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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까지 열흘, 일본에서 벌어지는 조용한 인프라 붕괴"

네번째 여행

by 다비코 2026. 8. 2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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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화장장 - 나카스(中津)시 바람의 언덕

 

일본 정부는 "부족하지 않다"고 하지만, 현장은 다르다

 

2025년 일본 정부는 국회 답변에서 전국 화장장 사정에 대해 명확한 '부족 인정'을 피했다. 그러나 도쿄도는 정반대의 결론에 도달하였다. 2026년 6월 4일, 도쿄도는 '화장장에 관한 검토회(火葬場に係る検討会)' 1차 회의를 공식 출범시켰다. 다사사회(多死社会)의 진전에 따라 화장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화장 대기 발생과 도내 화장 실적의 약 70%를 차지하는 민영 화장장의 요금 상승 등 도민 생활에 직결되는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배경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도쿄도는 도쿄 사망자 수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나 2040년경에는 현재의 모든 화장장을 다 가동하여도 수요와 공급이 빠듯해질 것으로 내다보았다. 전국 통계는 평온해 보이지만, 대도시 현장은 이미 다른 국면에 접어든 셈이다. 

 

도쿄의 구조, 공영 대신 민영이 떠받치는 화장 시스템

 

도쿄는 다른 지역과 화장장 구조 자체가 다르다. 도쿄 23구·다마·도서 지역을 합쳐 총 26개 화장장이 있는데, 이 중 23구 내에는 공영 2곳과 민영 7곳이, 다마지역에는 민영 1곳(나머지 8곳은 공영)이, 도서지역 8곳은 모두 공영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민영 화장장이 8곳인 셈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도쿄도 자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23구 소재 화장장 실적의 80%가 민영이고, 다마지역 소재 화장장 실적의 70%는 공영이다. 즉 인구가 밀집한 23구의 화장 수요 대부분을 소수의 민영 업체가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물가·인건비 상승이 화장 요금에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로 이어진다. 실제로 2026년 6월 검토회 첫 회의에서는 23구 화장 요금 고공행진 문제와, 민영 화장장을 공영화하기 위한 법 정비 필요성이 논의됐다.

 

"화장 대기"가 만들어낸 새 산업, 유체 호텔

 

화장장이 막히면 그다음 문제는 '시신을 어디에 둘 것인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연간 약 11만 명이 사망하는 도쿄 등지에서 곧바로 화장할 수 없는 유체를 일시적으로 맡아주는 시설, 통칭 '유체 호텔(遺体ホテル)'의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사망자 증가로 화장 대기가 길어지면서 보관 장소에 곤란을 겪는 유족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시설에는 아직 법적 규제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도 함께 지적되고 있다.

 

지방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공명당이 국회에서 제기한 문제제기에 따르면 사이타마시에서는 화장 대기가 1주일을 넘는 사례가 이미 발생하고 있으며, 2035년경에는 사망자 수가 화장 능력을 웃돌 것이라는 도쿄도 자체 추산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더 나아가 사망자 수가 정점에 이르는 2040년경에는 도시부의 '화장 대기 2주일'이 당연한 일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2024년 겨울 도쿄에서는 화장까지 대기 기간이 8일 이상 걸린 사례가 전체의 20%에 달했고, 2025년 겨울엔 급기야 야간 화장까지 등장했다. 일본이 이미 대응 여력을 소진하고 있다는 신호다.

 

숫자로 보는 안치 대기, 12.4일의 진짜 의미

 

이 문제를 학술적으로 처음 정리한 곳은 도쿄여자의과대학 무토 쓰요시(武藤剛) 교수 연구팀이다. 2023년도부터 후생노동과학연구비 보조금을 받아 '안치소 등에서의 위생기준 확립을 위한 실증연구'를 수행해온 이 팀은, 2026년 4월호 『月刊フューネラルビジネス』 연재 첫 회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국 조사 결과, 화장 대기에 따른 유체 안치기간의 최댓값의 평균이 12.4일이었다.

 

같은 연구팀이 수행한 또 다른 조사(화장장 354곳 대상 설문)에서는 최대 안치기간 전국 평균이 5.9일, 별도의 장례회사 720곳 대상 조사에서는 전국 평균 안치일수 2.6일(최대 11일), 수도권만 따로 보면 평균 3.8일(최대 21일)로 나타나기도 하였다. 조사 대상(화장장 vs 장의사·안치시설)이 다르면 수치도 달라지는 셈인데, 어느 쪽이든 공통된 결론은 하나이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안치기간이 눈에 띄게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왜 이 문제가 방치돼 왔나.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 공방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전국에서 가동 중인 화장장은 2015년도 말 1,461곳에서 2024년도 말 1,349곳으로 오히려 줄었다. 약 90%는 공영으로 운영되는데,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지자체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일부 지자체 연합은 국가에 재정 지원을 요구하였지만, 후생노동성 측은 "법령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화장장 정비에 대한 재정 지원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결국 화장장 확충 문제는 온전히 지자체와 민간의 몫으로 남아 있는 셈이다. 

 

안치 현장의 숨겨진 리스크, 위생·감염 관리의 공백

 

안치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단순히 '기다림'의 문제가 아니다. 무토 교수팀의 조사에 따르면 유체를 다루는 작업자 중 상당수가 감염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유체안치시설을 갖춘 화장장은 조사 대상의 40%대에 그쳤고, 유체 냉장 설비를 보유한 곳은 30% 미만이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한때 강화되었던 감염 관리 가이드라인도 5류 감염병 전환 이후 폐지되었지만, 연구팀은 "체액을 통한 병원체 전파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하며 표준예방책 도입과 B형간염 백신 접종비 지원 등을 제언했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임기응변이 아니라 '공공 안치 인프라'

 

화장 대기가 길어지자 일본 시장은 스스로 대안을 만들어냈다. 유체 호텔이 생기고, 엠바밍(시신 방부처리) 수요가 10년 새 2.6배로 뛰었다. 언뜻 보면 '역시 시장은 문제를 해결한다'는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실상은 다르다. 유체 호텔은 아직 법적 규제 대상조차 아니고, 화장 요금은 민영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정부는 재정 지원조차 주저하고 있다. 결국 비용과 불확실성을 떠안는 건 유족이다.

 

한국은 화장장 구조부터 다르다. 도쿄는 그나마 민영 화장장이 부족분을 메워왔지만, 한국은 화장장 자체가 전부 공영이다. 수요가 몰려도 시장이 대신 시설을 늘려줄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고령화 속도는 일본 못지않고, 수도권에 사람이 몰려 사는 정도는 오히려 일본보다 더 심하다.

 

막연한 우려가 아니다. 숫자로 봐도 이미 진행형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의 화장률은 94.0%(서울은 94.7%)로,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화장을 택하고 있다. 2025년에는 이 수치가 94.4%로 더 올랐고, 월별로는 7월 95.1%까지 찍었다. 문제는 시설이다. 2024년 기준 전국 화장시설은 단 62곳, 화장로는 400기(운영 338기, 예비 62기)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지역 편중이 심각하다. 2024년 전국 사망자의 41.2%가 수도권에서 나왔지만, 수도권 화장로는 전체의 25.8%(103개)뿐이다. 한국은행이 2024년 화장시설 적정 가동률을 분석한 결과, 서울은 마이너스 11.7%로 이미 과부하 상태였던 반면 전북은 116.2%의 여력을 보였다. 전국적 총량 부족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뜻이다.

 

화장장을 더 지으면 되지 않나?

 

여기서 갈림길이 갈린다. 일본처럼 이 문제를 민간 시장에 통째로 넘겨줄 것인가, 아니면 최소한의 공공 안치 인프라를 미리 깔아둘 것인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답은 화장장 자체를 늘리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화장장 신설은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가장 어려운 숙제로 꼽힌다. 이른바 '님비(NIMBY)' 시설의 대표 격이기 때문이다. 부지 선정 단계에서부터 인근 주민의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이고, 지자체 협의·환경영향평가·주민 공청회·소송전까지 겹치면 착공까지 최소 수년에서 십수 년이 걸리는 경우가 흔하다. 일본 후생노동성 조사에 따르면 신설·증개축을 검토하는 지자체조차 전체의 22.9%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아예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공공 안치시설은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 화장로처럼 소음·냄새·배기가스를 배출하는 시설이 아니라, 냉장·냉동 설비를 갖춘 저장 공간에 가깝다. 기존 장례식장이나 병원 부속 시설, 공공 의료기관 유휴 공간을 활용해 증축·개조하는 방식으로도 충분히 설치할 수 있고, 주민 반대의 강도도 화장장보다 현저히 낮다. 공사 기간과 인허가 절차 역시 훨씬 짧고 간단하다.

 

즉, 화장장 신설이 '10년 걸리는 근본 해법'이라면, 공공 안치시설은 '1~2년 안에 실행 가능한 완충 장치'다. 두 정책은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에 가깝다. 화장 능력을 늘리는 장기 과제는 계속 추진하되, 그 사이 유족이 겪는 대기 기간의 고통과 비용 부담은 공공 안치시설로 우선 흡수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순서다. 실제로 일본이 뒤늦게 깨달은 것도 이 지점이다. 화장장 확충 논의만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사이, 정작 유족들의 급한 불을 꺼준 건 다름 아닌 민간 유체 호텔이었다.

 

 

공공 안치시설이 필요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안치는 '선택'이 아니라 '강제된 대기'다. 유족은 화장장이 빌 때까지 시신을 어딘가에 맡겨야 한다. 도쿄는 그나마 민영 화장장이라는 별도의 공급 라인이 존재하기라도 한다. 한국은 그 대안 자체가 없다. 화장장이 전부 공영이라는 건 안정적이라는 뜻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수요가 몰렸을 때 기댈 두 번째 선택지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기 순번에 밀리면 유족은 그저 기다리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공 안치시설은 이 유일한 경로에 문제가 생겼을 때를 대비한 최소한의 완충 공간이 될 수 있다.

둘째, 규제는 문제가 생긴 뒤보다 생기기 전에 설계하는 게 낫다. 일본의 유체 호텔은 법적 근거 없이 우후죽순 생겨난 뒤에야 규제 논의가 시작됐고, 이미 주민 반대 운동으로 번진 사례까지 나왔다. 위생·냉장 설비·감염 관리 기준을 사후에 통일하는 건 사업자 수가 늘어날수록 더 어려워진다. 한국은 아직 이런 민간 안치 산업이 생겨나기 전이다. 공공이 먼저 표준이 되는 시설을 운영해두면, 나중에 유사한 수요가 생기더라도 따라야 할 기준선이 이미 마련돼 있는 셈이다.

셋째, 이런 문제는 대체로 형편이 어려운 유족부터 덮친다. 일본에서는 화장 대기가 길어지자 엠바밍(약 20만 엔, 우리 돈 200만 원 안팎) 같은 유료 대안을 감당할 수 있는 유족과 그럴 수 없는 유족 사이의 격차가 벌어졌고, 안치설비 이용자 중 상당수가 연고 없는 시신이나 복지 관련 사례였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은 아직 이 정도 격차가 확인된 단계는 아니다. 다만 화장 대기가 길어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이상, 돈을 낼 수 있는 유족과 그럴 수 없는 유족 사이의 격차가 똑같이 벌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공공 안치시설은 이 격차가 벌어지기 전에 놓아야 할 사회안전망이다.

 

넷째, 지금이 가장 저렴하게 준비할 수 있는 시점이다. 일본은 사망자 수가 이미 연간 160만 명을 넘어선 뒤에야 검토회를 꾸렸다. 한국은 아직 그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화장장은 장기적으로 확충하되, 공공 안치시설은 지금 당장 병행 착수할 수 있는 현실적 과제다.

 

도쿄도가 뒤늦게 검토회를 꾸리고, 화장장 공영화를 위한 법정비를 논의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진작 공공이 개입했어야 했다"는 사실상의 자인이다. 한국이 굳이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할 이유는 없다. 화장장을 더 짓는 것보다, 지금 당장 실행 가능한 공공 안치시설부터 먼저 채워 넣는 것, 그것이 다사사회를 앞둔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첫걸음이다.

 

 

※ 이 글은 도쿄도 보건의료국 공식 발표자료, 후생노동과학연구비 보조금 연구보고서, 니혼게이자이신문·공명당 등 언론·정당 보도자료, 『月刊フューネラルビジネス』 2026년 4월호 연재 기사, 그리고 보건복지부·한국장례문화진흥원·한국은행의 국내 통계를 종합해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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