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프케어 차원에서 바라본 장례식은 유족과 지인들에게 그다지 위로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단 시신의 처리 위주로 진행이 되고, 경황이 없는 가운데 치러지는 경우가 많아 이별의식이라든지 슬픔의 치유같은 행위는 뒷전에 밀려있기 마련입니다. 특히 고인과 유가족이 주최자가 되지 못하는 한국의 무의미한 장례예식에서 그리프케어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인지도 모릅니다.
최근 이웃 일본에서는 장례식 이후에 '작별모임'이라는 행사를 찾는 이가 많아지는 모양입니다. '작별모임'은 가족장 등 소규모 장례나 밀장과 같이 장례예식 없이 시신의 처리만 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직장동료나 지인들이 서로의 필요에 의해 자연스럽게 생겨난 고인을 기리는 작은 행사입니다.
장례식이 끝나고 한 두달 뒤에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 등의 지인들이 호텔이나 레스토랑 등의 장소에 모여 실시하는 것으로 고인의 가족이 주최하거나 친구들, 재직중이던 회사나 관여했던 단체 등에서 주최하기도 합니다. 보통 10~50명 정도가 참여하나, 규모가 커지면 회사장이나 단체장 이상의 대형 추모행사로 발전되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장례식 이후의 추모행사이므로 특별히 정해진 형식이 없고, 고인의 사진과 동영상 등이 동원된 회상의 시간과 헌화, 헌주, 추모연주회, 헌시나 편지낭송 등 자유로운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때로는 함께 여행이나 견학을 떠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6월 6일자 일본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장례연출사업을 하는 모회사에서 이런류의 '작별모임'을 타킷으로 하는 새로운 비지니스를 론칭했다고 합니다. 일본의 호텔과 레스토랑, 부페 등의 시설과 제휴하여 작별모임 정보사이트를 개설하고, 디자인과 연출 등을 맡아 서비스하는 사업이라는 군요. 장례관련 피로도가 극한으로 쌓인 일본인들에게 수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으로 장례식에서는 소규모 가족장으로 시신을 처리하는데 주력하고, 어느정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작별모임'같은 추모행사를 별도로 개최하는 것이 훨씬 더 의미가 있고 효율적이며, 그리프 케어 관점에서 더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밝고 환한 분위기에서 비용도 적게 들일 수 있고, 무엇보다 차분히 계획해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작별모임에 참석한 사람들끼리는 차분한 상태에서 관계가 더 돈독해 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 같고, 화해와 용서의 시간을 갖기도 용이하고 말이지요.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던 사람의 경우는 작별모임 없이 소규모 가족장으로만 조용하고 실속있게 끝내면 그만이구요. 눈치보는 일 없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먹고살기 바쁜데, 귀찮고 번거로운 절차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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