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죽음
2026. 3. 17.
자명한 퇴장
햇살이 비치는 거실. 극도로 정갈하다. 가구는 최소한만 남았고, 모든 표면은 먼지 하나 없이 닦여 있다. 중년의 진석(50대)이 무표정한 얼굴로 거실 바닥에 앉아 최신형 공업용 비닐 롤을 자르고 있다. 그의 곁에는 말기 암 환자용 진통제 봉투가 놓여 있다. 진석이 침대 매트리스 위에 비닐을 겹겹이 씌운다. 모서리마다 박스 테이프를 붙이는 손길이 정교하다. 마치 신성한 의식을 치르는 사제 같다. 비닐 작업이 끝나자, 그 위에 검은색 바디백을 펼친다. 진석, 잠시 숨을 고르며 바디백 내부를 손으로 쓸어본다. 단출한 책상 위, 스탠드 불빛 아래 [엔딩 노트]가 놓여 있다. 진석이 만년필을 들어 마지막 문장을 적고 그대로 펼쳐 놓는다. 그는 거울을 보며 정갈하게 면도를 하고, 가장 깨끗한 리넨 셔츠로 갈아입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