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해양산골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 추모의 형태까지 규정
화장한 유골을 처리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처럼 ‘봉안과 자연장’이라는 형태의 '묘지시설'로 규정하여 함부로 처리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강제하는 국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다. 여기에는 유골의 유해성 여부를 떠나 하나의 원칙이 존재한다.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권'과 '친환경'이라는 요소이다. 그것이 '보관'의 개념이든, 뿌려서 버리는 '산골(Scattering)의 개념이든, 혹은 가공하여 '소지'하는 형태이든 대부분 개인의 선택과 친환경이라는 요소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화장한 유골의 처리에 대한 원칙없는 법제화는 그 실효성과 타당성에 의문이 든다. 물론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다양해 짐에 따라 불문법이 성문화되는 것이 대세이긴 하나, 성문화시킬 수 없는 습관이나 관행이 있기 마련이고, 이는 사회의 법적 확신 내지 법적 인식을 수반한 '관습법'의 형태로 적용되곤 한다.
관습법은 사회 질서와 선량한 풍속의 변하지 않는 관습이 단순한 예의적 또는 도덕적인 규범으로서 당연히 지켜지기 마련이고 이는 법률보다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관습이라는 개념자체의 변화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세부적인 법률로서 다스리려 한다면 무리가 따르기 마련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은 이러한 관습법을 성문화한 대표적 사례이다. 이는 지난 1998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운명을 달리한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과 소이대동하다. 이 때문에 사문화된 법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으며 실효성과 타당성에도 의구심을 갖게 한다.
지금 시끄럽게 떠들고 있는 장사시설에 대한 해당 지역주민들의 님비현상 문제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님비를 집단이기주의로만 바라보고 법률적인 차원에서만 대응하려는 태도는 문제가 있다. 님비의 근본적인 이유는 국민들이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는 것과 공공주의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이는 법률로 강제할 수 없는 사항일뿐더러 보상금으로도 충족시킬 수 없다.
장사법이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조성목적에 부합되지도 않는 항목들이 너무 많다. 친절하게도 개인의 자유로운 장사의 선택방법과 고인의 추모형태까지 규정하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인 친환경적 요소들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사회적 님비현상까지 조장하고 있다.
가정의례에관한법률에 대하여
한국사회에서 법과 관습의 충돌이 크게 문제 된적이 있었다. 1973년에 제정된 가정의례에관한법률이 그것인데, 이 법은 어려운 경제개발의 초기단계에서 허례허식의 폐해를 일소하고 그 의식절차를 합리화하여 낭비를 억제한다는 것이 당시의 입법 취지였다.
그러나 가정의례에관한법률은 헌법재판소가 1998년 국민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하여 그 기본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98헌마168), 이듬해인 1999년 폐지되었다. 이 법률은 위헌적인 요소를 수정하여 같은해 2월 8일 법률제5837호로 '건전가정의례의정착및지원에관한법률'로 다시 제정되었고, 기존 가정의례준칙도 8월 31일 대통령령제16544호로 '건전가정의례준칙' 으로 이름을 달리하여 제정되었다.
다만, 장례에 관한 규정(가정의례에관한법률 제5조 내지 제11조, 제14조와 법률 제4637호 가정의례에관한법률개정법률 부칙 제2항 · 제3항)은 매장및묘지등에관한법률개정법률에 편입되었고, 다시 장사등에관한법률로 이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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