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번째 여행
2026. 6. 10.
길 위에 남겨진 이름들
독일 라이프치히(Leipzig) 의 어느 골목을 걷다가 문득 발밑에서 햇빛이 반짝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처음에는 껌 종이인가 싶었다. 그런데 가까이 가보니 작은 황동판 하나가 보도블록 사이에 박혀 있었다.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금속판이었다. 그 위에는 한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여기 살았다." 그리고 태어난 해와 끌려간 날짜, 마지막으로 확인된 죽음의 장소가 적혀 있었다. 그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거리였다.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창문에서는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냄새가 흘러나오는 그런 일상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그 작은 이름 하나를 읽는 순간 풍경이 달라졌다. 아, 여기에도 사람이 살았구나. 이 창문을 통해 하늘을 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