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일을, 병원은 결코 스스로 내려놓지 않을 것이다.
병원이 장례식장 사업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 간단하다. 이보다 더 손쉬운 돈벌이가 없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병원업계 스스로도 한때는 이 사업에 반대했다는 사실이다. 초기에는 의료계 쪽에서 "병원은 치료를 위한 공간이므로 장례를 치르면 중환자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보건당국도 병원 영안실을 '불법 장례식장'으로 규정하며 단속을 예고했다. 그러나 정작 병원 안에서 치러지는 장례는 줄기는커녕 계속 늘기만 했다.
이후 관련 법이 정비되자 병원의 태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한때 '치료에 방해가 된다'며 손사래 치던 시설은 어느새 '현대적 의료 환경에 맞게 갖춰야 할 필수 시설'로 재정의됐다. 병원들은 앞다투어 건물을 신·개축하고 내부 인테리어에 공을 들였으며, 예전 같으면 조심스러워했을 법한 마케팅도 공공연히 펼치기 시작했다.
이 반전은 그 자체로 많은 것을 말해준다. 태도가 바뀐 이유가 새로운 의학적 근거나 철학의 변화 때문이 아니라는 건 누가 봐도 분명하다. 달라진 건 단 하나, 이 사업이 합법적으로 돈이 되는 사업이 되었다는 사실뿐이다.
그 이유를 뜯어보면 어렵지 않다.

이 사업에는 애초에 영업이라는 게 필요 없다. 다른 업종은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광고를 하고, 가격을 낮추고, 서비스를 개선한다. 하지만 병원 장례식장의 고객은 이미 확보돼 있다. 그 병원에서 치료받다 세상을 떠난 환자의 유족이다. 유족은 한 걸음도 다른 곳으로 움직일 필요 없이, 방금 나온 그 건물 안에서 장례를 시작한다. 마케팅 비용도, 고객 유치 비용도 들지 않는 사업은 흔치 않다.
이 수요는 또한 없어지지 않는다. 경기가 나빠지면 사람들은 소비를 줄이지만, 사람은 계속 죽는다. 병원 입장에서 장례식장은 경기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 몇 안 되는 수입원이다. 본업인 진료가 적자를 내는 병원일수록 이 안정적인 수입에 더 의존하게 된다. 놓으라고 하면 놓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다. 이건 여윳돈이 아니라 병원 재무구조를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시설과 인력 역시 이미 갖춰져 있다는 점도 크다. 안치실, 행정 인력, 시신을 옮기는 체계는 병원이 원래 운영하던 것에 몇 가지를 더 얹으면 그대로 사업이 된다. 새로 땅을 사고 건물을 짓고 사람을 뽑아야 하는 창업과 달리, 있는 자원에 숟가락 하나만 얹으면 되는 구조다. 투자 대비 수익률을 따지자면 이보다 나은 사업은 찾기 어렵다.
무엇보다 이 시장에는 경쟁 압력이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보통의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여러 곳을 비교하고, 마음에 안 들면 발길을 돌린다. 그런데 장례식장을 고르는 유족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방금 가족을 잃었고, 며칠 안에 장례를 치러야 하고, 슬픔 속에서 가격을 흥정하거나 다른 곳을 알아볼 정신적 여력이 없다. 병원이 안내하는 곳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자연스럽다.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사업자는 서비스를 개선할 유인도, 가격을 낮출 유인도 없다. 병원은 이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 이 사업을 더더욱 놓을 이유가 없다.
조직의 관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한번 시설을 짓고 수익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그것을 되돌리는 일은 새로 시작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이미 투자한 건물과 인테리어, 이미 짜여진 위탁 계약, 이미 익숙해진 수익 항목을 스스로 포기하는 조직은 없다.
결국 병원이 장례식장을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렇다. 돈은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고객은 저절로 찾아오고, 경쟁은 없고, 한번 만든 구조는 되돌리기 어렵다.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맞물리는 사업을, 스스로 내려놓을 조직은 없다.
그러나 이 네 가지 이유를 다 인정하고 나서도, 근본적인 질문 하나는 남는다. 병원은 원칙적으로 죽음에 대항하는 장소다. 의료법이 정의하는 병원은 '의료'와 '건강'을 위한 공간이지, 죽음을 처리하고 배웅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그 병원 안에, 죽음을 준비하고 시신을 안치하고 조문객을 맞는 시설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 치료의 공간과 애도의 공간이 한 건물, 한 회계장부 안에서 뒤섞여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의 법에 "병원의 장례식장 운영" 조항이 없는 건, 굳이 넣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방금 사람이 죽은 자리에서 그 가족에게 장례상품을 파는 일은, 법으로 막을 필요도 없이 그냥 하면 안되는 상식적인 일이었다. 한국은 그 자리에 정반대의 조항을 넣었다.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일을, 해도 된다고 법으로 못 박은 것이다. 그렇게 한국의 병원은 죽음 앞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걷어냈고, 존엄해야 할 죽음은 병원의 매출 항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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