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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격증 장사를 넘어, 유품정리를 진짜 직업으로

고독한 엔딩

by 다비코 2026. 9. 10.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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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사람이 살아온 흔적은 방 안에 남는다. 옷장 속 옷과 서랍 속 편지, 책상 위의 안경과 미처 정리하지 못한 서류들. 유가족은 그 흔적 앞에서 물건을 버릴지, 보관할지, 누구에게 맡길지 결정해야 한다. 유품정리는 단순히 집 안의 물건을 치우는 일이 아니다. 고인의 재산과 개인정보를 다루고, 폐기물과 오염 현장을 처리하며, 때로는 유가족의 슬픔까지 감당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 복잡한 일을 다루는 방식이 처음부터 어긋나 있었다. 2019년, A 협회가 '유품정리사'를 민간자격으로 등록하려 했을 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관 부처를 어디로 봐야 하는지부터 부처 간에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협회는 복지부 소관이라 판단했지만, 직능원은 이를 법무부 소관으로 돌렸다. 그사이 이미 40여 개 업체가 건당 30만 원에서 300만 원을 받으며 영업하고 있었고, 이들은 '유품정리업'이라는 업종 자체가 없어 폐기물수집·운반업, 위생관리용역업, 소독업 같은 이름을 빌려 등록한 채 일하고 있었다. 자격증 이전에 업종조차 없었던 셈이다.

 

2025년에는 B 협회가 '유품정리사'를 민간자격으로 등록했다. 이 협회는 이를 "국내 최초 등록"이라고 알렸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보기 어렵다. 비슷한 시기 C 협회를 비롯한 여러 단체가 이미 저마다 '유품정리사'라는 이름의 과정을 운영하고 있었고, 한 민간교육기관은 법무부를 주무부처로 '유품정리사 1급'을 별도로 등록했다. 2019년에 등록을 거부당했던 A 협회가 2026년 1월에 '유품자원순환관리사'라는 다른 이름을 만들어 이번에는 환경 관련 부처의 공인을 받아냈다. 이 시장은 누군가 인정받은 단계가 아니라, 여러 단체가 비슷하거나 조금씩 다른 이름으로 서로 다른 부처를 주무부처 삼아 각자 등록을 이어가고 있는 단계에 가깝다. 교육시간도, 교과 내용도, 평가방식도, 심지어 소관 부처까지도 단체마다 다르다. 정작 이 자격증이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지, 무엇을 보증하는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유품정리사는 직업으로 정립되기 전에 자격증 상품이 되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업체들의 욕심만이 아니라, 소관을 정하지 못한 정부의 공백도 함께 있다.

 

유품정리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폐기물을 처리하려면 폐기물 관련 요건을 별도로 충족해야 한다. 유품을 매입해 판매하려면 중고품 매매와 관련된 요건이 또 필요하다. 고독사나 사건 현장에서 혈액과 체액, 악취와 오염을 처리하려면 특수청소와 방역에 필요한 교육·장비·절차가 요구된다. 그런데도 시장에서는 '유품정리사'라는 이름 아래 정리, 청소, 위생관리, 특수청소, 유품 매각까지 한꺼번에 가르친다. 실제로 한 협회의 교육과정은 유품정리 준비실무부터 현장 위생관리, 특수청소, 재활용 및 폐기처리까지를 단일등급 자격 하나로 묶어 10개 과목과 실기시험으로 검정한다. 소비자는 자격증을 보고 업체의 전문성을 판단하지만, 그 자격증이 실제로 무엇을 검증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자격증이 직업을 대신하는 순간

 

직업은 업무의 내용과 책임의 범위가 분명해야 한다. 의사는 무엇을 진료하는지, 변호사는 어떤 법률 업무를 맡는지 사회적으로 합의된 기준이 있다. 자격은 그 직업을 수행할 능력을 확인하는 장치일 뿐이다.

 

한국의 유품정리사 자격증 시장에서는 이 순서가 뒤집혔다.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 합의하기도 전에 자격증부터 여러 갈래로 생겼다. 같은 이름을 달고도 어떤 과정은 유품 분류와 포장에 집중하고, 어떤 과정은 청소와 위생관리를 가르치며, 어떤 과정은 사망 현장 특수청소까지 포함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격증의 이름은 전문성의 표지가 아니라 교육상품을 판매하기 위한 포장지가 된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가 그 차이를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인이 남긴 물건을 직접 정리하기 어려워 업체를 찾는 사람에게는 자격증의 발급기관, 교육시간, 검정 방식보다 '유품정리사'라는 명칭 자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업체는 그 명칭을 전문성의 증거처럼 내세우고, 소비자는 그 이름을 믿고 비용을 지불한다.

 

일본에서 들여온 것은 산업이 아니라 이름이었다

 

일본은 유품정리업이 비교적 일찍 자리 잡은 나라다. 그런데 일본에서도 '유품정리사'는 법이 요구하는 자격이 아니라, 일반재단법인 유품정리사인정협회가 발급하는 민간자격일 뿐이다. 자격증이 없어도 유품정리 영업 자체는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업체를 실제로 규율하는 힘은 이 민간자격이 아니라 별도의 두 가지 허가에서 나온다. 가정에서 나온 폐기물을 수거·운반하려면 지방자치단체가 내주는 일반폐기물수집운반허가가 있어야 하고, 유품을 매입해 되팔려면 공안위원회의 고물상허가가 있어야 한다. 즉 일본의 분업 구조는 '유품정리사'라는 자격증이 만들어낸 성과가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하던 폐기물 관련법과 고물영업법이 자격증과 무관하게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한국도 사정은 비슷하다. 폐기물을 다루려면 폐기물 관련 요건이, 중고품을 매입해 팔려면 별도 요건이 이미 존재한다. 그렇다면 한일 간 진짜 차이는 법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인증 시장의 집중도에 있다. 일본은 사실상 하나의 인정협회가 시장의 기준을 쥐고 있는 반면, 한국은 협회가 난립해 같은 이름 아래 서로 다른 내용을 가르친다. 일본을 따라갔다면 이름만 따라갈 것이 아니라, 누가 유품을 분류하고 누가 판매를 대행하며 누가 폐기물을 처리하고 누가 오염 현장을 소독하는지에 대한 합의와, 그 합의를 뒷받침할 단일한 기준까지 따라갔어야 했다.

 

미국은 자격증이 아니라 분업으로 신뢰를 만든다

 

미국에는 한국의 '유품정리사'에 정확히 대응하는 단일 직업이 없다. 대신 업무가 나뉘어 있다. 상속재산의 물건을 평가하고 판매하는 유산청산인, 고령자의 이사와 다운사이징을 돕는 시니어 이사관리사, 혈액이나 체액으로 오염된 현장을 다루는 바이오해저드·트라우마 현장 청소업체가 각각 존재한다. 시니어 이사관리 분야에는 전미시니어이사관리사협회가 발급하는 인증(SMM-C)이, 트라우마·범죄현장 청소 분야에는 IICRC가 발급하는 별도 인증(TCST)이 있다. 이들 인증도 법이 아니라 업계 자율 인증이라는 점은 한국과 다르지 않다. 다만 인증 하나가 세 업무를 모두 보증하지 않도록 업무별로 인증기관 자체가 갈라져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 대목에서 자연스러운 반론이 나올 수 있다. 가족을 잃은 직후 여러 업체를 따로 상대해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유가족에게 더 큰 부담 아니냐는 것이다. 타당한 지적이지만, 분업이 반드시 창구의 분산을 뜻하지는 않는다. 건설업에서 원청이 여러 전문 하도급업체를 총괄 관리하듯, 유품정리도 유가족을 상대하는 창구는 하나로 두되 그 창구가 각 분야의 자격과 허가를 갖춘 업체를 총괄 발주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소비자 편의와 업무별 책임 분리는 양립 가능한 목표이지,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문제가 아니다.

 

필요한 것은 자격증 추가 발급이 아니다

 

한국 유품정리 시장이 성장하려면 자격증을 더 많이 만드는 일부터 멈춰야 한다. 먼저 직무를 나눠야 한다. 유품의 분류와 포장, 상속재산의 매각과 판매대행, 폐기물의 운반과 처리, 사망 현장의 청소와 소독은 서로 다른 일이다. 필요한 지식도, 장비도, 법적 요건도 다르다. 이 업무들을 하나의 자격증에 담아 '전문가'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전문성을 높이는 일이 아니라 전문성의 기준을 흐리는 일이다.

 

다행히 이 문제를 풀 제도적 통로가 이미 있다. 자격기본법에 따라 민간자격은 요건을 갖추면 소관 부처의 공인을 받아 국가공인민간자격으로 전환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일은 새로운 자격증을 또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난립한 유품정리 관련 민간자격 가운데 하나를 이 경로로 통과시켜 최소한의 공통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다음 질문에 먼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을 마친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가. 수행할 수 없는 업무는 무엇인가. 유품의 분실과 파손, 개인정보 유출, 폐기물 불법 처리, 오염 확산이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자격증 발급기관은 사고와 피해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자격증은 자격이 아니라 명함에 가깝다.

 

자격증 장사는 유가족의 취약함을 먹고 자란다

 

이 시장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고객이 평범한 소비자와 다르기 때문이다. 고립사 사망자는 2024년 3,924명으로 2023년보다 7.2퍼센트 늘었고, 최근 5년간 연평균 5.6퍼센트씩 증가해 왔다. 1인 가구 비율도 계속 늘고 있다. 유품정리 서비스를 찾는 사람은 갈수록 많아지는데, 그 대부분은 가족을 잃은 직후 판단력이 흔들리고 어떤 업체가 제대로 된 곳인지 알아볼 여유도 부족한 상태에서 업체를 찾는다.

 

이때 '자격증 보유'라는 문구는 강력한 신뢰의 신호가 된다. 그러나 그 자격증이 무엇을 검증했는지 모른다면, 그 신뢰는 사실상 광고 문구에 불과하다. 유가족의 슬픔과 불안을 배경으로 불완전한 자격증을 파는 구조라면, 그것은 교육사업이 아니라 취약한 소비자를 겨냥한 시장이 된다. 유품정리사는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맡은 물건과 기록, 개인정보와 유가족의 감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직업을 만들 것인가, 자격증을 계속 팔 것인가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는 앞으로 유품정리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더 키울 것이다. 시장이 커지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제는 그 시장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느냐에 있다.

 

한국은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나는 업무를 분화하고 교육·안전 기준을 세우며 계약과 책임의 범위를 명확히 해, 지금도 열려 있는 국가공인민간자격 전환 경로를 실제로 밟아 나가는 길이다. 다른 하나는 '유품정리사'라는 이름을 계속 팔면서 기관마다 자격증만 늘리는 길이다. 앞의 길은 시간이 걸리지만 산업을 만들고, 뒤의 길은 빠르게 돈이 되지만 자격증 장사만 키운다. 유가족이 필요한 것은 그럴듯한 자격증이 아니라, 자신이 맡긴 유품이 안전하게 다뤄지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모든 책임을 누군가 끝까지 질 것이라는 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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