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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매장

수목장 서스펙트

화장하고 남은 '재'를 나무를 활용해 함께 자연으로 돌려놓는 수목장, 이 의미있는 추모행위를 누구든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으면 참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화장하고 남은 '재'가 무슨 보건위생상의 위해가 있으며, 수목장이 왜 국토의 효율적 이용을 막고 공공복리 증진을 저해한다고 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현행법률은 그렇다고 판단하는 모양입니다. 

법률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예의와 도덕, 당연히 지켜야 하는 관습과 룰이 있는데, 우리 법률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대상으로 하듯 시시콜콜 간섭하려 하고 있습니다. 

현행 수목장(자연장) 관련 법률은 지나치게 세부적이고, 조성목적에 부합되지도 않는 항목들이 너무 많습니다. 친절하게도 개인의 자유로워야 할 추모의 방법과 형태까지 규정하고 있으며, 시대의 흐름인 친환경적 요소들을 정면으로 거부하고 있을 뿐만아니라 사회적 님비현상까지 조장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지나치게 까다로운 조항들로 인해 일반의 수목장 추모행위를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사실 법률이 까다로우면 까다로울수록 이득과 혜택을 보는건 관련 사업자들뿐입니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니, 일단 하고나면 안정적이고 독점적인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으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허가를 받아 내고야 맙니다. 특히 법률이 명확성을 띠지 못하고 두리뭉실 까다롭기만 하다면 헛점이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 벌인 치밀한 범죄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진 인물들, 카이저 소제. 그들이 이번엔 수목장 사업에 손을 뻗었다.


1단계 — 판을 짜다

모든 것은 버벌이 수도권 인근 산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직접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대신 재외국인 사업자 키튼을 섭외해 그의 명의로 종교단체를 설립하고, 그 종교단체를 통해 수목장 운영 허가를 받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버벌은 자신이 소유한 산지 일부를 키튼의 종교단체에 증여하고, 키튼에게는 수익의 60%를 약속하며 수목장의 분양과 관리를 일임했다. 허가권은 키튼에게, 실질적인 소유권과 통제권은 버벌에게. 구조는 처음부터 치밀하게 설계돼 있었다.


2단계 — 셋이서 굴리다

키튼은 종교단체와 별도로 수목장 분양회사를 설립하고, 분양대행업자 타드를 끌어들여 영업 전반을 맡겼다. 타드에게는 40%의 지분이 돌아갔다. 버벌-키튼-타드, 세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히며 사업은 본격화됐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나면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익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졌고, 결국 키튼이 이탈해 해외로 잠적해버렸다.


3단계 — 둘이서 이어가다

키튼이 사라진 뒤에도 사업은 멈추지 않았다. 버벌은 타드와 손을 잡고 분양을 계속했다. 문제는 허가 명의가 여전히 키튼의 종교단체 앞으로 돼 있다는 것. 두 사람은 키튼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의 직원들을 자신들의 조합으로 흡수해 분양사업체를 존속시켰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버벌과 타드는 별도의 조합을 설립해 분양 주체를 이원화하고, 다른 지역의 토지까지 추가로 매입해 사업을 다각화했다.


4단계 — 문제가 터지다

문화재 훼손, 불법 분양, 산지 훼손. 각종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버벌과 타드는 모든 책임을 허가권자인 키튼의 종교단체로 돌렸다. 심지어 키튼 측의 자금 흐름 내역을 공개하며 증거까지 들이밀었다.

 

결국 검찰이 움직였다. 버벌, 키튼, 타드 세 사람이 함께 기소됐다. 하지만 키튼이 해외에 잠적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처분이 내려졌고, 사건은 오리무중에 빠졌다.


5단계 — 피해자들을 활용하다

버벌의 수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수목장 피해를 입은 유족들을 모아 피해유족모임을 조직하고, 그 중 유가족 고바야시를 핵심 인물로 회유했다.

 

고바야시를 중심으로 한 피해유족모임은 소송을 제기하고 자치단체를 압박하며 실질적인 피해 구제 활동을 펼쳤다. 그리고 새로운 종교단체를 직접 설립해 수목장 관리와 분양사업을 이어받게 됐다.


결말 — 버벌이 모든 것을 되찾다

이 과정에서 버벌은 한때 키튼의 종교단체에 증여했던 산지를 소송으로 되찾았다. 그리고 그 땅을 유족들이 새로 설립한 종교단체에 다시 기증했다. 기존 수목장 허가 지역은 물론, 불법으로 조성됐던 구역과 남아 있던 여분의 산지까지 한꺼번에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내면서, 사업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크게 확장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버벌은 한 번도 전면에 서지 않았다. 키튼의 명의, 타드의 영업력, 피해 유족들의 분노까지 — 모든 것이 버벌의 판 위에서 움직였다. 카이저 소제는 역시, 존재하지 않는 자였다.

 
*이 내용은 허구적 변용과 추측을 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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