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 죽은 사람에게 CPR을 하는 나라
집에서 사람이 죽었다. 가족이 119에 신고했다. 구급대원이 왔다. 그런데 그들은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 사후경직이 이미 시작된 몸에.
이것은 잔인한 장면이 아니다. 합법적인 절차다.
119 구급대원은 사망을 선고할 수 없다. 「의료법」 제17조는 사망진단서 발급 권한을 의사에게만 부여한다. 구급대원이 현장에서 아무리 봐도 명백한 사망이라 판단해도, 법적으로 그 사람은 아직 죽지 않았다. 그러니 CPR을 해야 한다.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다.
의사가 올 때까지, 혹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망자의 몸은 계속 압박된다. 야간이면 검안의가 오는 데 몇 시간이 걸린다. 농어촌이면 더 걸린다. 그 사이 장례 절차는 시작할 수 없다. 법적으로 사망이 확정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면 연명의료의향서를 써두면 다를까.
많은 사람이 그렇게 알고 있다. 미리 써두면, 냉장고에 붙여두면, 내가 원하지 않는 연명치료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그러나 그것은 병원 안에서만 작동하는 문서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가 확인한 경우에만 적용된다. 119 구급대원은 그 확인 주체가 아니다. 법적으로 구급대원은 연명의료의향서를 눈앞에서 봐도 그것을 근거로 CPR을 멈출 수 없다.
현장 DNR이라는 것이 비공식적으로 운용되기는 한다. 사후강직이나 시반이 명백하고, 가족이 거부 의사를 표명하면, 구급대원이 의사에게 전화로 확인을 받고 CPR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면책 조항도 없다. 대원 개인이 판단하고 책임을 지는 구조다.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때 자신을 보호할 수단이 없으니, 망설이다 결국 시작하는 일이 반복된다.
제도의 공백을 현장 대원의 재량과 감정노동으로 메우고 있다.
집에서 죽는다는 것은 이런 뜻이다. 병원에서 죽으면 담당의가 즉시 사망진단서를 쓴다. 연명의료의향서도 효력을 발휘한다. 절차가 매끄럽게 넘어간다. 그러나 집에서,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임종을 맞은 사람은 이 공백 속에 놓인다. 사망했으나 사망하지 않은 상태. 시신이지만 시신으로 다뤄지지 않는 상태. 생전에 써둔 의향서는 아무 힘이 없는 상태.
1인 가구가 사망한 경우는 더 심각하다. 발견 자체가 늦고, 발견되는 순간 이미 변사 처리 절차가 개시된다. 경찰이 출동하고 검시가 이루어진다. 고인은 범죄 혐의자처럼 다뤄지는 구조를 통과한 뒤에야 비로소 죽은 사람이 된다.
이 나라에서 집에서 죽는 것은 아직 제도가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다.
재택 임종을 가능하게 하려면 사망 확인 체계부터 바꿔야 한다. 구급대원 또는 방문간호사에게 일정 조건 하에 사망 확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 연명의료의향서의 효력을 병원 밖까지 확장하는 것, 검안의 24시간 출동 체계를 구축하는 것, 고립사 발견 시 변사 처리를 기본값으로 삼지 않는 것. 이런 논의가 없으면 재택 임종은 구호에 그친다.
좋은 죽음은 집에서 맞는 죽음이라고들 한다. 그 말이 성립하려면, 집에서 죽었을 때 품위 있게 죽은 사람으로 다뤄지는 제도가 먼저 있어야 한다.
이것이 한국만의 문제인가... 그렇다.
영국은 사망 확인과 사망 원인 증명을 법적으로 분리했다. 사망 원인 증명은 의사의 몫이지만, 사망 확인은 등록 간호사와 구급대원이 할 수 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다수의 주에서 구급대원에게 현장 사망 확인 권한을 부여하고, 연명의료거부 문서가 현장에 있으면 CPR을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
일본은 담당 의사와 사전 계약을 맺은 재택 임종(看取り) 제도를 운용한다. 구급차를 부르지 않아도 된다.
한국은 이 둘을 분리하지 않고 사망 확인 권한 전체를 의사에게만 부여했다. 거기서 모든 문제가 시작된다. 제도 개혁은 복잡한 일이 아니다. 사망 확인과 사망 원인 증명을 분리하면 된다. 한 줄의 법 개정이다.
지금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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