 미국 세계 최초 특허 유골재 중화 혼합토. 토양 타포노미스트 포함 전문 연구진이 수년간 개발. 실제 현장 데이터로 효과 검증됨.
RTN Soil (RTN1/RTN2) 영국 유기물 기반 혼합토. pH 저하 및 나트륨 희석 기능을 핵심으로 설계.
Living Memorial 영국 알칼리성 및 나트륨이 식물에 미치는 메커니즘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제품 설계에 반영.

이 중 LYLG는 미국 다수의 녹색 장묘지(green cemetery)에서 실제 매장 시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와일드플라워 재생이 확인된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국내에서 만드는 DIY 중화 혼합토

한국에서는 아직 유골재 전용 중화 혼합토의 상업적 유통이 매우 드물다. 그러나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직접 만들 수 있다.


피트모스 (pH 3.5~4.5) pH 중화 (강산성 유기물) 원예점, 블루베리 재배용으로 유통
완숙 퇴비 pH 완충, 미생물 공급 원예점, 농자재상
활성탄 나트륨·유해물질 흡착 조경용·수족관용으로 유통
원소 황 보조 pH 조절 농자재상 (소량 사용)

권장 혼합 비율: 유골재 1 : 피트모스 2 : 완숙퇴비 1 : 활성탄 소량

이 비율은 화학적 논리에 근거한 실용적 권고안이다. 혼합 후 며칠에서 2~4주 숙성하면 pH가 안정화되며, 가능하다면 토양 pH 미터로 혼합 전후를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사법 시행령 제8조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8조 제1항은 자연장 시 용기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흙과 섞어서 묻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단순히 일반 토양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유골재의 화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토양 개량제를 함께 혼합하는 것이 법의 취지(자연 친화적 장례)와 수목 건강 모두에 부합한다.

 

자연장이 자연을 해치지 않으려면

자연장이 진정으로 자연 친화적이 되려면, 유골재가 땅에 묻히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중화 처리 없이 유골재를 그대로 묻는 것은 나무에게 독을 주는 행위와 다르지 않다. 해외 녹색 장묘 업계가 중화 혼합토를 필수 요소로 취급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수목장림을 운영하는 산림청과 자연장지를 운영하는 자치단체, 사설추모공원, 장례 업체들이 중화 혼합토를 의무적으로 구비하고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유골재 중화 제품의 상업화와 표준화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참고 자료

After.com (2025). How to Neutralize Cremation Ashes for Memorial Gardens. https://www.after.com/articles/how-to-neutralize-cremation-ashes

RTN Soil (2018). Our Research — Return to Nature Soil. https://www.rtnsoil.com/research/

Mornington Green (2024). Are Human Ashes Bad for the Environment? https://morningtongreen.com.au/are-human-ashes-bad-for-the-environment/

Living Memorial UK. The Science Behind Our Soil Blend. https://www.livingmemorial.co.uk/pages/how-it-works

Engram, S. (2025). "Cremation Chemistry." Mortal Matters (Substack). https://saraengram.substack.com/p/cremation-chemistry

Carolina Memorial Sanctuary. Cremated Remains: Options for Green Burial & Scattering. https://carolinamemorialsanctuary.org/cremated-remains-options-green-burial-scattering/

Larkspur Conservation (2023). Giving Cremated Remains a New Life Through Science. https://larkspurconservation.org/blog/giving-cremated-remains-a-new-life-through-science/

Eternal Tides (2025). Cremated Ashes Aren't Good for Plants or Soil. https://www.eternaltidesfmwf.com/blog/cremationproblems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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