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사, 개인의 죽음이 사회의 문제가 되는 이유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리고 어떤 이들에게 죽음은 아주 조용하게,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다. 홀로 살다 홀로 생을 마감하는 것, 그 자체를 비극이라 단정 짓기는 어렵다. 삶의 방식이 각자 다르듯, 죽음의 방식도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외면해서는 안 되는 현실이 있다. 죽음은 반드시 흔적을 남기며, 그 흔적은 고스란히 남은 자들의 몫이 된다는 사실이다.
고립사란 무엇인가
고립사란 단순히 '혼자 죽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가족의 유무와 관계없이, 자살이나 타살이 아닌 원인으로 홀로 사망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도록 발견되지 않는 죽음을 말한다. 즉, 죽음 그 자체보다 '발견되지 않음'이 핵심이다.
인적이 드문 산속이나 외딴곳에서라면, 발견되지 않으면 그뿐이고 발견되더라도 수습이 비교적 간단하다. 하지만 문제는 현대 사회의 고독사 대부분이 도시 한복판, 그것도 다세대 주택이나 임대아파트 같은 공동 주거 공간에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왜 사회적 문제인가
발견이 늦어질수록 시신은 부패하고, 체액과 냄새는 벽과 바닥을 타고 이웃에게 번진다. 이것은 단순한 불쾌감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건물에 사는 주민들, 집주인, 사후처리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이 실질적이고 심각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공용 화장실을 사용한 뒤 뒷처리를 하지 않고 나가는 것이 비양심적인 행위로 여겨지듯, 자신의 죽음을 전혀 준비하지 않는 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타인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된다.
평생을 성실하고 양심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라도,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의도치 않게 비양심적인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것이 고독사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불행으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고립사 위험군, 나는 해당되지 않는가
고립사는 특별히 불행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현대 사회의 구조적 특성과 맞물려 누구에게나 해당될 수 있는 일상의 문제다. 아래의 특징들을 살펴보자.
- 생활 리듬이 불규칙하거나 무직으로 외출이 거의 없는 경우
- 재택근무 등으로 외부와의 접촉이 현저히 줄어든 경우
- 편의점 도시락이나 인스턴트 식품에 의존하는 식습관
- 교류하는 가족이나 친구가 없거나 극히 적은 경우
- SNS나 커뮤니티 활동 없이 고립된 디지털 생활
- 혼자 즐기는 취미에만 몰두하며 사회적 접점이 없는 경우
- 만성질환이 있음에도 홀로 관리하는 경우
- 우편함의 고지서를 방치할 만큼 외부 자극에 무감각한 경우
이 항목들은 단순히 '내성적인 사람'의 특징이 아니다. 타인과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상태, 즉 사회적 고립의 신호다. 해당 항목이 많을수록, 유사시에 자신의 상태를 알아채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준비된 죽음은 삶의 완성이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이 거창하거나 불길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삶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책임이자 배려다. 가까운 사람에게 자신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연락 체계를 만들어 두는 것, 주기적으로 안부를 나눌 수 있는 관계 하나를 유지하는 것, 긴급 연락처를 정리해 두는 것. 이런 소소한 준비들이 고립사를 예방하고, 설령 혼자 삶을 마감하더라도 타인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법이 된다.
혼자 사는 것은 자유로운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홀로 죽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준비 부족의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립사는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인식하고 대비해야 할 사회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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