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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병장

'장례식장'이 '의료시설'인 한국

2010년 10월 현재 전국의 장례식장 수는 총 881개입니다. 이가운데 병원에 부속된 장례식장이 596개로 68%를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32%인 285개가 전문장례식장입니다. 특히 서울, 대전, 대구,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는 장례식장의 80~90%가 병원에 속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병원이 장례식장 사업을 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순입니다. 세계적으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괴상망측한 현상으로, 이는 갑작스러운 의료산업의 발전과 우리의 오랜 인습에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종전의 병원에서는 말기 환자들을 "집으로 모시고 가 편안하게 보내드리십시요"라고 권해 왔다. 그러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함께 마지막까지 치료한다는 개념으로 전환되면서, 병원에서 임종을 맞이하는 사례가 점차 늘게 되었다. 병원에서 객사한 다음 집으러 모셔가 장례를 치르는 것은 전통적인 인식으로 볼 때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것이다. 혹여 병원이나 밖에서 발생한 예기치 못한 사망인 경우, 병원에 부속된 시체 안치실 옆에 임시로 천막을 치고 장례를 치르던 것이 바로 병원 부설 장례식장의 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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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과 가족 중심의 장례에 익숙한 사람들은 객사의 장례나 치르는 곳으로 인식되던 영안실에서 가족의 장례를 치르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후 병원 영안실에서 장례를 치르는 사람들이 점차 증가하였다. 그러자 이번에는 의료계 쪽에서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는 곳이므로 장례를 치르면 중환자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라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보건사회부에서는 "불법 장례식장인 병원 영안실을 엄단한다"라는 엄포를 계속 놓았다. 하지만 병원 영안실에서의 장례는 나날이 증가하였다.

그 과정에서 '영안실의 바가지 상혼'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언론 보도를 통해 이어졌다. 이렇게 한국 장례식장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에 불법과 탈법이 판치는 곳으로, 또 일각에서는 엄청난 떼돈을 버는 곳으로 인식되어갔다.(박태호, 장례의 역사)

병원의 장례식장 운영은 사실상의 불법이었지만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쳐오면서 최근까지도 묵인되거나 방임되어 오다가, 건축법 시행령과 의료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어정쩡한 형태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병원측은 아예 병원의 임의시설인 장례식장을 '시체실이 현대사회에 맞게 업그레이드된 필수적 의료시설'로 정의하기에 이르렀고, 여기에 과감한 투자로 기존 건물의 신·개축과 내부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며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드러내놓고' 펼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종합병원은 우리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장례식까지 '턴키'로 주관하는 무소불위의 일생 서비스를 펼치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고객입장에선 이곳저곳 때마다 옮겨 다니는 것 보다 한 장소에서 시작과 끝을 처리하는게 익숙하고 편하기도 할 것입니다. 물론 병원측도 운영 큰 도움이 될 것이고.

그럼 한국을 제외한 전세계 모든 국가의 병원들은그렇게 편한 것을, 도움이 되는 것을 몰라서 운영을 안하는 걸까요?

병원은 원칙적으로 죽음에 대항하는 장소입니다. 병원은 죽음을 상기시키는 일체의 행위와 시설을 포함하고 있으면 안되는 장소입니다. 의료법상 병원은 '의료'과 '건강'을 위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나름대로 사정이야 있겠지만 병원의 장례식장 운영은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해야하는 의료기관의 기본개념에 명확히 위배됩니다. 한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의 병원들은 이점을 '명확히' 알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일본 잡지 '나무'에 실린 '한국의 장례식장'에 관한 글 가운데 일부입니다. 

몇해 전 서울의 병원을 방문했을 때,병원 내부에 존재하는 장례식장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다.한국에서는 대형병원이 직영으로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것이 통상의 일이라고 한다. 

또한, 같은 시간대에 치러지는 장례식의 수도 많다고 한다. 병원 장례식장 입구 전광판같은 게시판에 같은 시간대에 고인의 이름과 빈소 번호가 돌아가며 표시되고 있었다.(일본은 한 장소에서 같은 시간대에 여러 건의 장례식을 치르지 않는다. 별도로 존재하는 회관이나 전용예식장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된다.)

병원 내부에 존재하는 장례식장은 일본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그러나 생각해 보면 유족의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일본에서는 궁형 영구차가 시내를 달리는 것만으로「조짐이 나쁘다」고 비난되고 있다. 병원내의 영안실도 지하에 눈에 띄지 않는 장소에 있다. 

... - 하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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