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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장례

공영장례-누구를 위한 행위인가

 

공영장례가 법제화 되는 모양이다.

 

※1인가구 등 연고자가 없는 경우에는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장례식을 행한 이후에 시신을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해당업무를 관련 법인 또는 단체에 장례를 위탁하고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

 

장례식을 행한 이후에 시신처리를 해야한다고?

 

장례는 본질적으로 망자와 유족 사이의 사적 의례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 영역에 "공영"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 자체가 이미 어색하다. 이번 법제화의 취지는 1인가구 증가와 무연고 사망자 문제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그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한다. 과거에도 장례 절차 없이 시신만 처리되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몇몇 종교인, 지역 주민, 장례업 종사자들이 자비를 들여 장례를 치러주는 일이 있었다. 순수한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였다.


그런데 이것이 제도화되고 사업화되면서 문제의 본질이 달라졌다. 위탁·입찰·지원금·후원금이 끼어드는 순간, 무연고자의 죽음은 행정 사업의 소재가 되고 중간 브로커의 수익원이 된다. 이를 여전히 공영장례라 부를 수 있을까.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생전에 조용한 죽음을 원했던 사람에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생판 모르는 이들이 주도하는 장례식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존중인가. 오히려 조용히 시신을 처리해 드리는 것이 망자의 뜻에 더 가까울 수 있다.


물론 무연고 사망자의 죽음을 사회가 기록하고 마무리 짓는 최소한의 행정 절차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장례식"의 형태일 이유는 없다. 간소한 고별 절차로도 충분하다.


법제화의 진짜 목적이 시신의 존엄한 처리인지, 아니면 장례 관련 단체의 사업 영역 보호인지를 먼저 분명히 해야 한다. 타인의 주검을 빌미로 욕망을 채우는 행위를 법률로 보장하고 예산으로 뒷받침하기 전에, 그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할 것이다.


무연고 사망자의 조용한 죽음이 보기에 불편하다면, 본인 돈으로 본인이 직접 나서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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