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엔딩
2026. 3. 24.
두드려주세요
그녀가 마지막으로 밥을 먹은 날, 하늘은 맑았다. 찬장 맨 아래 칸에서 라면 한 봉지를 찾아냈다. 유통기한이 두 달 지나 있었다. 가스가 끊겼으니 끓일 수도 없었다. 수진은 봉지를 뜯고 면을 그냥 씹었다. 바삭바삭한 소리가 반지하 방 안에 울렸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그녀는 잠깐 웃음이 났다. 시나리오 작가 최수진, 서른여덟. 유통기한 지난 라면을 날로 씹으며 혼자 웃고 있다. 웃음은 금방 멈췄다. 그게 마지막이었다.수진의 방은 반지하였다. 창문을 올려다보면 세상이 보였다. 정확히는 세상의 아랫부분만.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목, 자전거 바퀴, 떨어진 낙엽. 위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 아니라 밑에서 올려다보는 세상. 그게 이 방의 풍경이었고, 그게 오랫동안 그녀의 삶이었다. 처음 이 방에 들어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