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례식장에 가지 않고도 장례가 끝난다…미국·영국 뒤흔든 ‘온라인 장례’
장례식장에 가지 않고도 장례 절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미국과 영국에서는 사망 이후의 절차를 온라인으로 신청한 뒤 전화와 이메일로 필요한 서류를 처리하고, 전문업체가 고인의 운구와 안치, 행정절차, 화장, 유골 인계까지 맡는 온라인 다이렉트 크리메이션(Direct Cremation)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은 장례식이나 조문객의 참석 없이 고인을 화장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를 애도와 추모의 포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고인의 시신을 처리하는 과정과 가족이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시간을 분리하는 데 있다. 고인의 운구와 안치, 법적 절차와 화장은 전문 인프라가 담당하고, 가족은 온라인이나 전화로 필요한 행정 절차를 진행한다. 장례식과 조문은 가족의 선택에 맡긴다.
영국,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이 장례의 한 방식으로 정착
영국에서는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이 이미 하나의 장례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SunLife의 2026년 조사에 따르면 2025년 영국에서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이 전체 장례에서 차지한 비율은 21%였다. 2019년 3%에 불과했던 비율이 6년 만에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업계에서는 참석형 화장이 매년 감소하는 흐름이 이어질 경우, 2030년대 중반에는 두 방식의 비중이 비슷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을 선택했다고 해서 추모의 기회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조사에서 해당 방식을 택한 사람의 86%는 화장 이후 별도의 추모 모임이나 기념행사를 마련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례와 화장을 하나의 행사로 묶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고인의 시신을 처리하는 일과 남은 사람들이 작별하는 시간을 나누는 것이다.
영국의 Co-op Funeralcare를 비롯한 업체들은 온라인에서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신청이 접수되면 상담원이 유족에게 연락해 필요한 서류를 안내하고, 업체는 병원이나 영안시설에서 고인을 인수한다. 이후 고인의 보관과 운구, 법적 절차, 화장을 진행하고 유골을 가족에게 돌려준다. 유족이 화장장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다.
Pure Cremation과 Aura Funerals, Farewill 등 전국 단위 브랜드도 시장에 진입했다. 영국은 소수의 대형 브랜드를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된 반면, 미국은 지역별 업체와 스타트업이 경쟁하는 파편화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 온라인 장례와 디지털 산업의 결합
미국에서는 장례의 디지털화가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화장협회(CANA)는 2025년 미국의 화장률을 62.8%로 전망했다. 미국장례지도사협회(NFDA)의 같은 해 조사에서는 회원 장례업체의 36.3%가 온라인 화장 신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소비자의 약 30%가 장례 절차 전체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미국의 After.com은 이러한 변화를 대표하는 온라인 장례업체다. 홈페이지에서 장례를 신청하면 전문 상담원이 절차를 안내하고, 이후 고인의 운송과 보관, 법적 서류 처리, 화장, 유골 배송까지 맡는다. Meadow Memorials와 Tulip Cremation 등도 온라인과 전화 상담을 통해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을 접수하고, 실제 고인의 처리는 장례지도사와 전문 시설이 담당한다. 온라인 주문과 오프라인 장례 인프라가 결합한 형태다.
미국 시장은 가격과 서비스 범위에서 업체별 차이가 크다. 같은 지역에서도 비용이 795달러에서 3,500달러 이상까지 벌어지는 사례가 있다. 가격을 웹사이트에 공개하는 스타트업이 있는 반면, 대형 장례 그룹의 일부 브랜드는 전화 상담이나 방문 상담을 거쳐야 가격을 안내한다. ‘전국 서비스’를 내세우더라도 실제 신규 접수 지역은 제한적인 경우가 있어, 소비자는 서비스 지역과 가격표를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2022년부터 장례업체의 온라인 가격 공개를 포함해 이른바 ‘장례 규칙(Funeral Rule)’의 개정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최종 규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소비자가 업체별 가격과 서비스 범위를 직접 비교해야 하는 상황이다.
영국은 미국보다 규제 측면에서 앞서 있다. 영국 경쟁시장청(CMA)은 2020년 장례시장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장례업체와 화장장 운영자에게 표준화된 가격표를 게시하도록 했다. 참석형 화장과 비참석형 화장의 가격을 구분해 표시하도록 한 것도 주요 내용이다. 2022년 7월부터는 선불 장례 플랜이 금융감독청(FCA)의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고객이 미리 낸 돈은 독립 신탁 계좌에 보관되고, 업체가 파산하더라도 금융서비스보상제도(FSCS)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

클릭 몇 번으로 신청하지만, 현장 절차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온라인 다이렉트 크리메이션은 겉으로는 간단하다. 웹사이트에서 견적을 확인하고 신청서를 작성한 뒤 전자서명을 하면 상담원이 절차를 안내한다. 이후 유족은 유골을 자택으로 배송받을지, 별도의 장소에서 추모할지를 선택한다.
그러나 온라인 신청이 장례의 법적·물리적 절차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사망진단서 발급과 유족의 화장 승인서 서명, 카운티 검시관의 화장 허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주에서는 사망 후 24~48시간의 의무 대기기간도 두고 있다. 온라인 업체가 하는 일은 이러한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아니라, 유족을 대신해 서류 흐름을 관리하고 필요한 기관과 연결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의료심사관의 사인 검토와 사망 등록, 화장 관련 증명서 발급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Aura Funerals나 Farewill 같은 업체는 상담원을 통해 이 과정을 지원한다. 유족이 직접 결정할 일은 유골을 배송받을지, 추모정원 등에 안치할지와 같은 선택으로 줄어든다.
따라서 온라인화가 진행될수록 고인을 직접 다루는 전문인력과 시설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고인을 안전하게 인수하고 일정 기간 보관하는 일, 법적 서류를 정확히 처리하는 일, 화장시설로 운송하는 일, 유골을 식별해 가족에게 돌려주는 일은 여전히 현장에서 수행돼야 한다. 사라지는 것은 장례의 물리적 인프라가 아니라, 장례식장 방문이라는 기존의 접점에 가깝다.
편리함 뒤에 남은 신뢰와 투명성의 문제
온라인 장례 시장이 완벽하게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유골 배송 과정에서 포장이 훼손되거나 배송이 지연된 사건이 금융옴부즈맨에 접수된 바 있다. 전통 장례식장에서 시신을 부적절하게 관리하고 유족에게 잘못된 유골을 전달한 사건도 발생했다.
이 사례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중 어느 방식이든 장례의 신뢰는 서비스의 형태만으로 확보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정확한 신원 확인과 유골 관리, 명확한 가격표, 실제 서비스 지역의 공개, 업체의 면허와 규제 준수 여부가 중요하다. 온라인이라는 편리한 접점이 생겼다고 해서 장례업체에 대한 검증이 불필요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업체가 많고 서비스가 다양하지만 가격 불투명성과 지역별 편차가 문제로 남아 있다. 영국은 법으로 가격 공개와 선불금 보호를 강제하는 데 진전을 보였지만, 소수 브랜드로 시장이 쏠릴 경우 새로운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한국 장례에 던지는 질문
한국의 장례는 오랫동안 병원에서 사망한 고인을 장례식장으로 옮긴 뒤 빈소를 차리고, 조문과 입관, 발인을 거쳐 화장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가족 규모가 작아지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모든 사람이 이러한 절차와 공간을 필요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커지고 있다.
조문객을 받지 않고 가족끼리 조용히 이별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빈소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장례 체계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고인은 사망 직후 전문 안치시설에서 안전하게 보호하고, 법적 절차와 화장은 전문기관이 담당하는 방식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가족은 온라인이나 전화로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화장이 끝난 뒤 유골을 돌려받는다. 이후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가족장이나 추모행사를 열 수 있다.
장례식장을 거치지 않는다고 해서 이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례와 추모를 분리하면 가족은 자신들에게 필요한 방식과 시간에 따라 고인을 기억할 수 있다. 영국에서 다이렉트 크리메이션 이용자 다수가 화장 이후 별도의 추모행사를 마련한 사실은 이를 뒷받침한다.
온라인으로 장례를 시작한다는 것은 단순히 인터넷에서 장례상품을 주문한다는 뜻이 아니다. 장례를 하나의 거대한 행사에서 운구와 안치, 행정, 화장, 유골 인계, 추모라는 여러 서비스로 다시 나누는 변화다. 미국과 영국에서 이미 현실이 된 이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순간부터 화장할 때까지의 과정과, 남은 사람들이 고인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과정은 반드시 하나의 장례식장 안에서 같은 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가. 이제 장례는 이 질문에 대해, 온라인 접수와 전문 인프라, 선택형 추모를 결합한 새로운 답을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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