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0년 된 특허와 2026년의 소유권 전쟁
화장한 유골을 유골함에 넣지 않고 작은 돌 형태로 굳혀 돌려주는 서비스가 미국과 영국에서 조용히 자리를 넓혀가고 있다. 그런데 이 기술을 들여다보면 단순한 추모상품의 이야기가 아니다. 100년 전 특허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래된 아이디어이면서, 동시에 2026년 지금은 누가 이 방식을 독점할 것인가를 둘러싼 법적 다툼의 한복판에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1924년, 유골을 벽돌 안에 넣자는 발상
1924년 12월 10일, 뉴욕주 라치몬트에 살던 앨버트 밴더란이라는 인물이 미국 특허청에 서류 하나를 제출했다. 제목은 인간 유해를 영속시키는 방법과 그로 만들어진 물품. 특허는 1927년 8월 30일 정식으로 등록되었고, 번호는 1,640,680이다.
그가 제안한 방법은 화장한 유골을 점토와 섞어 타일이나 명판 형태로 빚은 뒤 구워내는 것이었다. 흥미로운 부분은 용도다. 밴더란은 이렇게 만든 유골 타일을 단순히 집에 보관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고인이 생전에 애정을 쏟았던 다리나 터널, 댐, 혹은 예배당이나 자주 찾던 장소에 실제로 끼워 넣는 방식을 구상했다. 특허 문서에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강도 높은 문제의식도 담겨 있다. 매장 문화가 위생적으로 얼마나 불쾌한 결과를 낳는지, 묘지 하나에 평균 몇 평의 땅이 소모되는지를 지적하며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아이디어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0년 12월, 화학자 하미드 호자지는 화장 잔재를 유리나 세라믹, 점토 기반의 고체 물질로 전환하는 공정을 특허 출원했고 이는 2002년 US 6,382,111로, 그 후속 특허는 2003년 US 6,615,463으로 각각 등록되었다. 유골을 장식물이나 복합재료, 심지어 색소나 페인트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즉 오늘날의 유골 고형화 산업이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유골을 하나의 원재료로 다루자는 발상은 미국 특허청 서류함 속에 여러 번 쌓여 있었던 셈이다.
2026년, 오래된 아이디어가 현대적 사업이 되다
이 아이디어를 상업적 서비스로 완성한 대표 주자가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에 본사를 둔 파팅스톤이다. 이 회사는 2019년 설립되어 화장 유골을 분쇄하고 물을 더해 점토와 유사한 상태로 만든 뒤 성형, 건조, 가마 소성 과정을 거쳐 매끄러운 돌 형태로 완성하는 공정을 개발해왔다. 한 사람의 유골로 대략 25개에서 80개 사이의 돌이 만들어진다고 회사는 설명한다. 지금까지 1만 4천 가구 이상이 이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3년에는 미국 방송 샤크탱크에도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2026년 3월 24일, 미국 특허청은 파팅스톤에 유틸리티 특허 US 12,583,023을 부여했다. 화장 유골을 분쇄하고, 물을 섞어 점토 같은 반죽을 만들고, 홈이 파인 성형판이나 롤러로 형태를 잡은 뒤, 화씨 2,350도에서 2,700도에 이르는 가마에서 구워 굳히는 공정이 청구항의 핵심이다. 특허 존속 기간은 최초 출원일인 2020년으로부터 20년, 그러니까 2040년경까지다.
주목할 부분은 이 특허가 밴더란의 1927년 특허를 선행기술로 직접 인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100년 전 문서가 100년 뒤 특허 심사 과정에서 다시 소환된 셈이다. 특허 심사관은 이 청구항들을 그대로 승인했고, 특허심판원에서 유효성이 다시 검토된 적은 아직 없다.

특허가 등록되기도 전에 시작된 소송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흥미로운 국면으로 접어든다. 파팅스톤은 반려동물 유골을 유사한 방식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경쟁사 리멤버미페블스를 상대로 워싱턴 서부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번호는 2:26-cv-00931, 소장 접수일은 2026년 3월 18일이다. 즉 앞서 언급한 유틸리티 특허가 등록되기 불과 엿새 전이다. 실제로 이 소송에서 다툰 것은 갓 등록된 유틸리티 특허가 아니라, 2021년 6월에 이미 등록되어 있던 디자인 특허 D921,325와 트레이드드레스, 즉 제품의 외관과 포장이 만들어내는 고유한 인상에 대한 권리였다.
소송은 석 달가량 이어지다 2026년 6월 30일 화해로 종결되었다. 법원 기록에는 재소를 금지하는 각하로 남아 있으며, 구체적인 합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파팅스톤 창업자 저스틴 크로우는 같은 날 낸 보도자료에서 고형화된 유골이라는 카테고리를 계속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위치를 선언하는 동시에 앞으로의 소송 방향을 예고하는 발언이었다.
이 특허를 둘러싼 움직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미국 특허청 기록에 따르면 파팅스톤의 디자인 특허를 선행기술로 인용한 특허 출원이 최소 네 건 더 존재한다. 2024년 수용성 유골 제품에 관한 출원, 2025년 등록된 또 다른 유골 고형화 방법 특허, 그리고 호주 기업 리터니티홀딩스가 2025년 등록한 원형 유골석과 진열대 디자인 특허가 그것이다. 시장이 아직 작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특허를 둘러싼 각축전이 벌어지고 있다는 신호다.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인 산업
미국 장례업계를 감독하는 연방거래위원회의 장례규칙은 장례서비스 제공자가 가격표를 소비자에게 공개하도록 강제한다. 그러나 이 규칙은 특허나 시장 독점 문제를 다루지 않으며, 유골을 넘겨받아 가공한 뒤 돌려주는 제3의 가공업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장의사 면허를 관리하는 주정부 기관들도 특허 분쟁을 심사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연방 지식재산권법의 강력한 보호를 받으면서도 장례산업을 규율하는 정부 기관의 감독은 받지 않는 공백 지대에 놓여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눈여겨볼 지점이 있다. 파팅스톤은 사회적 공익을 추구하겠다고 정관에 명시한 공익법인 형태로 운영된다. 그런데 2022년 10월, 호주 최대 장례기업이자 200곳 이상의 장례식장과 묘지를 운영하는 인보케어가 파팅스톤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며 합작 관계를 맺었다. 사회적 편익을 추구한다고 선언한 회사가 국제적 장례 대기업의 자본이 결합된 채로, 같은 방식을 시도하는 경쟁자를 소송으로 견제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자체가 잘못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소비자의 선택권과 기업의 지식재산권 방어 전략이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같은 시장, 서로 다른 기술
흥미로운 것은 유골을 돌로 만든다는 표현 아래 실제로는 여러 갈래의 기술이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포에버인스톤스는 유골을 정제한 뒤 천연광물과 결합해 여러 단계의 성형과 소성을 거쳐 추모석을 만든다고 설명한다. 다만 약관에는 유골 양이 부족할 경우 추가로 천연광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어, 파팅스톤처럼 유골 자체만으로 결과물을 구성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미국의 세이크리드스톤스는 창업자가 2023년 독자적인 방식을 개발했다고 밝히며 사람과 반려동물 유골을 함께 취급한다. 영국의 애프터스톤은 친환경 광물분말과 수성 레진을 유골에 섞어 하트나 화분, 화병 등 장식적인 형태로 만드는 방식을 택하고 있어, 파팅스톤의 고온 소성 공정과는 결이 다르다.
즉 유골 고형화라는 하나의 시장 안에 유골 자체를 굽는 방식과 유골을 다른 소재와 결합하는 방식이 나란히 존재하며, 이 차이는 앞으로 특허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친환경이라는 수식어에 대한 검증
돌로 만들었다고 해서 이 과정이 자동으로 친환경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도 짚어야 한다. 파팅스톤의 공정은 최고 화씨 2,700도, 섭씨로 환산하면 1,480도에 이르는 고온 가마 소성을 전제로 한다. 이 정도 온도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 유골을 가공 시설까지 옮기는 운송 과정, 완성된 돌을 다시 가족에게 보내는 국제 배송까지 포함한 전체 생애주기를 따져보지 않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서사와 실제 환경 부담 사이의 간극을 놓치기 쉽다.

한국에서는 왜 이 질문이 더 중요한가
한국의 화장률은 2001년 38.5퍼센트에서 최근 95퍼센트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화장 자체는 더 이상 논쟁거리가 아니다. 문제는 화장 이후, 남은 유골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로 넘어갔다. 봉안당은 공간과 비용 부담이 있고, 화장시설조차 서울과 경기, 부산 등 수요가 몰리는 지역에서는 만성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되어 왔다. 자연장은 부지 확보와 이후 관리 문제를 동반하고, 산골은 한 번 실행하면 되돌릴 수 없다.
유골 고형화가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유골함이 유골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두는 방식이라면, 돌로 나누는 방식은 유골을 여러 개의 물리적 단위로 재구성한다. 형제자매가 서로 다른 도시나 국가에 흩어져 사는 가족 구조에서는, 한 곳에 모셔야 하는 유골보다 나눠 가질 수 있는 유골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남는 질문
밴더란은 1924년, 유골을 점토와 섞어 구우면 유골함이 깨지거나 사라질 걱정 없이 영원히 보존할 수 있다고 믿었다. 100년이 지난 지금, 같은 발상이 특허청 서류와 소송 기록, 그리고 국제 자본이 얽힌 사업 모델 속에서 다시 등장하고 있다. 기술은 훨씬 정교해졌지만 질문의 본질은 그대로다. 죽은 사람의 흔적은 반드시 하나의 용기 안에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나누고 옮기고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형태로 존재해도 괜찮은가.
다만 이제 이 질문에는 새로운 변수가 하나 추가되었다. 그 답을 내놓는 방식 자체를, 한 기업이 20년 동안 법적으로 독점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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